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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서 벗어난 지금 가족들과 행복 되찾아…”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7-26 00:00

과거 이 분야 전문가, 특별한 과거 / 왕년에... 前 광고대행사 오리콤 카피라이터 & 제일기획 AE 민병운씨

◇ 참신한 아이디어로 많은 히트 광고를  만들어냈던 민병운씨. 근무 당시 유명 연예인의 사인을 받아와 외조를 했다며 환하게 웃는 그는 부인과 24시간 함께 다니는 요즘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민병운씨는 크리에이티브(creative), 광고제작 전문가다. 그가 종합광고대행사 ‘오리콤’에 입사를 한 것은 해병대를 다녀와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82년.

당시 오리콤은 대한민국의 대기업 광고를 ‘싹쓸이’하던 우리나라 최초의 유일한 종합광고대행사로, 참신하고 유능한 젊은 인재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엘리트 등용문으로까지 인식되던 기업이었다.

특히 신문방송 및 미술을 전공한 학생들에게 오리콤의 입사는 ‘가문의 영광’이었던 시절.

그러나 이렇게 오리콤이 인기를 끌던 데는, 광고와 관련된 모든 정보와 자료, 마케팅 그리고 제작 실무를 익힐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한때 우리나라 광고사관학교로 불린 오리콤에서 그는 카피라이터로 첫 출발을 했다.  

◇ 제일기획 근무 당시 조선일보에 실린 그의 팀 기사.

◆ ‘유쾌, 상쾌, 통쾌’카피, 그의 작품

그가 만든 매가패스 광고는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그들의 인기에 편승하던 광고가 주를 이루던 2001년, 무명의 영화배우 이범수와 아르바이트 대학생을 모델로 내세워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 서 있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살아 움직이는 파격적인 영상으로 1994년 인터넷 상용화 이후 대중화를 앞당긴 광고로 평가 받았다.

이때 그의 카피가 ‘유쾌, 상쾌, 통쾌’. 인터넷의 빠른 속도를 강조한 이 카피는 하이텔과 천리안의 느린 속도에 갑갑함을 느끼던 젊은 층을 빠르게 파고들었고, 단숨에 인터넷=매가패스라는 등식을 세우며 기업 인지도를 높이는데 성공했다. 제일기획 광고팀장이던 그의 작품이었다.

“몸무게가 90kg가까이 되면서 이순신장군 동상과 외모와 체격이 비슷한 청주대학생을 모델로 선정하자 광고주는 난리였죠. 게다가 지금 톱스타가 된 이범수를 캐스팅했으니 유명인들만 모델로 선정하는 기업측에서는 불안했겠죠. 엄청난 무게의 갑옷 제작비와 두 명의 모델료를 합쳐서 7천만원 정도? 다행히 광고효과가 좋아서 오래 기억에 남아요.”

광고주를 설득하는 프레젠테이션에 탁월한 능력을 가졌던 그의 고집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 오리콤에서 제일기획으로

그는 95년 오리콤에서 제일기획으로 자리를 옮겼다. 크리에이티브(creative) 업계의 특성상 업무의 전환과 승진을 위한 자리바꿈은 일상적인 일. 카피라이터에서 AE로 변신했다. 제일기획에서 광고팀장으로 그가 만든 대표적인 광고는 탤런트 최명길과 신은경의 해찬들, 유동근 전인화의 삼성화재 ‘찾아가는 서비스’, 클린턴과 힐러리를 패러디한 코믹광고 등 수없이 많이 있다. 그는 항상 남들이 미처 차용하지 못하는 과감한 차용과 파격적인 카피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느낌을 좋아했다. 라피네 화장품의 ‘카타리나 지오’ 브랜드 광고에서는 무명의 변정수와 김미조라는 모델을 내세워, ‘너의 순수함을 빼앗고 싶어’라는 파격적인 카피로 광고에서 금기(TABOO)시 하는 동성애적인 논란을 내세워 광고효과를 끌어내기도 했다. 

“98년 IMF가 터졌어요. 기업들이 모두 홍보실을 줄이고 광고비를 삭감해서 방송 광고시간대가 많이 비었죠. 그래서 공익광고를 만들었던 게 ‘경제를 살립시다’였고 이게 뜻밖에 상도 받게 해주었어요.”

98년, 개그우먼 이경실이 나와서 ‘밥? 굶어! 차비? 걸어 다녀! TV? 꺼!’ 직설적인 표현에 허리띠를 졸라매다 못해 개미허리를 만들어 과장된 표현으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적절한 소비도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역설하던 광고. 이 광고로 그는 98년 한국공익광고대상을 받았다.

◆ 자녀 교육과 후배들을 위한 마음으로 이민

IMF상황에서도 굳건하게 자리를 보전하던 그는 2002년 밴쿠버로 이민을 왔다.
“오래 살고 싶어서요. 광고쟁이나 기자나 월급은 적고 스트레스는 많아서 일찍 죽는대잖아요. 하하하…… 크리에이티브한 일은 마약처럼 하면 할수록 빠져들어서 가족들 보기에는 일 중독자에 가깝죠. 그럴 때 누군가 억지로 라도 일속에서 헤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지 않으면 평생 매달리게 되고, 나중에 억지로 떠밀리듯 퇴사하는 건 영 모양이 좋지 않아요. 후배들에게 기회도 줘야죠.”

40대 중반이면 은퇴라는 단어를 꺼내기엔 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많은 우리나라 이민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일 중독에 가까웠던 삶을 정리하고 이민을 올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아이들의 교육과 명퇴시기가 앞당겨진 요즘 후배들이 잠시라도 관리자로서 업계를 두루 거친 다음 퇴사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 광고대행사에서 일하고 싶은 후배들에게

“이런 말 있지요?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선택한다면, 평생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창의적인 일, 내 생각을 통해 시장의 판도가 달라지는 멋진 경험을 하고 싶은 학생들이라면 광고업계에서 일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그는 여러 분야로 세분화 되어 있는 종합광고대행사에서 카피라이터와 AE로서 보낸 십 수년의 시간을 꽤 행복하게 기억한다. 만족도가 높은 만큼 그에 따르는 보람도 크고 추억도 많다. 

“만약 한국의 종합광고대행사에서 일 해보고 싶은 우리 교민2세들과 유학생이 있다면, 평소에 영화도 많이 보고, 전시회도 많이 다니면서 창의적인 사고의 바탕이 되는 감성과 그 감성을 마케팅으로 연결하여 표현해내는 연습을 병행하세요. 예를 들어 신문방송관련 전공이라면 그래픽과 색감에 대한 이해를 위한 노력을 하고, 미술 전공 학생이라면 전공 외 마케팅 공부를 겸하면 도움이 되죠. 이런 과정은 또 입사에도 결국 도움이 될 겁니다.”

현재 그는 한국에서 일에 치어 미처 못했던 광고이야기를 정리하는 작업과 대학시절에 만나 평생 아낌없는 내조를 해 준 아내 김정은씨를 위해 부부가 함께 취미생활을 즐기며 아이들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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