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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스러운 장미여!모든 사람이 유혹되니난 널 피하려 하였으나선선한 여름 뜨락에다마스크 로즈 향 덫을 놓고밤새 넌 날 기다렸구나. 향에 찔린 시린 가슴에마비된 발걸음 멈추어게슴츠레 너를 본다.도톰한 붉은 꽃 입술 이슬 맺혀 영롱하다. 붉은 입술이 다가와 비비니너의 이슬에 나의 수염이 젖었다.유혹의 향기에 취하여심 호흡하며 신음하니난 이미 너의 포로요, 노예가 되었다. 내 떠나갈 때같이 가고 싶으나 널 꺾음이 널...
김철훈
오래된 생각 2025.07.25 (금)
뭘 잘 못 버리겠어 타국살이 공간이 얼마나 된다고서랍도 옷장도 과거로 꽉 찼어그러니 사람도 못 끊어내 저도 해 지면 외롭겠지 싶어서 허구한 날 비 내리는 이 타향에서돌아가고 싶은데 겹겹이 접은 마음 바람에 널어 넣고 숲에도 걸어놓고반짝이는 강물에도 바다에도 데려가지 모천으로 가는 길 팔천 킬로미터연어처럼 거슬러 돌아간다해도낳아준 어미도 낳을 새끼도 없건만고단한 날에도 많이 웃은 날에도세월 얼른 보내고...
윤미숙
“내가 변했다! 아니 내가 바뀌었다!!” 변한 것은 그동안 스스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적재적소에서 그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지만 내가 바뀌었다는 것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어떤 희열과도 같은 기분을 끌고 왔다. 변한 것과 바뀐 것은 미묘한 차이라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 둘의 차이는 극명하게 나눠진다. 이미 오래전에 내가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땐 당연한 것으로 여기었고, 되레 당연히 여기는 내 나름의 수긍이 놀라울 만큼 자연스러워서...
줄리아 헤븐 김
   여행은 언제나 기대와 설렘, 낯섦과 불안이 함께하는 여정이다. 페루의 쿠스코에서 한국에서 오는 일행을 만나기 위해 하루 먼저 출발한 나는, 여유롭게 호텔에 체크인하고 시내를 둘러보며 그들을 기다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행은 종종 아무런 예고 없이 새로운 과제를 던져준다.  밴쿠버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지연되며 계획은 엇나가기 시작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리마로 가는 연결편을 놓칠 위기에, 탑승 안내 직원은 일정을 변경해...
박광일
독백 그리고 소통 2025.07.25 (금)
고흐의 독백처럼 별이 흐르고 있는로키의 밤하늘을 보았네 거친 질감격렬한 소용돌이로 적셔내는 붓 놀림 수십년 타향살이 섞으면 섞을수록명도가 낮아지고 뚜렷한 색채 없이황량한 빈 들판위에 서있는 저 무한 감 고흐의 고독처럼 치열함이 없었다면선 굵은 기하학적 구름과 갈필법도한 고뇌 짙은 파란색 밤 하늘도 없었네 감정이 굽이치는 곡선의 격한 율동별과 사이프러스 나무와 밀밭까지소통은 복잡한 군상 자연까지 어우른다
이상목
숲의 환희 2025.07.18 (금)
하늘 둥근 원에서 나오는 샛노란 열기어두운 침묵에 싸인 숲을 흔든다열린 가지를 하늘로 향하고 푸른 잎을 넓게 펴고투명한 녹색의 전주곡이 조용히 흐른다 나무 그늘 사이사이빛살 되어 내려앉는 노오란 열기작은 드럼 소리에 맞추어이끼 덮인 어제를 파헤친다쿵따 쿵 따아 따따꿈속의 무의식이 작은 정령이 되어 움직인다옆에 나무들이 깨어나고낯선 리듬에 혈관이 열린다갑작스레 숲은 소스라치고노오란 열기에 감싸여온 숲은 환희의...
김석봉
  캐나다서 돌아와 살게 된 지금의 동네에는 커다란 정자나무 두 그루가 있다. 동구 밖 큰길에서 마을로 들어서며 누구나 우러러 보게 되는 키에 폭이 엄청 넓은 나무다. 하나는 수령이 3백 년이 넘은 은행나무로 보호수이고 다른 하나는 식목 60년의 회갑을 넘긴 느티나무다. 이 나무들 아래 정자가 놓여 있어 마을의 어른들은 늘 여기서 신선놀음을 한다.  정자에 앉아 서쪽을 보면 조그만 호수 같은 바다가 보이고 이 건너에는 아파트가...
바들뫼 문철봉
달빛과 나비 2025.07.18 (금)
   황병기 선생의 가야금에서는 달빛냄새가 난다. 청아한 그의 가야금 연주는 댓잎에 듣는 빗방울이었다가, 빠르게 일어나는 구름이었다가, 휘몰아치는 눈보라였다가, 이윽고 고요한 달빛이 되어 천지간에 흐뭇이 내려앉는다. 잦아지는가 싶다가 사뿐 살아나는 산조의 선율은 천상의 궁궐에 사는 요정이 서둘러 은하수를 건너가는 작고 날랜 걸음새도 같고, 그 요정의 옷자락에 묻어 있는 열 사흘 달빛 같기도 하다.흰 명주 두루마기를 단정하게...
최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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