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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가게 찍어 두고 1년 기다리다 문열어"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4-06 00:00

이재연 기자의 ‘창업 네트워크’ 밴쿠버 창업성공 가이드-1 ‘스모그 숍’

 밴쿠버 조선일보는 밴쿠버에서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독자들을 위한 창업 성공사례와 취업에 성공한 교민들을 발굴, 직접 인터뷰를 통한 창업가이드와 취업 정보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 기사는 매주 토요일 격주로 창업과 취업 순으로 게재될 예정. 창업네트워크에서는 성공한 교민업소를 직접 찾아가 창업비용과 입지선정, 비용과 수익성, 창업 시 주의할 점, 업종관련 기술전수 등에 필요한 정보와 창업 전반적인 내용을 다룰 예정이다. 취업 네트워크는 취업을 위한 정보수집 방법, 준비과정과 교육기간, 인간관계 형성 실례, 인터뷰 요령, 그 밖의 필요 요소를 실제 취업자를 통해 꼼꼼히 체크 해보는 내용으로 마련된다. [편집자주]

영어를 잘 하는 것과 문화를 아는 것의 차이

 해외 창업은 한국에서 비즈니스에 성공한 사람들에게도 녹록한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 성공요소로 꼽히는 일상적인 상식이 해외에서는 터무니 없는 뒷방 상식으로 통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두르면 실패할 확률이 그만큼 커 진다.
 
 밴쿠버는 한인들이 하고 있는 비즈니스의 업종이 아직 많지 않고 인구도 많지 않아서 업종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업종 선택에 제한을 두지 않고, 한인만을 고객의 범주로 고정하지 않는다면 다양한 업종 선택의 기회가 있다.
 
 어떤 업종이든 본인이 직접 꼼꼼히 체크하고 그 업종에 종사해 보는 등의 예비 운영기간을 거쳐 선택한다면 실패의 확률도 그만큼 줄어 든다. 한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업종이라 해도 한국에서 바라본 한국인과 이곳에서 만나는 한국인은 ‘다르다’는 차이점을 인식하면 선택 폭은 더욱 넓어진다.
 
 해외영업에만 평생을 바쳐 온 사람일지라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과 비용이 곳곳에 숨어 있는 이곳에서의 창업은, 겉 모습만 보고 환상에 빠지면 큰 곤경에 처할 수 있다. 특히 영어를 잘 하면 해외에서 창업에 절반의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야 말로 스스로 경계해야 할 중요한 조건이다. 영어를 잘 한다는 것과 문화를 안다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이언석씨의 창업 준비, 도와주며 ‘노는 일’

 밴쿠버 다운 타운 버라드 스테이션 벤탈 빌딩 내에서 ‘데일리 뉴스(Daily News)’ 스모그 숍을 운영하고 있는 이언석씨도 영어라면 ‘하산을 해도 좋을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미8군 영내에서 군생활을 보낸 카투사 출신에, 이민을 오기 전까지 상장기업에서 해외투자 담장을 하던 무역통이었다. 그도 이민자들이 흔히 말하는 자녀교육을 위해 마니토바로 이민을 온 것이 4년 전. 밴쿠버로 온 것은 고작 2년을 조금 넘겼다. 그의 이민생활의 첫 번째 목표이자 화두 역시 대부분의 이민자들과 마찬가지로 ‘무엇을 해서 가족들과 먹고 살 것인가’였다.
 
 이언석씨가 밴쿠버에서 창업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은 ‘노는 것’이었다.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던 지인들의 가게를 방문해서 손을 도와주며 ‘노는 일’. 그 과정에서 실제 수익과 운영방식을 자연스럽게 보고 느끼며 실제 운영상의 어려운 점, 그 업종의 특성을 꼼꼼히 파악하는 창업 일기를 쓰며 찾고 있었다. 그러면서 매일의 기록을 검토해 가족들과 다시 의논과 수정을 거듭하며 ‘나와 가족들에게 적합한 일인가’를 정리해 나갔다.
 
