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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인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2-28 00:00

자기기인(自欺欺人)은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뜻이다. 교수신문(www.kyosu.net)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 2007년은 각종 비리와 의혹이 끊이지 않았고 각 분야에서 도덕성 결함으로 드러난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

신정아씨를 시작으로 학계, 문화예술계로 번진 학력위조, 대학총장과 교수들의 학위 위조와 논문 표절은 쉬쉬해오던 공공연한 비밀을 들춰냈다. 대통령 선거기간 내내 논란이 됐던 BBK 의혹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캐나다도 마찬가지다. 밴쿠버 공항에서 숨진 폴란드인 지칸스키씨 사망사고는 경찰의 과잉대응 때문임이 드러났다. 브라이언 멀루니 전 총리는 뇌물수수혐의로 청문회에 나와야 했다. 언론재벌 콘래드 블랙은 사기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처럼 사회적 부나 명성, 지위를 얻기 위해 남 몰래 거짓을 행하는 일이 사회저변에 깔려 있음은 개탄할 일이다. 더욱이 의혹의 장본인이 오히려 큰소리치고 나서는 것은 차마 눈을 뜨고 보지 못할 정도다.

정신과 전문의들이 신정아씨의 증세로 진단한 ‘공상 허언증’은 사회전반에 걸친 병증이라고 할 수 있다. 성균관대 안대회 교수는 “자기기인은 도에 넘친 욕망이 분출돼 나타나는 행동”이라며 “올 한 해 한국사회를 뒤흔든 사건들도 분수를 모르는 탐욕에서 기인했다”고 밝혔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세밑, 밴쿠버 동포사회도 한번쯤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 앞에 앉아야 할 시점이다. 말은 있으되 실천이 따르지 않았거나 무능이 하늘을 찌르고 도덕성은 땅에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우리 스스로 신뢰하는 사회, 믿음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는지 돌아보자. 무자(戊子)년 쥐띠 새해, 도덕성이 다시 회복될 수 있도록 나부터 먼저 언행에 거짓이 없어야 한다고 다짐하면서…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自欺欺人] 이 말은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이나 행동으로 남까지 속이는 사람을 풍자한다. 이 말에서 기(欺)는 속인다는 뜻이다. 주자(朱子)는 ‘주자어류(朱子語類)’에서 “남을 속이는 것은 곧 자신을 속이는 것인데 이것은 자신을 속이는 짓이 심해진 것이다”고 말했다. 이렇듯이 매사에 진실해야 한다는 윤리를 강조하는 말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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