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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 ,자목련 백목련 꽃들의 그 허드러졌던 찬가는 다 어디로 갔는가?간 밤 ,저 거칠고 드센 비바람에 휩쓸려 그 아릿답던 꽃떨기들 차디찬 물결 속 어디로 다 매몰 되어 갔는가? "이게 마지막이 될 것 같아서 ,미리 이 문자 띄워 보내요.  엄마 사랑 해요."이게 제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의 마지막 편지 얘요. 누가 이 못 다 핀 꽃떨기들 , 저 차디찬 물 속으로 내 몰았나요?하늘도 땅도 바다도 온통 슬픔과 통한으로 가득 차 넘칩니다.오~ ...
늘물 남윤성
산바람은나의 숨박꼭질 친구.나를 건드리고도망가서 찾으려면,다시 한번 나를 건드리고도망가는나의 숨박꼭질 친구,산바람.나한테 서운한가? 그것만은 아냐.아빠머리도 찰랑나뭇잎도 찰랑.삐쳐서 올라가면가지 말라고,다시 내머리를흔들고 가는,나의 숨박꼭질 친구산바람.
이봉란
저녁나절 친구와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시간 여유가 있어 정자역 지하철 입구 옆에 있는 구두 수선집에서 구두를 닦기로 했다. 발을 내밀어 닦는 것이 아니라 구두를 벗어달라고 한다. 도로 옆에 반은 집이요, 반은 비닐로 천막을 쳤다. 안쪽 바닥은 다 닳은 구두밑창을 떼어내 깔아놓은 것이 두툼하게 보였다.“오늘은 많이 추워졌네요.” 밑도 끝도 없이 말 한 마디를 던진다. 구두를 닦는 사람은 나를 볼 여지도 없이 구두만 내려다보고 말했다....
한힘 심현섭
비탈길 시오리 수줍은 제비꽃삐비 속살내음 정겨운 논둑길위봄볕 넘나드는 제비 춤사위낯선하늘 그리움 이고 살다보면여름날의 소소한 일상과  결실맺은 인연들과시린 시간들 사이에서 우린 만나고위로받고 이별합니다 당신의 사진속엔정겨운 많은 얘기들과내아이들의 숨결이 있고받은것들 돌려드리지 못해 회억하는 내가 서 있습니다 다시 계절이 지쳐 꽃이피고내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바람이 휘감고 지나가면한번도 보여주지...
강지영
전화벨이 울려 받으면 대뜸 “축하합니다(Congratulations!)” 또는 “중요한 메시지(very important message)입니다” 라고 하면 처음에는 뭐라고 하는지 들어 보았지만, 이젠 바로 수화기를 놓아 버린다. 또 전화를 받을 때 “헬로우?” 라고 하면 전화기에서는 숨도 안 쉬고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이젠 한국어로 “여보세요?” 라고 하면 무엇을 생각하는지 잠시 조용해진다. 그래도 혹시나 중요한 전화 일까봐 다시 ‘헬로우’ 라고 하면 어느 정도...
박헤정
할매 피부가 아직도 팽팽하던 50대 초반이었을 테지. 어느 날 한가로이 작은 약국 한 귀퉁이에 잡스런 물건들과 함께 진열대에 걸터앉아 있던 나를 그날 아직도 피부가 팽팽했던 지금의 할매가 나를 사갔다. 그 날 이후로 아줌마, 아니 이젠 할매가 된 이 여인의 화장실 거울 아래 늘 같은 장소에 놓인 작은 주머니 안에서 나는 살고 있다. 할매는 길거나 짧거나 여행을 갈 때면 반드시 이 작은 주머니를 챙겼다. 주머니 안에는 나 외에도 끝이 날카로운...
김춘희
 작지만 강한 인상의 여인이 온천에 들어 왔다. 주변을 살피는 여인의 첫 인상이 거리낌이 없었다. 여인네가 흔히 갖는 특유의 망설임도 없이 맘에 드는 자리에 가 철썩 앉았다. 나와눈이 마주치자 어느 남자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맘에 안 든다는 표정이었다. 그 남자가 애벌 씻기를 안하고 탕에 들어오는 것이 못 마땅하다는 것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나에겐 참으로 대담한 첫 인사였다. 나는 그녀가 흥미로워졌다. 우리 일행은 캘리포니아...
김난호
어머나,봄이 뛰어노네요며칠 전만 해도 아장아장 걷더니분홍신 신고 온 동네를 돌고 있어요놀이터에서 꼬맹이들이랑 미끄럼도 타고엄마들 품에도 살짝 안겨보고장바구니에도 폴짝 들어앉고어머머,오토바이 탄 미스터 김 목에서도 나풀거리네요곧 말문도 트여 재잘거리겠죠봄은 요맘때가 제일 예쁜 것 같아요미운 네 살, 말썽꾸러기 되면어서 여름이 되기를 기다릴 테니까요
임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