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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순해진다는 육학년, 이순(耳順)반열에 등극하면서 늘 비슷한 일상 가운데 삶의 활력소가되는 것은 토요일 새벽, 교회 젊은 집사님들과의 운동시간이다. 해가 긴 여름철에는 어김없이 5시기상을 하지만, 요즘 같은 우기철에는 6시쯤 일어나 행여 마나님 깰세라 조용히 차려 입고,간단히 요기를 하고는 트래블 머그잔에 커피를 내린다. 간식을 나누어 먹는 기쁨이 큰지라 오늘일용할 주전부리를 챙기는것도 빠뜨리지 않게 된다.아침 안개가 자욱한...
민완기
추억의 여행길 2021.10.28 (목)
언제쯤 자유롭게 여행을 하게 되려는,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코로나 범유행 시기를 지내면서 여행에 얽힌 크고 작은 지난 일들을 떠올려 보기로 했다.      하와이섬 크루즈가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출발하여 15일 만에 돌아오는 일정이 있어서 다녀온  적이 있다.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되니 한결 수월할 듯해서 그 항해를택했다. 출항해서 5일 동안 망망대해만 바라보며목적지에 도착하면 5일간 이 섬 저 섬 하루씩관광하고, 다시  5일...
김진양
이생에서의 짧은 만남조차 시샘하는지야속한 세월은 십여 년이란 시간을바람처럼 빼앗아 가버렸습니다이제는 편안해 지셨는지 여쭤보면이미 백발 성성해진 자식들 걱정에묵주 잡은 두 손 모으시며이내 눈가에 이슬이 맺히십니다당신의 슬픈 눈빛허황한 산등성이에 홀로 남겨 놓고애써 태연한 척 손을 흔들며목젖 아프도록 눈물 삼키면서 뒤돌아섭니다언제 다시 찾아올까기약 없는 약속만 다짐하며가을바람 황량한 산길을 떠나옵니다백미러로...
김만영
흔들리며 산다 2021.10.19 (화)
새가 날아간다노을 진 하늘가에 새들이 날아간다.마른 씨앗을 삼키고 뼈 속을 비우고, 새들은 그렇게 만리장천을 건너간다. 날아가는 새들이 쓸쓸해 보이는 건 가을이 어지간히 깊어졌다는 뜻이다. 둑이 일렁인다. 바람 부는 강둑에 억새 밭이 일렁인다. 몸 안에 남아있는 마지막 물기까지 바람결에 훌훌 날려버린 풀들은 불어오는 바람에 휘청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 중심을 잡는다. '드러누우면 끝장이야.' 저희끼리 그렇게 사운대는 것 같다....
최민자
휘슬러 인근 해발 2,000m고원의 한 호수 새벽 연주회야생 악사 기러기들호면의 리라 현(弦)을 뜯으며 윤슬 가락 탄주한다새벽 조각달 물 위에 뜬 월광 3악장잔월은 부서지며조각 건반 이어진다  늦잠 자던 태양귀를 쫑긋 세우며 손을 움직인다삐거덕 문짝을 연다살짝 젖혀진 창문 아래수면 위 앉아있던창백한 얼굴빼꼼히 눈꼬리를 찢는다연주는 멈춰졌다갑자기 눈 덮인 산 위로훌쩍 몸을 솟구치는 초승달어깨를 들썩인다쏟아지는...
하태린
기도 2021.10.19 (화)
뒤뜰 장독대 위에 정화수 한 그릇 놓여있다 매일 밤 어머니는 무엇을 저리도 비시는 걸까문틈으로 지켜보다 살금살금 다가가 장독대 위에 놓인 물그릇을 들여다본다 그 속엔 그만 달이.
김회자
원수와 웬수는 유머의 차이이다. 한 예로 부부가 한 팀이 되어 단어를 맞추는 게임이있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의 순서에 답이 ‘천생연분’인 문제였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당신과 나사이?” 할머니가 “웬수” 할아버지가 당황해서 소리치며 “네 글자로?” “평생 웬수!” 그런데남자들이 정말 이렇게 생각하는지는 엄청 궁금하다.원수는 같이 살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고, 웬수는 ‘운명 공동체’로써 같이 살아야 되는 사람이다.하여튼 원수든...
박혜정
윤의정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이모, 이모는 어렸을 때 뭐하고 놀았어요?”친한 언니의 딸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아이는 오징어 게임 열풍을 겪으며 한국 과거의 놀이가 궁금했나 보다. 무엇을 했던가? 나는 어떤 놀이를 했었던가 기억을 더듬으며 아이에게 설명해주려고 했다.“음…… 딱 하나만 하고 논 건 아니야. 이것저것 하고 놀았는데, 우리는 아무래도 고무줄 놀이를 많이 했지?”“고무줄이요? 고무줄로 어떻게 놀아요?”아이는 고무 밴드...
윤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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