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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정원
2016.01.01 (금)
이른 아침에 내린 비가작은 물망울 되어 마른 꽃대를 적신다그리운 밤 꿈길이 멀기만 하다 조금 느껴지는 온기땅은 아직 긴 잠 속에서기지개를 켜고혼자 웃음을 짓는다 꿀벌이 강한 바람을 안고청청한 하늘에오는 봄을 따라높이 떠 있다 어제, 봄을 찾아 멀리 떠났던 손님은해가 내린 땅으로 돌아와이제 안식을 취하고 작은 못에언 발을 담근다저만큼 다가올 봄을 담근다.
김석봉
아름다운 길들임
2015.12.26 (토)
“ ‘길들인다’는 게 뭐지?”“그건 사람들 사이에서 너무 쉽게 잊혀지고 있는 거지. 그건 ‘관계를 만든다’는 뜻이야.”“관계를 만든다고?”“그래.” 여우가 말했다.”넌 아직은 나에게 수많은 다른 소년들과 다를 바 없는 한 소년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난 너를 필요로 하지 않고, 너도 날 필요로 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게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어린 왕자가...
이인애
나에게
2015.12.26 (토)
우주가 찾아오는 집에 아침이 눈을 뜨면미명한 새벽 온세상이 하얗다 바닷가 언덕위 집은폭풍이 쉬어 가고 바람도 들러 가고그림자 뒤에 볕이 따라 오는데아직 나는 한포기의 풀도 정리 하지 못한채 벽난로 불길 속에 저무는 한해눈오기 전에 비 새는 창고도 고쳐야 하는데뉴스에서 뇌종양을 앓던 소녀의 사연이 가슴 아프다 생존율 0%의 불치병세살박이 소녀는 네명에게기적같이 생명을 선물 하고 떠났다 나에게 묻고...
전상희
크리스마스 트리
2015.12.19 (토)
성탄절이 다가올 때면, 이모님은 내 손을 잡고, 서대문에서 전차를 타고 광화문을 거쳐 효자동까지 데려가곤 하셨다. 이모님 집은 교회에 붙어 있는 사택이어서, 문 하나만 열면 바로 교회였다. 신기한 것은 풍금 옆에 세워진 소나무에는 색종이로 만든 고리, 등, 그리고 여러 꽃들이 장식되어 있었고, 사탕이며 캬라멜도 달려 있었다. 풍금을 치는 언니는 중학생인듯 했는데, 성탄송을 연주하는 모습이 꼭 천사와도 같았다. 성탄절에는 맛있는...
앤 김
내리는 눈(雪)에게
2015.12.19 (토)
알고 왔느냐 지구에 내리면 녹는다는 것을녹으면 없어진다는 것을아홉 달 어두운 벽을 헐어버린 너바람가슴에 안겨 펄 - 펄 - 흩날리며지구에 내려오는 그 까닭을 작은 햇살에도 숨소리 한번 없이 녹아버리는그래도 너에겐 절망의 눈빛 어디에도 없구나녹아 없어지는 것이 어디 너 하나뿐이겠느냐 온몸을 찢어서 물이 되는 너물은 강으로 흐르고그 강물 다시 흘러 바다를 채우는데 사라진다는 것은영원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 너는...
김시극
또 하나의 별을 떠나 보내며…
2015.12.11 (금)
옛날 어느 마을에 두 아내와 함께 사는 남자가 있었다고 한다. 한쪽 아내는 남편보다 훨씬 나이가 많았고, 다른 편의 아내는 반대로 나이가 훨씬 적었다고 한다. 이 두 아내는 모두 지극정성으로 남편을 사랑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런데 연상의 아내는 나이 어린 남편과 산다는 것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남편이 집에 올 때마다 기회를 봐서 남편의 검은 머리카락을 하나 둘씩 뽑기 시작했다.그러나 젊은 아내는 이와는 정 반대로,...
김덕원
12월을 달리며
2015.12.11 (금)
한 세월의 종착역입니다시간의 나래에서 베짱이처럼 지내던 날을 지우며 이마를 낮춰 손끝에 가시가 돋고발목이 가늘어지도록 달려왔습니다 대못이 박히고 무릎 꺾는 날도 있었지만발자국마다 반성문을 각인한 후 낡은 지갑은 늘 배가 고파도철든 눈동자엔 겁 없는 미소가 찰랑댑니다 겨울나무처럼 허울을 벗고 나니어느 별에 홀로 떨어져도 삽을 들겠노라고앙상한 발가락이 박차를 가합니다 그토록 기다리던 새봄이 오지 않는다...
임현숙
늙지 않는 여자
2015.12.05 (토)
잠을 자다 딸의 잠꼬대에 눈을 떴다. 너무 더운지 딸은 몸부림을 치더니 할머니 품으로 기어든 후에야 다시 잠이 든다. 난 모로 누워 잠정신에도 딸을 끌어다 토닥이며 자는 엄마와 그 옆에 누운 두 딸들을 바라본다. 딸과 엄마라는 이름으로 순환되는 여자 삼대가 그렇게 누워있는 상황이 새삼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엄마는 새근거리는 딸들에 비해 숨소리마저 탁하다. 가까이 보니 엄마의 얼굴빛은 불그레한 딸들과 비교해 칙칙한 저녁...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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