Login
   

최종수정 : 2008-01-18 00:00

미국 텍사스에 첼로를 연주하는 후배가 있다. 말이 후배지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 종종 연주를 할 정도로 연주경력이 프로수준으로 올라왔고 미래가 아주 기대되는 연주자이다. 필자가 재즈와 블루스 그리고 락의 배경을 가지고 있는 반면, 이 후배는 클래식이라는 고전음악을 배경으로 가지고 있다. 우리는 만나면 음악에 대한 많은 의견을 교환하고 또 음악에 대해 많은 것을 서로 배우는 시간을 갖곤 한다. 이 후배를 나는 2007년 마지막 날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어느 때와 같이 음악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이날 우리가 유난히 많이 이야기를 한 주제는 ‘앙상블’이다. 앙상블(Ensemble)은 불어에서 온 말로 어떤 단체의 균형(Balance)와 조화(Blend)라는 뜻을 함축한 명사다. 우리는 이 말을 음악에서 이른바 밴드라는 것을 이야기할 때 늘 사용한다. 음악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두 명 이상이 모여 하는 것이다. 따라서, 앙상블이 의미하는 균형과 조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텍사스에 있는 그 후배와 필자는 앙상블에 대한 중요성은 물론 그것에 대한 개념자체도 불확실한 요즘 우리의 모습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앙상블이 의미하는 균형과 조화에 미진한 연주자를 보면 대개 지나칠 정도로 기술적인 면에 의존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 역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기술적으로는 매우 뛰어나지만, 앙상블이라는 단체 안에서 다른 연주자들과 균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아이들을 종종 발견한다.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너무 눈에 보이는 것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최근 우리의 사회환경이 이런 부분들을 많이 부추기는 것 같다. 실제로 제도권 음악교육의 평가기준을 들여다 보면 모든 것이 기술적인 면에만 집중된 것을 알 수 있다. 어찌 보면 요즘 아이들이 앙상블에 대한 깊은 관심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최근 우리는 김연아 선수의 멋진 피겨실력에 종종 매료된다. 미디어에서 말하는 것처럼 기술적으로는 김연아 선수보다 뛰어난 선수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의 아사다 마오 선수가 있다. 그녀는 아무도 못하는 기술을 가지고 늘 김연아 선수를 위협하고 있지만 모든 시청자들이 느끼듯 마오 선수가 김연아 선수를 이기기는 힘겨워 보인다. 이유는 다름이 아닌 빙판 위에서 음악과 함께 연기하는 그의 예술적인 면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녀의 연기를 보면 음악과 완전한 앙상블을 이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음악도 기술적인 면보다는 조화와 균형이 있어야 한다.

후배와 필자는 역시 이런 것들은 교육으로 풀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어려서부터 음악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연주하는 습관을 가져야 하고 또 그런 기회를 많이 가져야 한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경험하는 것이 훨씬 더 값지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리의 음악교육이 음악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과 상당히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께 질문 드린다. 혹시 당신의 자녀가 지금 음악을 배우고 있는데 앙상블에 대해서 배우고 있습니까? 앙상블 안에서 연주할 때 상대방의 연주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조화와 균형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까? 또, 음악을 가르치는 분들에게 물어본다. 앙상블의 중요성을 구체적으로 지도해보셨습니까?

물론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실전 경험을 통해 앙상블의 중요성을 확인 할 수 있는 많은 기회가 필요하다. 머리를 좌우로 돌려 주위를 돌아보자. 이른바 커뮤니티앙상블을 몇 개나 찾을 수 있나? 교회에 성가대만 있을 뿐 앙상블을 찾기가 힘들다. 이런 앙상블은 합창단을 비롯 기악, 오케스트라 등 여러 장르와 다양한 연령과 능력을 소화할 정도로 많이 있어야 한다. 이런 인프라구조가 음악을 발전시킬 수 있다.

우리민족이 음악적인 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는 필자가 여러 번 했던 것 같다. 물론 사실이다. 그러나 나를 비롯 많은 음악 디렉터들은 앙상블 안에서의 조화와 균형이 기술적인 면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종종 한다. 실제로 우리는 정경화, 장영주, 조수미 등 훌륭한 솔로연주자들을 배출해내곤 한다. 하지만, 런던 필하모닉이라든지 비엔나 필하모닉 같은 정상에 있는 큰 앙상블이 나오기에는 한참 멀어 보인다. 필자와 텍사스의 후배는 앙상블 안에서 조화와 균형의 능력이 많이 부족한 것을 늘 느낀다. 물론 이런 취약점을 극복하는 것이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지만, 하루하루 한걸음씩 노력하면 극복될 것이라 믿는다. 기술만 뛰어나다는 이야기보다는 앙상블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머지 않은 미래에 꼭 들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상 준
intothejazz@paran.com
blog.paran.com/intothejazz



이상준 음악칼럼
이상준 글쓴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편곡을 전공했고 캐필라노 음대에서 재즈기타 전공 및 Linda Falls 교수의 이론 및 청음 조교로 일했다.
이후, UBC사범대를 거쳐 현재 재즈기타리스트, 작편곡활동 그리고 South Delta Secondayr School과 English Bluff Elementary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미국 뉴저지주 Paul Pope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있고 NYU대학원 함께 뉴욕에서 음악활동 중이다.
  칼럼니스트: 이상준 | Web: www.jonleemusique.com
  • John Wilkins (Berklee),Randy Johnston (NYU), Jared Burrow
  •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jonleemusique
  • (SFU & Univ of Oregon) 사사
  • 블로그: blog.paran.com/intothejazz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