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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소개하며 친해진 것이 취업 비결”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7-20 00:00

이재연 기자의 취업 네트워크(6) ‘Vanguard Animation’ 애니메이터 손영지 씨

◇만 스물일곱 살, 많지도 않은 나이에  이 나라의 기업에서 인정받고 있는 손영지씨. 미래에 대한 꿈이 다부진 그녀는 내년 여름 개봉될 현재 작업하고 있는 영화가 완성되면 미국이나 영국 기업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 졸업과 동시에 ‘Vanguard Animation’ 취업

2005년 밴쿠버 필름 스쿨을 졸업하고 애니메이션 제작기업 ‘Vanguard Animation’에 근무하고 있는 손영지씨. 직원의 90%가 미국의 경력자들로 구성된 ‘Vanguard’는 기업의 규모와 매출 면에서 캐나다에서 손꼽히는 큰 규모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다. 

손영지씨는 밴쿠버 필름스쿨에서 ‘애니메이션 3D’를 전공했다. 대학생들에게 게임제작과 함께 선호도가 높은 전문직인 이 분야는, 전문직 중에서도 전문직에 속하지만 취업이 또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특히 그녀가 다닌 필름 스쿨 ‘3D’과정은 대학 4년 과정에서 배우는 이론과 실기를 1년 내에 모두 배우는 힘든 과정으로 초보자는 졸업하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졸업 후 취업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한 그녀가 회사에서 맡고 있는 분야는 모델링과 텍스쳐링, 로토스코핑, 매치무비 등으로 진행되는 애니메이션 제작과정 가운데, 촬영과 편집이 끝난 필름에 빛을 넣어 물체가 살아나게 하는 마지막 작업 ‘라이팅’을 맡고 있다

◆ 클라스메이트가 곧 인맥

손영지씨가 말하는 취업의 비결은 사람들과 친해지라는 것, 즉 ‘인적인 네트워크’다. 모두가 전문가인 직종에서는 실력만으로 승부하기엔 그 격차가 크지 않아 차선책을 병행하라는 말이다. 

“실무 전문 분야를 가르치는 곳은 클라스메이트가 모두 졸업 후 인맥이죠. 특히 저희 학교처럼 미국과 영국 등 세계적인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전문적인 지식을 겸비하기 위해 입학하는 경우엔 더욱 그렇죠.”

그녀가 받고 있는 연봉은 약 8만달러. 이 나라에서 정규 4년제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20대가 취업 2년 차에서 받는 대우로는 최고에 가깝다.

“1년 동안 밤10시 이전에 학교를 나선 적이 없어요. 공부는 기본이고, 우리나라 말에 밥을 먹으면 정이 난다고 하죠?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에요. 불고기와 김밥 도시락을 싸면 항상 넉넉히 준비해서 다 같이 나눠먹으면 얼마나 고마워 하는데요. 또 한국 음식은 먹어본 적이 없으니까 신기해 하며 금세 친해지죠.”

밤샘 작업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과제물이 많은 학교에서 그녀의 불고기와 김밥 도시락은  그녀가 친구만들기에 가장 적극 활용하던 방법. 그녀는 서울 반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민을 온 후, 남동생과 오빠를 뒷바라지 하며 전업주부에 가까운 생활을 했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부모님이 필름스쿨을 권했고, ‘애를 썩힌다’고 안타까워했던 그 시간이 오히려 취업에 결정적 공헌을 한 셈.
◆ 애니메이터, 양복입고 면접 오면 감점

기업에서 인력을 채용할 때 기준은 모두 다르다. 그러나 적극적인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과 팀워크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애니메이션 분야는 특히 팀워크를 잘 할 수 있는 사람과 창의적 발상에 대한 가능성을 집중 타진한다. 

“면접에 양복입고 면접 오면 감점이에요.” 청바지에 캐쥬얼한 차림으로 편안한 표정일 때 자신감이 있어 보여 이미지에 가산점이 붙는다는 것.  “여자라면 치마보다 바지가 좋겠죠. 인터뷰에서 대답도 예를 들어 퇴근 후 무얼 하고 싶은가라고 물었다면, 우리 기준에는 책을 보거나 가족들과 보내고, 부모님을 돕는다 등등이 모범답안이지만, 친구들과 술을 마신다, 댄스를 즐긴다, 영화를 본다는 등의 대답을 듣고 싶어하죠.”

애니메이터는 학력보다 제작현장에서의 상상력, 연출력, 사업수완 등이 필요한 업종. 따라서 사람들 속에서 묻어가는 사람보다, 튀는 개성과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사람을 더욱 선호한다는 말이다. 또한 학교에서 함께 공부한 사람들과는 졸업 후에도 지속적인 관계를 갖게 된다는 점도 일반 직장과 다르다.

◆ 외국인과 친해지는 법  간단해

“사람들과 친해지는 법, 간단해요. 외국 식은 어떻더라…… 신경 쓰시지 말고 함께 밥을 드세요. 맛있는 것 나눠먹는 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요리를 안 해도 한국식당을 함께 가세요. 외국 사람들과 갈 때는 경비부담 걱정도 없고, 내 시간과 노력만 할애하면 되는 일인데 쉽지 않아요?”

필름스쿨을 다닐 때부터 그렇게 친해진 사람들이 결국 그녀의 진로를 열어주었고, 동료가 된 그들에게 그녀는 다시 한식당을 돌며 한국문화를 알려주며 친해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다. 요즘도 회사에서 주말이 되면 사람들을 데리고 한국 음식점을 간다. 스무 명쯤 함께 가는 날이면 한식 메뉴의 재료와 맛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 선택을 도와주고, 음식이 나오면 먹는 법을 알려주며 정작 그녀는 굶게 되지만 보람도 있고 즐겁기만 하다고. 그러나 그녀가 또 얻는 것도 있다.

“애니메이터는 만화가와 같이 혼자서 하는 직업이 아니라, 팀을 이뤄 일사분란한 협력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므로, 저를 통해 자연스럽게 팀 분위기가 잘 돌아가고 좋아지니까, 팀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에서 바라볼 때 그것도 저의 능력이라 생각하게 되지요.”

◆ 이력서 들고 직접 찾아가라

“사람들은 취업을 할 곳이 없다고 말하고, 정작 회사에서는 일할 인원을 찾아보라고 사내 메일을 보내요. 이 메일로 접수하는 이력서는 크게 효과가 없는 건 이 업종도 마찬가지라는 거죠.”

이력서는 A4 용지 1장, 세 문단으로 간결하게 쓰고, 자기소개서 역시 1장으로 끝내는 것이 가장 좋다고. 또한 자기소개서의 첫 문장은 “나는 이걸 하고 싶다”고 결론부터 밝힌 다음 이야기를 풀어가라고 조언한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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