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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사와의 대화
2026.06.26 (금)
우린 살면서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과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긴 시간 동안 아무 대화도 나누지 못하거나 날씨 얘기와 경제 동향 이야기를 나누는 둥 마는 둥 보내기도 하지만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는 사람과의 인사말과 길을 가다 마주친 사람과 눈인사하는 이상의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될 때 반복해서 만날 경우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야기 속에 추억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어렸을 때 이발소를 처음 간 기억은 초등학교 입학...
이형만
낯익은 이방인
2026.06.25 (목)
고국을 떠나온 지 어언 26년이 되었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한국 방문을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다. 이제는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예전보다 여유가 생겨 처음으로 큰 부담 없이 한국에 갈 수 있게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설렘보다 먼저 찾아오는 것은 건강에 대한 걱정이다. 예전 같으면 비행기표를 끊는 순간부터 마음이 들떴을 텐데, 지금은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나,...
나영표
바다
2026.06.25 (목)
처음 눈 마주친 날열다섯 살 봄 어느 날눈이 아파서 다 담을 수 없었던푸르고 파란 또 하나의 세상그 물빛맘에 스미고 스며서사는 동안넓은 척 깊은 척 흉내도 내고한 번 가서 보고 돌아오면서너 달은 귀에 걸린 웃음웃을 수 있는
정금자
마중
2026.06.19 (금)
해질녘철길 너머 논배미로엄마가 밀어 만든국수 꽁다리하나 들고마중을 나간다철길 너머 어디쯤있는 둥 마는 둥살아보지도 못한아기들이 묻힌얕은 봉분들머리가 쭈뼛 서고그 아이들울음이땅을 뚫고나올 것만 같아걸음아 나 살려라숨차도록 달려아버지에게다다른다돌아오는 길아버지 손을잡고흙냄새보다짙은아버지의 땀냄새밤하늘에별이열한 식구밥상 위의 밥처럼하얗게빛났다
김회자
호흡
2026.06.19 (금)
지금도 김영삼 대통령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독특한 억양과 엉뚱한 장면이 있다. 사건의 맥락과 배경은 모르지만 아마도 당 대표였던 시절 단식하는 의원을 방문해서 했던 말. "마 단식하면 마… 확실히 죽는다." 그때 김영삼의 단식장 방문으로 약간 안도하며 웃음까지 지었던 단식하는 국회의원의 얼굴이 일순간 굳어지던 TV 뉴스 장면이 나에게는 지금도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근데 사람이 학실히 죽는데, 단식하는 방법밖에 없을까? 스스로 광합성을...
예종희
로키보다 가까운 풍경
2026.06.18 (목)
로키는 누구나 일생에 한 번은 다녀오고 싶어 하는 명산이다. 가는 길에 만나는 호수들의 아름다운 빛깔에 빠져든다. 밴프나 재스퍼의 풍광은 달력이나 엽서 속 어딘가에 내가 서 있는 황홀감을 선사한다. 남동생이 캐나다 내 집을 세 번 방문하고 여름과 겨울 두 차례 로키를 여행했다. 여름, 에메랄드빛 호수와 겨울, 눈 덮여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레이크 루이스까지. 멋진 사진과 동영상을 가득 담아 왔었다. 자연경관과 레트로한 감성에...
고희경
나의 여름
2026.06.18 (목)
오늘 아침문을 열고 나오니아, 여름 냄새!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네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분주히 너를 맞을 준비를 할거야 길어진 잔디를 깎았어새로 핀 노랑 꽃들이 이제야 보이네겨우내 덮어두었던 테이블과 의자를깨끗이 씻어 말리고예쁜 걸 좋아하는 너니까반짝이는 알전구도 달아놓을 게얼음은 넉넉히 준비해 두었어네가 오면 시원한 커피부터 타 주려고상큼한 과일도 냉장고 가득 채우고예쁜 접시도 사러가야겠어깊어 가는 여름 밤,우리...
윤성민
수련으로 수련하다
2026.06.12 (금)
볕이 좋은 유월 야외 스케치를 나간다 긴 이젤 위 캔버스 그늘에 세워두고 연못의 수련을 그린다 합장하는 꽃들을 보며 떠오르는 생각 하나 모네는 자신의 정원에서 왜 그리 수많은 수련을 그렸을까* 암갈색 수면 위 빛의 시간들이 데려온 색들의 향연을 그린 걸까 긴 아픔 뒤에 위로 같은 아름다운 연못 충만한 적요(寂寥)를 풀어놓은 걸까 고요한 수련(睡蓮)이 시끄러운 나를 수련(修練)하는 오후 한낮의 햇살은 구름 나무 수련 금붕어로 한 폭의...
김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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