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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태의 바람
2025.03.14 (금)
지금은 3월이다. 나는 꽃피는 계절이 오는 것을 시각이나 청각을 통해 아는 것이 아니라몸을 통해서 안다. 겨우내 웅크렸던 몸이 펴일만하면 어김없이 오는 바람을맞는다. 처음에는 발바닥을 건드린다. 사람들은 발이 시리다고 하는데 나는 시린 것이아니라 발바닥에서 센 선풍기바람이 난다. 양말을 신어도 버선을 신어도 심지어는 보온팩을 발바닥에 깔아보아도 효과가 없다. 다음에는 잘 버텨주던 허리가 아파온다. 그냥 아픈 게 아니라...
반숙자
가신 님 남은 님
2025.03.14 (금)
먼저 가신 님은 행복합니다곁에서 손잡아 주고 배웅을 하는 사람이 있으니나중에 가는 님도 행복합니다좀 더 여행을 할 수 있고 기다리는 사랑이 있으니모두가 행복합니다힘든 여행 마치고 편히 돌아와 쉴 수 있으니나는 창가에 누워꽃과 별을 보고그대는 초원에 누워나무와 달을 봅니다
김철훈
첫걸음
2025.03.07 (금)
허공에서 놀던너의 발짓이세상에 서려지축의 맛 알아가는 순간이다숨 죽여혹여 네가 넘어질까아플까심장이 멎는 순간이다그러나 네 눈은망설임과 두려움보다빛나는 용기와설렘이 가득한 순간이다마침내한 발, 또 한 발너의 발짓에온 세상 꽃피는 순간이다그제야 너의 내딛는 한발 한 발에숨이 멎을 듯한 긴장을 풀며 박수를 보내는 순간이다네가 걸어간다내 품에서 너의 세상으로 걸어가는 순간, 순간이다
김회자
미네르바의 부엉이
2025.03.07 (금)
부엉이 한 마리가 식탁 위에 놓여 있다. 겨우 한 뼘 키의 부엉이는 눈매가 매섭고 부리가 뭉툭하다. 동그란 눈과 날카로운 부리 대신 치켜뜬 눈매와 잘려 나간 부리, 발톱을 살짝 감춘 모습이 영 예사롭지 않다. 부엉이를 찬찬히 들여다보며 만든이의 암묵적 의도를 헤아려보는 아침이다. 무거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는다. 믿기지 않는 세상 소식에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기 힘든 날들이다. 우리 사회가 불확실성의 위기에 놓였던...
조정
80세 벽을 넘어서
2025.03.07 (금)
필자는 젊은 시절에 캐나다에 유학 와서 반세기하고도 4년 이상을 살고 있다. 어느덧 갑진년연말에 만 80이 되어 우리 나이 또래 사이에 많이 알려진 “80세의 벽”을 넘은 셈이다. 을사년을맞으며 제일 먼저 마음에 떠 오른 것은 중고등 시절 역사 시간에 귀가 닳도록 들어온 대한제국말기의 을사오적에 대한 기억이다. 아마도 요사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 현상으로 현대판을사오적이 다시 나타났다는 소리가 자주 들려오기 때문이리라. 실로...
김의원
일장춘몽
2025.03.07 (금)
일상에서 괴로움 꿈속에서라도 악몽에 시달림 없이날개 없이 날고늙어도 어린시절로 돌아가사랑할 수도 있는 꿈 깨어나면 허탈하지만그래도 잠시 행복했노라
전재민
두부 장수
2025.02.28 (금)
땡그랑요령소리 지나간다하얀 꽃 한 모베적삼 땀내 몽실몽실산수유 개나리진달래 철쭉다심고 싶었다꽃들은 채 피기도 전에 시들고껍데기만 잔뜩두부 사려땡그랑땡그랑고갯마루꽃상여가 젖는다울긋불긋 꿈길아가들 까르륵거리고마른 화병에 누군가는봄비를 담는다
백철현
샘플 웃음
2025.02.28 (금)
다시 웃음 성형을 하기로 했다. 이 결심을 한 건 우리 강아지 스냅사진에 들러리로 등장한 내 얼굴에 충격을 받아서였다. 사실 지난 몇 달은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가버렸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을 지켜보느라 분노와 걱정으로 흘려보낸 시간이었다. 그랬더니 거기서 느낀 부정적인 감정들이 고스란히 내 얼굴에 새겨져 있었다. 그 얼굴을 보며, ‘내가 그만 세상사 물결에 휩쓸리고 말았구나!’하는 깨달음이 왔다....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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