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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 2016.02.27 (토)
잿빛 밴쿠버의 겨울을 견디는 일은 혹독한 추위에 겨울잠을 자는 곰과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게 한다. 북위 48도 러시아의 하바롭스크와 같은 위도상에 있는 밴쿠버의 겨울밤은 길고도 길다. 칠흑 같은 어둠에 창문을 두들기는 빗소리만 들릴뿐 사방은 너무도 적막하다. 나는 자기 성찰을 하기에 아주 좋은 조건이라고 긍정의 마음을 내며 새해 연하장을 쓰기 시작한다. 서리 꽃이 나뭇가지에 하얗게 핀 겨울 아침 나는 친정 고모님으로부터  이메일을...
조정
고향 2016.02.19 (금)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기고 <수필>|설날 아침, Family Day라고 새로 제정된 휴일로 인해 모처럼 한국의 설날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국에서의 설날은 겨울이라 코끝이 싸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올해 밴쿠버의 설날은 지루하게 계속되는 비가 멈추고 모처럼 따뜻한 햇살이 창을 통해 들어오는 봄 같은 날이었다.며칠 전부터 셀폰으로 “카톡, 카톡” 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으며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메시지와 세배하는...
아청 박혜정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기고 / 시그렇더라메마른 낙엽 바스락거리던 병원 옆 모퉁이 길오늘은 기척도 없이 하얀 눈이 쌓여 있더라아주 작은 회오리바람에도 튼 살 서로 비비며 키득대던 닭살 같은 낙엽 낙엽 같은 눈물뼈마디 이미 닳아져 버린꽤 늦은 저녁 시간이었는데도그러나 그렇더라한겨울 밤 가로등불빛 홀로 더욱 적막할 때아무 일 없었던 듯그래, 아무 일 없었던 듯나도, 세상도그래 그렇더라더는 말하지 말고, 더는 찾지도 말고더는...
백철연
인사 2016.02.12 (금)
 인류역사가 시작된 후 우리 인간이 서로 간의 인사를 나누는 습관과 풍습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언어학자 외에는 일반인들은 전혀 짐작할 수가 없다. 이 지구 위에 존재하는 수많은 종족과 부족들, 그리고 개인 사이에 행해지는 사교적인 예의의 인사 하는 풍습은 오래전부터 계속 전래했다고 생각된다.     수많은 다른 민족과 함께 어울려 생활하다 보면 인사의 종류에도 민족과 종교, 또 문화권에 따라...
이진우
연한 핑크빛 활짝핀벚꽃나무 아래에 서서수줍게 웃던무지개 고운 빛깔처럼내마음도 고았다젖을 물린 아이를 바라보며한 아이의 엄마이기에여자이고 싶었다 어느날인가우연히 바라본 거울 속의 여자너는 누구이고 나는 어디로 갔을까보름달처럼 둥근 눈동자빨알간 입술 해맑은 웃음은 어디로가고낯설은 얼굴 하나 비추이고남편이 남긴 밥 한숟가락내입으로 보내고아이가 흘린 밥상위의 김치 한 조각내입으로 보내지고콩자반 한숟갈, 콩나물 두줄기,...
오정 이 봉란
스산하고 시린 바람, 한 생애의 헐렁한 옆구리헤집고 지나갈 때무작정 어디론가 떠나가고 싶을 때가 있다.어느 낯선 시골 간이역, 혹은저 디아스포라 치매 노인 병동 마을제가끔 두고 온 제 나라 방언으로어쭙잖은 물음 묻고 있는 곳나는 왜 여기에 ?그대는 또 왜 여기에 ?손가방 하나 사뿐히 들고잠시 잠깐 지구 간이역에 내린우린 모두 우주의 외론 별 떨기들---.누군가 일러, 우리네 한 생애아침 안개와 같다 했던가?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이우는, 한갓...
늘물 남윤성
내가 태어난 시절은 일본 식민지 시대였고 조선인들은 모두 일본 이름으로 개명하고 살았다. 우리 집에서도 김 씨를 가네하라 라 했고, 우리 형제들 이름도 모두 일본 이름을 썼으며 내 이름도 金春姬(가네하라 슝끼?)라 했다. 해방 후 아버지는 두 아들과 맏딸 이름은 모두 한국 이름으로 고쳤는데 내 이름만은 고치지 않았다.그런데 내게는 또 다른 이름이 하나 더 있다. 천주교에서 세례명으로 받은 이름이다. 유아세례를 받았으므로 내겐 선택의...
김춘희
지난가을 어느 일요일, 즐거운 기분으로 교회에 갔다. 날씨도 화창하고 수확의 계절이라 그런지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풍성해 보였다. 교회 입구에는 여러 그루의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 있었다. 캐나다에서는 흔치 않은 코스모스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잠시 동안 고향 생각에 발길을 멈추고 꽃잎을 바라보며 사색(思索)에 잠겨보았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고국을 떠나 이곳 밴쿠버에 정착한 지도 훌쩍 20년을 넘어섰다.누구나 비슷한 감정이겠지만...
윤석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