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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죽는다. 누구나 그런다.나는 지금 관 속에 누워있다. 0.5평의 좁은 공간에 어둠이 밀려와도 모른다. 죽었어도 아직 귀는 살아있다. 5감 중 4감은 돌아갔지만 청감은 영혼이 떠날 때 갈 것 같다. 듣되 말은 할 수 없는데, 청각이 더 버틴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들 할지 모른다. 하지만, 아니다. 망자의 영혼에 산자의 음성은 어둠을 뚫는 가시광선 같은 빛줄기이다. 내 영혼도 청각이 떠나갈 때 함께 내 몸에서 빠져나갈 것이다. 97세 졸,...
박병호
꼬리 칸의 시간 2024.10.07 (월)
“저쪽 끝이 314호실이에요.”안내인이 복도 끝 방을 가리켰다. 처음 와보는 요양병원, 가슴이 우당탕, 방망이질했다.고관절이 무너져 앉지도 서지도 못하게 된 노모가 이곳으로 옮겨온 게 일주일 남짓, 좁고지저분한 복개천을 돌아 멀뚱하게 서있는 병원건물에 들어설 때부터 마음 귀퉁이가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막혀 있던 가족 면회가 때맞추어 풀린 것은 기적 같은 일이지만시난고난 살아낸 한 생의 끄트머리를 이렇듯 심란한...
최민자
하늘을 바라보면 2024.10.07 (월)
어릴 적 거울을 땅 바닥에 놓으면내가 하늘로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그곳엔 아이스크림도맘대로 먹을 수 있을 것 같고알라딘의 구름 방석을 타기도 하고구름 꽃들이 비밀스러운 향기를나에게만 풍긴다 성인이 돼서는 거울 속 새벽하늘엔여러 구름새의 아침맞이가서로 교신을 충전하고오늘의 날씨 정보 알림 같다오후 햇살은 유칼립투스흔들림을 붙들어 놓고거울을 들어가 볼 수 없이 따갑다늘 따가운 시선 속에 어른이 되었고등 뒤가 따가운...
강애나
고엽(枯葉) 2024.10.03 (목)
바람이 불면나는 낙엽어느덧지나온 길에낙엽은 지고또 지고접혀진 갈피마다빛 바랜 세월쌓여진 고엽언젠간 부서져흙으로 가고앙상한 가지에는그리움만 남을그길바람길 간다낙엽길 간다걸친 옷 훌훌 벗고웃으며 간다
늘샘 임윤빈
세렌디피티 2024.10.03 (목)
영어 단어 중에 세렌디피티( Serendipity)라는 단어가 있다. 누구나 좋아하는 어떤 뜻이나 단어가 있다. 10여 년 전 동네 캐나다 교회에 갔을 때 목사님 사모님이 예배 후 현장 봉사 체험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단어가 지렛대(leverage)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누군가를 작은 힘으로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어 좋아하는 것같았다. 80년대 한국에서 반미 데모가 거리에서 심지어 대중교통 이용하는 차 안에서까지 그런...
이형만
2024년은 청룡의 해라고 용꿈을 꾸는 해가 되라고 떠들썩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두 달이지나면 연말이 된다. 올해 말이면 만 80이 되어서인지 세월이 유난히 빠르게 감을 느낀다. 요사이우리 나이 또래 사이에 모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화제가 노인 건강에 대한 이야기이다.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세계 노인 건강의 각종 질병 전문가 또는 전문병원에서 연구한 결과라고 먹고,마시고, 자고, 운동하는 방법에 대한 의학 정보가 너무나 넘쳐나고 있음을...
김의원
나의 기도 2024.10.03 (목)
잠들기 전 늘 가슴에다 기록하려 한다오늘 잃어버린 것 떠나보낸 잊혀진 것들늘 하던 행동을 잃어버리고늘 하던 말들이 잊혀져 가고늘 했던 생각이 가물 가물 사라져 간다는 것에마음이 심란해지고 있음을 기도하려 한다내 영혼은 메마르고 초라해 져 불안하고나이 탓이 거니 기억력 때문이 거니 건강 문제라고위로하기는 좀 서글퍼지는 마음이다나이는 숫자일 뿐이라지만 누가 봐도 이미 황혼인 걸단지 초라해 지거나 불쌍해 보이거나 안쓰러워...
나영표
영화를 보면 암살하는 장면들이 있다. 힘이 센 상대를 정면에서 대결하지 않고 상대가 무방비 상태일 때 공격하는 것이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훌륭한 전술이 아닌가? 약자가 강한 자를 상대로 승부를 역전하는 장면은 역사의 고비마다 굽이굽이 펼쳐져 있다. 반대로 내가 방심하여 패배하기 쉬운 가장 위험한 장소는 어디일까? 일상에서 내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위험한 장소는 어디인가? 여러 곳이 있지만 그중 대부분에게 납득될 만한 곳은 집....
예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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