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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빛 손수건 2025.09.19 (금)
  "언니,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저 잊지 마세요"   한 달 넘게 호텔 조식을 함께 먹은 Y가 고운 손수건 한 장을 내밀며 하는 인사. 하늘빛 바탕에 잔잔한 꽃무늬가 그려져 있다. 받아 든 순간, 내게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곁을 내어주지 못한 미안함과 함께 그녀가 내민 손수건 한 장에 엄청난 무게의 감동이 실려왔다.   한국 정부에 신청한 문건의 진행 절차를 기다리며 투숙한 한 비즈니스 호텔의 싱글룸, 꼭 필요한 설비와 물품만...
김아녜스
언저리반 2025.09.19 (금)
   그녀는 빵빵한 엉덩이를 갖고 있다. 주말마다 다니는 산행을 위해 주중에는 헬스장에서 반나절을 보낸다. 엉덩이가 빈약한 나는 수시로 그녀의 엉덩이를 훔쳐보며 부러워한다. 그래도 운동하기는 귀찮다. 엉덩이 근육만 집중적으로 키워주는 음식은 어디 없을까.어느 날, 그녀가 풀이 죽은 얼굴로 말했다. 둥산 모임에서 반을 바꾸었다고. ‘아니, 등산 모임에 다른 반도 있나.’ 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정상반’에서 ‘언저리반’으로...
정성화
바람 같은 인생 2025.09.19 (금)
길 것만 같던 인생도어제였나, 오늘인가, 내일일까?조그마한 차이일 뿐인데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보인다 애써 안간힘 쓰며성큼성큼 앞서가려는 사람꼼꼼히 다져 한 걸음도 또박또박 걷는 사람빈 껍데기 같은 허물과사랑과 원망, 번뇌와 미움부와 명예를 내려놓으려는 수도승의마지막 숨결을 가까이 와 있어도 모른다 우린 늘 아주 큰 것을 바라며너무 많이 이루고자 한다결국 하나도 갖지 못하는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을 봄이...
나영표
괜찮아 2025.09.12 (금)
“웩”달빛을 덮고 꾸벅꾸벅 졸고 있던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미적지근하고 끈적끈적한 것이 온몸에 쏟아져 내렸다. 훅 올라오는 시큼한 냄새에 코를 움켜쥐었다. 술에 취한 행인이 토를 한 것이다.“하하하, 할아버지, 속상하겠어요.”저만치 책방 앞 노란 벤치가 나를 보고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에구, 이제 늙어 쓸모없게 보여서 그렇지 뭐!”처량한 신세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사실 한 달 전 노란 벤치가 오기 전까지는 간혹...
장로사
공원 가까운 동네 2025.09.12 (금)
   B.C.(British Columbia) 주에 있는 광역 밴쿠버(Metro Vancouver)는 21개의 크고 작은 자치 행정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밴쿠버가 인구가 66만 정도로 제일 큰 도시고, 써리(Surrey)가 버금으로 약 57만, 버나비(Burnaby)가 약 25만으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버나비는 지리적으로 광역 밴쿠버의 거의 중심 위치에 있고, 써리, 노드 밴쿠버(North Vancouver), 웨스트 밴쿠버(West Vancouver), 리치먼드(Richmond)는 강이나 바다로 분리되어 다리를 통해서만 통행할 수 있다....
김의원
책장 앞에서 2025.09.12 (금)
사랑이 지겨워지고그리움이 옅어 질 때기다림이 말라가고미움이 아련할 때낯설게 서 있는 거울 속의 나목마른 내 영혼은 어느 우물 앞에 서 있나갈 곳 잃어 헤매는 순례자는 어느 모퉁이에 서 있나
김민관
바다 2025.09.09 (화)
넓다참 넒다하늘을 담고구름을 담고별을 품고달을 품고외딴 섬 안아주고고깃배 채워주고갈매기 춤추고고기떼들 뛰게하고그리고 그대온갖 투정모진 열화(熱禍)언제나 팔 벌리고말없이 받아주니
늘샘 임윤빈
여름 이야기 2025.09.09 (화)
우리는 긴 여행을 계획했다. 남편, 딸, 그리고 나, 세 식구가  함께 할 소중한 여정이었다. 딸은 교사로서 바쁘게 지내다가  여름방학으로 얻은 자유였고, 남편은 오래전부터 독일의 베를린 장벽을 눈으로 꼭 보고 싶다고 얘기했다. 마음속 깊이 새겨질 추억을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은 시작되었다.첫 여정지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였다. 오래된 건축물과 현대적인 빌딩이 어깨를 나란히 한 도시의 풍경은 마치 과거와 현재가 함께 살아 숨...
박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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