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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2023.02.13 (월)
 오늘은 집에 손님이 오는 날이다. 저녁 준비로 동동대는 내 옆에서 남편은 어느 때보다 협조적인 자세로 하명을 기다리고 있다. 청소기를 돌리고 거실 유리창을 닦고 바베큐 그릴도 달구고… . 바쁜 가운데 손발이 맞는 손님맞이는 수월하게 마무리가 되어 간다. 오늘 손님은 같은 해 밴쿠버에 정착해 한동네에 살던 유고인 프레드락과 수잔나 부부이다. 연배가 비슷한 우리는 긴 세월 서로의 집을 오가며 일상의 애환을 나누고 살아온 귀한...
조정
겨울 앓이 2023.02.13 (월)
겨울은 망각의 푸른 바다를 건너 약속의 봄을 찾아가는 빈 가슴 나그네 긴 회한의 터널 그 너머찬 바람, 서리 다 이겨낸지친 들판에 서서 만나야 할 그 사람                                      찾아야 할 그 사랑잃을 수 없는 시간 속으로배냇그리움에 멀미가 난다 다가올  새봄은 또다시 찾아오는 아픔이겠지나를  죄어오는 망연(忘戀)의 넋일 수 있어 가는...
김석봉
  책장을 정리하다 우연히 둘째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쓴 글을 발견하였다. 이런 흔적 물들을 통해 과거를 되새김질해 본다. 실체가 없어도 있었던 현실인데도, 실체가 있어야 지난 현실이 또렷해진다.통통한 몸매와 얼굴에 늘 웃음이 가득하고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둘째는 입력한 것에 비해 출력을 재미있게 잘한다. 좀 엉뚱한 구석이 있는 놈이다. 그의 글을 그대로 옮겨 본다.  “저의 형 박형진입니다.나이는 이제 9살이 되고요,...
박광일
나무 의자 2023.02.13 (월)
망자를 기억하며숲 길 모퉁이 고즈넉한 곳지나는 사람 발걸음 위로하며  떠난 사람 이름 써넣은나무 의자 놓여있다꽂아 놓은 조화는 을씨년스럽고애처로워다니는 사람 마음 훔쳐간다사랑하는 이 떠나보내지 못한 채품에 보듬어 안고 이랑을 지었나 보다 마주하던 죽음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안간힘으로 도망쳤을까?죽음을 순하게 받아들이는기백 보였을까? 모두가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은 채침묵으로 견디며한 길로 나 있는 신작로...
박혜경
내 인생의 강물 2023.02.06 (월)
    인생의 강물은 내 맘대로 흐르지 않는다. 누구나 그렇다. 완만하게 굽이돌며 한 없이 흐른다. 거침없이 흐르는 푸른 강물이다. 내가 나에게 끼어들 새가 없다. 일반적으로 강물에 실린 그리움과 기다림의 원천은 어머니다. 그런데 나의 그것들은 내 나이 열한 살 때, 보라색 치마에 긴팔의 흰색 블라우스를 입고 온 띠동갑의 한 선생님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녀는 시집갈 나이 스물셋에 산골 초등학교에 주산 선생님으로 왔다. 살랑살랑...
박병호
만두 필살기 2023.02.06 (월)
  설 하면 역시 만두를 빼놓을 수가 없다. 만두 국 뿐만 아니라, 구워도 먹고, 찜 기에 쪄서 먹어도 결코 질리지 않는 음식 중 하나다. 무엇보다도 엄마가 만들어 준 손 만두는 설날에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이었고, 밀가루로 반죽한 만두 피까지 쓱쓱 밀어가며 속을 듬뿍 넣고, 아기 궁둥이 마냥 토실 하고 먹음직스럽게 왕 사이즈로 빚어 먹었다.그 시절, 어렸던 난 엄마를 따라 손 만두를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가 만두 중에서도 속이 제일 작아...
허지수
화산석 2023.02.06 (월)
솟구친붉은 핏줄​바늘 끌연흔일까​그림자새기면서​굳어버린주름살​거미 귀엿듣는 듯​초 침 소리기울이면​기나긴씨 날 줄 찾아​은빛 침핥고 간다
하태린
너 떠난 그날 2023.02.02 (목)
너 떠난 그날비바람이 울었다너로 인해 살아온 날들이고마웠다고찔레꽃 하얀 무덤가홀로가는 네가 그랬듯이홀로찾은 나도 그렇게 슬펐다목련이 지듯 떠나가는 것들찔레꽃 하얀 무덤가허공에 그리움에 문패하나 걸고아쉬워 뒤돌아가던 걸음 문뜩 멈추고뒤돌아서 너를 보며그 설음에 겨워나 홀로 오래도록 서 있었다고너 떠난 그날 바람처럼 울었다.
이봉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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