 “1주일에 하루 쉴 수 있는 업종, 가족들이 일을 해도 안전한 곳, 한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업종 제외하는 것을 기준으로 정했어요. 아무리 수익성이 좋아도 인건비가 비싼 이 나라에서 가족 외 고용인이 많으면 앞으로 남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아닌 경우가 많더군요. 또 수익이 있다 해도 혹시 가족 누군가가 가게에 있을 때 사고를 당하거나 가족이 너무 힘이 들면 불화의 원인이 된다는 것도 알았죠.”
 
 잘 살아보기 위해 한국을 떠난 이민자들이 경제적인 어려움 이외의 가정불화와 가족간의 따뜻함이 깨어지는 일을 염려한 가장으로서의 평균적인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권리금을 지불하더라도 수익과 지출이 안정권에 있는 가게를 찾는 것이었다.

하루 1000명의 손님, 한달 9000달러이상 수익

 다운타운에서 스모그 숍을 운영하고 있던 선배로부터 18년 동안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는 아주 안정적이고 그가 찾고 있는 모든 조건에 맞는 스모그 숍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자신도 스모그 숍을 해 보겠노라고 마음먹고 있던 그에게 이 소식은 반갑기 그지 없었다. 바로 달려가 며칠 동안 버라드 스테이션과 연결되는 증권회사와 오피스가 밀집된 빌딩의 지하 입구에서 직접 시장조사를 했다. 전철 유동인구를 제외한 직접 구매자만도 하루 1000명이 드나들며, 그들이 소비하는 주 상품과 매출을 직접 확인했다. 게다가 새벽에 출근하지만 오후 5시면 퇴근할 수 있고, 토요일 일요일은 빌딩 자체적인 폐쇄로 인한 휴일이라는 조건은 더 할 수 없이 좋은 운영조건이었다.
 
 하지만 가게를 팔 생각은 ‘꿈에도 없다’는 주인을 찾아가 “만약 팔 생각이 있다면 나를 달라”고 졸라대며 일손을 도와준다는 구실로 일을 익히며 기다렸다. 1년 후 꿈은 이루어졌다. 18년 동안 운영하던 전 주인으로부터 가게를 넘겨받게 된 것.

총 인수비용 25만달러. 스모그 숍은 유동인구가 최우선

 가게 전반적인 인수 비용은 밴쿠버의 통상적인 계산법 ‘1년 수익x 3년’으로 정했다. 주5일 기준 월 9000달러이상 수익을 올리는 가게의 3년치 수익을 계산, 약 23만달러와 물품대금 및 기타를 포함해서 2만달러 가량 들었다. 매출에 비해 인수 금액은 괜찮은 편이었다. 기존의 가게를 인수한 경우이므로 이외 인테리어 관련 비용은 일체 들어가지 않았다. 창업비용으로 25만달러 정도가 든 것이다. 
 
 다루는 품목은 로또 복권, 담배, 껌, 음료수, 잡지, 신문, 기타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들이다. 쇼핑을 나갈 필요가 없는 일상에 필요한 간단한 모든 것을 한 곳에 모아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이 스모크 숍의 가장 큰 장점. 따라서 스모그 숍은 유동인구가 수익성을 좌우하는 업종에 속한다. 이 가게에서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담배와 잡지 복권. 로또 복권은 기계만 설치해 둔 것만으로 월 6만달러 매출에 수수료 5%를 간단히 얻는다.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우선 가족이 안정적으로 먹고 살 기반이 있고, 이민을 오는 가장 큰 이유인 가족과 함께 여가와 주말, 휴가를 보낼 수 있어서 무엇보다 좋습니다.”

 스모그 숍은 낮 12시부터 시작되는 점심시간을 기점으로 대체로 서 있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여러 나라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일하는 것이 마치 ‘오락’처럼 재미있다는 이씨. 가게를 빨리 오고 싶어 빌딩 문이 열리기도 전인 5시에 나와서 기다린 적도 있다는 말로 대단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또 자신의 경험으로 미루어 신규 창업으로 들어가는 비용과 모든 측면에서 권리금을 주더라도 기존에 잘 운영되고 있는 가게를 골라 들어갈 것을 권했다.


이재연 기자 jy@vn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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