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餘滴] 브라보! 조수미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05-26 00:00

해외에 나와 살면서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낄 때가 그리 많지 않다. 아니 애써 잊고 지내다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쏟아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25일 밴쿠버 오피움(Orpheum) 극장에서 열린 조수미 공연은 그런 우리를 일깨웠고 가슴 벅찬 감동으로 남았다. 특히, 앙코르 곡 '선구자(조두남 곡)'는 마치 국제경기장에서 부르는 애국가처럼 여겨졌다. 아보츠포드에서 달려온 한 교민은 손수건도 없이 마냥 훌쩍였다.
 
로시니의 서곡 '세미라미데(semiramide)'로 막을 올린 이날 무대는 조수미의 화려한 테크닉이 돋보였다. 1919년 창단된 밴쿠버 심포니 오케스트라도 최고였지만 조수미는 세계 최정상이었다. 도니제티(Donizetti)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Lucia de Lammermoor: Mad Scene)는 무대전체를 압도했다. 조수미는 플루트 연주자를 힘껏 껴안고 격려했다.
 
휴식시간이 끝나고 이어진 2부. 오펜바흐 오페라 '호프만의 노래(Les Contes D'Hoffmann)' 중 '인형의 노래(Doll song)'는 조수미 공연의 백미(白眉)였다. 기계인형 올림피아로 분한 조수미의 열창에 지휘자 브람웰 토베이(Bramwell Tovey)는 태엽 감는 시늉으로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객석 곳곳에서 폭소와 함께 탄성이 터졌다. 베르디(Verdi)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로 피날레를 장식하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객석 모두가 일어나 환호했다. '브라보(BRAVO) 조수미'.
 
조수미는 앙코르 마지막 곡을 2달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위해 바쳤다. 푸치니 오페라 '잔니 스키키(Gianni Schicci)'의 아리아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O mio babbino caro)'였다.  앙코르를 부르며 감회에 젖은 듯 살짝 눈물을 훔쳤다. 2000여명의 기립박수가 끝없이 이어졌다. 오피움 극장을 나서자 5월 밤하늘도 더욱 가깝게 내려 앉아 있는 것 같았다. 밴쿠버의 잠못 드는 밤이었다.


이용욱 기자 블로그
http://blog.vanchosun.com/senni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광고문의
ad@vanchosun.com
Tel. 604-877-1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