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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이 오면 2025.05.23 (금)
 어머니를 기리는 오월이면하늘에 어머니가 바람으로 다녀가십니다꽃을 피우는 따스한 손길로내 이마를 쓰다듬으며수고했다 장하다 다독이십니다훅 코끝에 감겨오는 살냄새를 끌어안고 얼굴을 비벼댑니다어머니는 봄처럼 푸른 꿈을 낳으시고산처럼 든든해라 강처럼 푸르러라세상에 이로운 이름으로 기르셨습니다가슴에 카네이션 달아드리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꽃 대신 어머니를 꼬옥 끌어안아 드릴 텐데'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귀청을...
임현숙
  "언니!"  한국에 있는 동생의 한마디 문자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바로 전화를 걸었다.  " 언니, 엄마가 숨쉬기를 힘들어 하세요!"   페이스톡을 연결해 엄마의 상태를 보았다. 숨결이 얼마 남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엄마 귀에 전화기를 대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얘기들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 사랑해요." 를 수없이 고백하며. 그동안 엄마 기억에 섭섭하고, 잘못한 것 다 용서해주시라고... 멀리 있다는 핑계로 딸 노릇 제대로...
박명숙
한마디 말 2025.05.23 (금)
  “땡스 어 라떼. (Thanks - A - Latte! )“   내가 주문한 음료가 담긴 컵 앞면에 직접 펜으로 쓴 문구와 아래에는 스마일 이모티콘이 그려져 있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아주 새롭고, 특별한 느낌을 받았다. ‘이게 뭐지?’ 하면서 처음에 이것이 무슨 뜻일까, 어떤 특별한 의미가 담긴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 고맙다 (Thanks a lot)’ 는 말을 라떼음료에 빗대어 유머적으로 표현한 말 같기도 하고, 내가 라떼 음료를 시켜서 감사하다는 말...
정재욱
텃밭의 하루 2025.05.23 (금)
봄날 씨를 뿌린다흙을 덮고 일어서는데둥글고 붉은 씨알이금세 흙을 떨치고 나와쪼그리고 앉아 본다 어디서 나타났을까      크고 튼실한 알곡 한 톨힘을 다해 턱에 올려 물고반짝이는 까만 등허리로길을 여는 개미 한 마리 기다릴 새도 없이싹틀 기회를 놓쳐버린안타까운 마음 가득 담아독한 심술 부려보지만떨어낸 알곡 다시 부둥켜막힌 길 돌아가는 개미 집으로 가는 길목군살 없는 그 허리 위로솟아올라 굽은 잔등이에저녁...
강은소
오월(五月) 2025.05.16 (금)
찔레꽃 맑은 향기(香氣)까치가 물어오고엉큼성큼 익는 봄은치장(治粧)하기 바쁜데오월의아롱진 햇살 아래울렁증이 더해간다봄바람 나들이에꽃보라 흩날리고하늘에 일렁이는햇볕도 노곤(勞困)한지오월이내려앉은 곳마다봄이 녹아 흥건하다
문현주
나는 아이가 없다 2025.05.16 (금)
나는 아이가 없다. 나를 아끼는 사람들은 정말 아이를 갖지 않을 거냐고 묻는다. 생물학적으로 출산하기 어려운 나이에 가까워진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삶에 대해 한 번도 생각을 안 해 본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날들은 아이가 없는 삶을 생각했다. 부모님은 나와 동생 때문에 몇 번이나 마음을 졸였으면서도 아이가 주는 기쁨을 말한다. 그 기쁨은 매우 크고 달콤해서 서운하고 슬펐던 일도 어느덧 사그라진다며 ‘자식의 은혜’를 이야기한다....
김한나
놓치다 2025.05.16 (금)
   아차, 또 닫혀버렸다. 정말 찰나의 순간이다. 이제 다섯 정거장 뒤에나 오는 차를 타는 수밖에 없다. 이 바쁜 시간에 10분이나 늦어지는 것이다. 억울하다고 푸념하고 투정해봐야 소용없다. 아까 해찰했던 그 잠깐이 죄라면 죄다. 그러게 남의 일에 한 눈 팔 일 없는데 바쁘다면서도 아침부터 뭔 일로 큰 소리 내며 싸울까 궁금해했던 건 무슨 오지랖이었나. 그게 1분은 족히 되었을 게고 덕택에 나는 1초도 안 되는 차이로 차를 놓치고 말았다....
최원현
오랜만에 찾은 고향집문을 열기도 전에 당신의 목소리가 귀에 박힌다"언제 왔어, 밥은 먹었니?”낯익은 풍경, 익숙한 냄새그러나 당신은 더 작아지셨다 한 줌도 안 될 듯한 두 손작은 손등 위로 흐르는 혈관이 마치 오래된 시냇물 같다 한 올 한 올 흰빛으로 피어난 머리카락이이젠 검은 머리가 한 올씩 돋아나고당신의 시간이, 당신의 세월이그렇게 거꾸로 흐르고 있었다 밥상머리에 앉아 나를 바라보는 당신의 눈빛은아직도 어린아이를...
조순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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