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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다 2025.05.16 (금)
   아차, 또 닫혀버렸다. 정말 찰나의 순간이다. 이제 다섯 정거장 뒤에나 오는 차를 타는 수밖에 없다. 이 바쁜 시간에 10분이나 늦어지는 것이다. 억울하다고 푸념하고 투정해봐야 소용없다. 아까 해찰했던 그 잠깐이 죄라면 죄다. 그러게 남의 일에 한 눈 팔 일 없는데 바쁘다면서도 아침부터 뭔 일로 큰 소리 내며 싸울까 궁금해했던 건 무슨 오지랖이었나. 그게 1분은 족히 되었을 게고 덕택에 나는 1초도 안 되는 차이로 차를 놓치고 말았다....
최원현
오랜만에 찾은 고향집문을 열기도 전에 당신의 목소리가 귀에 박힌다"언제 왔어, 밥은 먹었니?”낯익은 풍경, 익숙한 냄새그러나 당신은 더 작아지셨다 한 줌도 안 될 듯한 두 손작은 손등 위로 흐르는 혈관이 마치 오래된 시냇물 같다 한 올 한 올 흰빛으로 피어난 머리카락이이젠 검은 머리가 한 올씩 돋아나고당신의 시간이, 당신의 세월이그렇게 거꾸로 흐르고 있었다 밥상머리에 앉아 나를 바라보는 당신의 눈빛은아직도 어린아이를...
조순배
그 옛날 좀 젊었을 때 말이다 시장에서 물건 팔 때 내 장사 도와주던 동무들이 있었다 한명 한명 아름다워서 생각하면 미소가 생기는 그런 모습들이었지 아니 다시 생각해 보니 그 시절 다시 못 올 그 시절이 아쉬워서 다시 못 볼 그 모습들이 애절해서 고개를 숙였어도 자꾸만 생각이 쳐드는 거야 오늘 얼마 팔었어 아이고 이리 조금 팔었어발걸음은 무거웠어하지만 우리 앞날은 창창했었지 아마 몇...
박락준
줄탁동시의 지혜 2025.05.13 (화)
     10여 년이 넘도록 섬겨오던 교회 부속 문화 단체인 에버그린에서 만나, 인연을 이어온 한 분과 식사를 하게 되었다.  젊어서는 영어 선생님으로, 미 8군에서 통역도 하셨고 인문학 분야에도 관심이 많으신 나름의 내공과 식견이 높은 분이었다.   그날은 그분과 줄탁동시(啐琢同時)라는 고사성어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의 이 단어는...
권순욱
‘사람의 본성은 죽을 때까지 바뀌지 않는다.’라는 말이 정설인지, 악담인지 모르겠으나,머리가 허연 부부로 살기까지 반은 개과천선한 것 같다.  신혼 초 남편은 지-적인 분위기와 다르게 은연중에 ‘제기랄’, ‘염병할’ 등 감탄사를 내 뱉어나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왜 그런 말투를 쓰냐고 했더니 현장에서 듣던 욕이 입에 배었다고미안하다며 바로 고쳤다. 언어의 수난은 수산물 좌판 아줌마의 찰진 욕으로 이어졌다. 서울새댁의 똑...
이명희
여름날의 첼로 2025.05.13 (화)
창문 넘어 울리는 첼로의 선율더위에 지친 나뭇잎을 흔들며나뭇가지 위에 음표를 그려간다                                       날카롭지도 예민하지도 않은비브라토 선율은 푸른빛으로 퍼지고꾸물거리던 산 그림자도 조용히 내려 앉는다 집 없는 새들이 바람 부는 숲 속에무더기로 모여들어 누군가를 그리워하다새로운 사랑을 찾아서 길을 나선다 첼로 소리는 뜨거운 열기를...
유우영
뭉게구름을 보며 2025.05.02 (금)
같은 하늘 밑에 마주 보는 얼굴,당신의 모습 친밀한 그 미소 안에서나의 모습을 찾아냅니다.우리는 함께 빛의 교감을 통해푸른 하늘과 여러 구름을가슴으로 맞이했습니다. 자연이 보내 준 계절을 통해그 아래 여름 산 산길과 계곡우리가 지녔던 사랑하는 마음끊임없이 넘쳤던 열정의 시간들우리는 서로 똑같이 동일한 시간을공유하며 지내왔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우리가 그렇게 느꼈던수십 년 전의 열정과다시 그만큼의 나이가 된자녀들이...
송요상
시간과 타이밍 2025.05.02 (금)
  우리는 가끔 지난날을 돌이키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 그랬으면’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되돌아가는 상상을 하곤 한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과 같이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시간일 것이다. 때론 시간이 길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과학자들이 측정하는 나노 세칸처럼 짧은 순간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인 순간이 되기도 한다. 이런 찰나의 기회를 우리는 타이밍이라 일컫는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전설적인...
이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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