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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end 2015.07.24 (금)
벗 -박용진 바람 부는 언덕에 추억을 날려보자푸른 솔 지난세월 기지개 켠다세월이 흘러 흘러 빛바랜 사진 한 장에눈물이 떨어질 때면 가슴 스며드는 그리움들친구야 내 친구야 지난 추억 얘기해보자친구야 내 친구야 보고 싶은 친구야파도치는 바다에 그리움 띄어보자회색빛 갈매기가 무심히 운다지나간 얘기들은 어디에 숨어있는지한숨이 깊어질 때면 마음 파고 드는 외로움들친구야 내 친구야 지난 추억 얘기해보자친구야 내 친구야 보고 싶은...
번역·로터스 정
여름 2015.07.17 (금)
파도 소리 철썩이는 밤 검푸른 바다 위에시 한 편 써내러 가고한낮에 격렬했던 몸부림의 햇살은 여름밤을보상하고 나섰다 탱탱하게 익어간 풀잎은 성숙한 처녀의모습으로 돌아오고풀벌레 연주곡 하나 들고나와한 여름밤을 태워간다 한나절 태양 아래 붉은 물감으로 그려나가던 화가는 피곤한 몸 뉘이며 자장가에스며 잠들어 버리고 휘영 찬 달빛에 물든 모래성에 그리운바람 한점 파도에 밀려와한여름 밤의 꿈을 꾸어 나간다
김종섭
"할머니!" " 왜야." " 유나 깼어?"재잘거리는 유쾌한 목소리와 함께 유나가 이층에서 내려오며 부산한 아침이 시작 된다. 내가 일찍 일어나 준비해 둔 잼 바른 빵, 바나나 반개, 계란 후라이, 우유, 야채 스프 그리고 여러가지 과일이 차려져 있다. 사과, 딸기, 블루베리, 방울 토마토, 포도 등등 거의 날마다 다섯가지 정도가 약간씩 종류별로 바뀌며 접시에 담겨진다.두살 반인 손녀는 요즘 들어 부쩍 자란 것이 눈에 띈다. 다행히 먹성이 좋아서 잡채부터...
박인애
끝없이 넘어지며뜨겁게 일어서는 바다 우리가 닿아야 할 푸른 시간들이거기에 모여 출렁이고 있다 높이 높이 솟아오르는 꿈도 잠재우고끓어오르는 혈압도 끌어내리고낮게 낮게 속사기며때로는 불끈거리며, 절망할 줄도 알고부서질 줄도 아는 바다 그러나 바다가 넘치지 않음은언제나 가장 낮은 곳에몸을 두기 때문이다
권천학(權千鶴) 시인
감자꽃 한 다발 2015.07.10 (금)
노란 꽃술을 내민 흰 감자꽃 한 다발을 남편이 말없이 건넨다. 수확기를 앞두고 감자 알을 굵게 만들기 위해 꽃을 따내는 남편 옆에서 나는 잠시 감자꽃을 들여다 본다. 희고 보드라운 꽃잎 가운데 샛노란 꽃술을 뾰족이 내민 감자꽃은 너무나 앙증맞다.키 큰 미루나무 가지에 모여 앉은 멧새들이 소리 높혀 재잘대기 시작한다.“하얀꽃 피면 하얀 감자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바람을 타는 억새들의 사열을 받으며 콜로니 농장으로 가는 길 풍경은...
조정
얼과 꼴 2015.07.03 (금)
한국을 떠나 밴쿠버에 온 지 십여년이 훌쩍 넘어갑니다. 더 이상 가면 안될 것 같아 서둘러 내려 버린 낯선 역, 이미 제 두 발은 이 땅을 어설프게 밟고 있었고  설레임과 새로움을 서둘러 담기엔 역부족이라 눈꼬리마저 파리하게 떨리고 있었던 순간, 머릿속에는 온통 숨막일 듯한 혼돈만이 윙윙거리고….. 밴쿠버는 제게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본디 논리적이며 철저한 성격도 아닌지라, 인생의 이정표를 새로 정하는 일에도...
이인애
뜨락의 단풍이 나를 섬겨 그늘을 만들고목련 나무는 우편의 전사처럼 내 옆을 지키며무수한 잎이 머리 위에서따가운 여름의 뙤양을 가려줄 때예쁜 암캉아지 두 마리 내 품에 와 안겨나의 심장이 사랑으로 고동을 친다왕이 되어 총애하는 후궁 났다고꽃을 손보던 왕비가 눈썰미를 찌푸리며지나던 참새들이 허다한 시녀같이재잘재잘 험담이다나는 가끔 왕처럼 대접을 받고시중을 드는 무리에 둘러싸여 밥을 먹는다깨끗지 못한 수족을 위해선 물수건을...
김경래
한국전쟁이 끝나고 재건 운동이 한창이던 50년대 말, 한 소년의 고향에서는 다양한 춤사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뒷산 마루에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한 진달래 꽃은 빨간 꽃잎을 연신 떨며 정열적인 탱고의 유혹을 담아내고, 기웃기웃 조용히 올라오던 강아지 풀의 뽀송뽀송한 몸놀림은 지나가던 강아지의 마음까지도 간질이는 듯 했다. 겨우내 깊이 파여 물 고인 웅덩이에는 빙글빙글 올챙이가 끝 없는 부채춤을 추고, 그 수면 위에선 엿장수가 사뿐사뿐...
김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