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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겪는 어려움은 어른들 생각 이상”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9-26 00:00

‘ESL 거쳐 대입 성공한 청소년 경험담’포럼 열려

25일 저녁 코퀴틀람 포이리어 도서관에서 열린 ‘청소년들에게 직접 들어보는 ESL 경험담’포럼에는 한국 학부모와 학생 5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청소년들이 당면한 현실적인 어려움과 문제를 청소년의 시각에서 짚어보며 해법을 찾아보는 이 자리는, 이민자봉사단체 모자익 유스 포럼(Mosaic Youth Forum) 팀과 ISS 마이 서클(MY Circle) 팀, 석세스의 가족지원프로그램(Family Support Program)이 협력하여 마련됐다.  

이날 UBC 최지연양과 SFU 김범규군, 더글라스 칼리지 황상준군, SFU에 입학할 예정인 김건우군이 사례 발표자로 나서, 한국 유학생으로 ESL을 공부하며 밴쿠버에서 겪었던 학교 및 가정생활의 어려움과 이를 이겨내고 대학교에 진학한 자신들의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들과 비슷한 또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교 생활과 가정생활의 어려움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인지 시종일관 진지하게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석세스 조은숙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의 주제는 크게 ‘학교 생활과 가정생활’로 나누어져, 별도의 휴식시간 없이 이어졌을 만큼 참석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1부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난 후 학부모의 질문을 받는 형식으로, ‘처음 가장 힘들었던 일과 가장 좋았던 일, 이민자로서 특별한 경험과 가장 절망하게 했던 학교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가정생활 부분에서는 언어의 불편함과 부딪치며 힘들 때 부모님과 충돌하는 문제와 그 해결방안을 알아보는 내용도 있었다. 

첫 발표자로 나선 최지연양은 “중학교 2학년 때 유학을 와서 영어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던 초기, 아이들이 과자를 던지며‘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심한 인종차별을 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방법은 “열심히 공부해서 너희만큼 영어를 할 수 있을 때 보자”는 독한 마음으로 공부하는 길 밖에 없었다고 말해 학부모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결국 ‘공부’만이 해법임을 제시했다.

고등학교 1학년을 다니던 중 유학 온 김범규군은 “부모님들이 한국인 친구를 멀리하고 캐네디언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한인이 적은 지역을 선호하지만, 모두가 그렇다 보니 오히려 특정지역의 학교가 한인이 많은 지역이 되어버리더라”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학원이나 튜터 공부를 탈피하고 친구를 통해 영어권 문화에 먼저 익숙해지는 것을 영어공부의 지름길로 꼽았다. 또한 캐네디언 백인 친구만 고집하지 말고 베트남이나 중국인 친구들과도 친해지라는 것. 김군은 또 “사람 사는 곳 다 똑같다”고 말해 학부모들을 한바탕 웃게 만들기도 했다. 특히 인종차별적인 ‘왕따’로 인해 백인 아이들과 싸움을 벌여 경찰서에까지 가게 됐던 억울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성장한 후 유학 온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라고 말했다.

영어공부 경험담으로는 김건우군이 비디오를 보며 공부했던 특별한 비법을 소개했다. 좋아하는 영화를 1회 자막을 보며 시청한 후, 자막이 없이 2회를 보고, 다시 자막을 확인하며 3회를 시청하는 방식으로 4~5회를 보면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 최지연양은 “문법을 공부하려 들지 않고 책을 많이 읽는 방법”으로 공부했다며, 어른들의 추천보다 도서관에서 그림만 보고도‘내가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을 읽었다고 밝혔다. 황상준군은 “맥도널드에서 일하는 등 아르바이트를 통해 이곳 문화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다”는 경험을 들려주었고, 김범규군은 “그런 곳에서는 한정된 영어밖에 사용하지 못하므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2시간 가까이 이어진 이 포럼에서 청소년들은 부모님들과 함께 자신들이 겪은 어려움을 이야기 함으로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 또한 청소년들의 문제를 그들의 시각에서 듣고 생각하며 다시 한번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던 좋은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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