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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7-04-16 00:00

2002년에 상영된 영화 ‘피아니스트(The Pianist)’는 지난 주에 소개한 레드 바이올린(The Red Violin)과 함께 대표적인 음악영화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제 2차 대전 당시 폴란드에 거주했던 유태인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Wladyslaw Szpilman)의 인생을 재구성한 작품으로, ‘차이나타운’으로 잘 알려진 폴란드계 프랑스 감독 로만 폴란스키의 지휘아래 제작됐다. 아카데미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이 작품은 5년이 지난 지금도 큰 감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잔잔히 남아있는 깊이 있는 영화이다. 

먼저 이 영화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 중인 1930년대 중반이며 전쟁 전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가장 찬란한 문화유적지인 폴란드 바르샤바이다. 당시 독일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기세로 거의 모든 유럽을 점령했으며 아름답고 고요한 바르샤바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유럽내 모든 유태인들은 독일 나치에 의해 노동을 강요당한 후 비참하게 학살되는 비극을 경험한다. 실제 인물이자 이 영화의 주인공 역시 이런 만행을 경험하고 매일 죽을 고비를 넘기는 힘든 나날을 보낸다.

영화의 스토리는 1935년 폴란드 국영라디오방송국에 취직한 피아니스트 스필만이 라디오 생방송연주 도중 독일군으로부터 폭격을 받으면서 시작한다. 도시가 나치들에게 점령당하게 되면서부터 유태인인 주인공의 비극은 시작된다. 당시 많은 사람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 그는 즉시 격리 수감되어 막노동을 시작한다. 매일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비인간적인 삶에도 불구하고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그는 가상으로 피아노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여러 죽을 고비를 넘긴 그는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한다. 막상 탈출에 성공했지만, 모든 유태인에 대한 감시가 이루어지는 도시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그에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계속 되는 폭격과 주민의 신고 등 거의 매일 언제 잡혀 처형될지 모르는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생활의 연속이며, 먹을 것이 없어 음식을 훔쳐먹어야만 하는 그의 인생은 말 그대로 비극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을 늘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가상으로 매일 연습한다.

1940년 이후, 독일군이 조금씩 연합군에게 밀리면서 영화는 클라이맥스로 향한다. 주인공은 이 건물 저 건물 숨어지내는 동안 철수 중인 독일군 장교와 만나게 되는데, 자신이 피아니스트라고 소개하자 그 장교는 주인공에게 피아노를 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를 준다. 필자는 이 장면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용은 이렇다. 주인공 역시 너무 오래간만에 만져보는 피아노라 처음에는 어색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동안 가슴속에서만 쌓여진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긴장의 순간에서 감동의 순간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폭발적인 에너지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주인공의 이 모습은 아마도 필자뿐 아니라 영화를 본 모든 관객을 감동시켰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모습을 본 독일군 장교 역시 주인공을 사살하기보다는 음식과 편한 잠자리를 주면서 그를 도와주기 시작한다.
장교 역시 주인공의 열정적인 연주에 큰 감동을 한 것이다.

1944년 전쟁에 진 독일군들은 폴란드에서 완전히 철수했고 주인공 스필만 역시 다시 방송국에서 1936년 폭격 당시 미처 끝내지 못한 쇼팽의 ‘Nocturne in C#’’을 다시 연주한다. 실제로 그는 2000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유럽에서 왕성한 음악 활동을 했고 폴란드에서는 전설적인 피아니스트로 자리매김한다. 실제 피아니스트의 인생을 다룬 이 영화가 우리에게 전하는 특별한 메시지가 있다. 흔한 나치의 만행을 고발하는 영화가 아니라, 한 음악인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정열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특히, 음악자체를 사랑하기보다는 화려한 겉모습에만 도취되어 있는 이른바 신세대 연주자들에게는 큰 귀감이 되는 영화이다.

이 상 준
intothejazz@paran.com
blog.paran.com/intothejazz



이상준 음악칼럼
이상준 글쓴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편곡을 전공했고 캐필라노 음대에서 재즈기타 전공 및 Linda Falls 교수의 이론 및 청음 조교로 일했다.
이후, UBC사범대를 거쳐 현재 재즈기타리스트, 작편곡활동 그리고 South Delta Secondayr School과 English Bluff Elementary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미국 뉴저지주 Paul Pope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있고 NYU대학원 함께 뉴욕에서 음악활동 중이다.
  칼럼니스트: 이상준 | Web: www.jonleemusique.com
  • John Wilkins (Berklee),Randy Johnston (NYU), Jared Burrow
  •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jonleemusique
  • (SFU & Univ of Oregon) 사사
  • 블로그: blog.paran.com/intothe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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