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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015.11.20 (금)
 나는 한 달 전 엄청난 일을 결정해야하는 사건 앞에 섰다. 그것은 한사람의 생사를 결정해야하는 일이었다. 그 한사람이 바로 남편이었다. 교통사고로 11년이나 남의 도움으로 살아왔던 남편이 요즘 들어 배가 부르면서 공기가 가득 든 축구공마냥 딱딱할 때가 많았다. 배를 마사지하듯 만지면 언제부턴가 하지 말라며 싫어했고 등창을 막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등을 두드리는데 역시 싫어했다. 그러던 남편이 하루 저녁에는 침대에서...
심현숙
묘지석 앞에서... 2015.11.13 (금)
한동안 쉬다가 새롭게 시작한 사업체에 출근하기 위해서는 랭리 브룩스우드 공원묘지를 지나치게 된다. 인근에 레크레이션센타와 주택가 한복판에 그야말로 정원과도 같이 조성된 묘지 앞을 지나치노라면 그야말로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평소엔 그렇게도 갖추기 어려운 겸손이 저절로 생겨난다. 13,4년여쯤 전, 아직 혈기가 왕성하고 필부필부(匹夫匹婦)의 삶보다는 이민을 선택한 개척자로서 가슴속에 야망이 불타오르던 시절, 이 세상에...
민완기
-2015 세계한글작가대회출연작품  나는 늘 어머니의 혀 위에 자리 깔고 논다자며 깨며 놀며,생각하며 말하며 쓴다ㄱ ㄴ ㄷ ㄹ .....ㅏ ㅑ ㅓ ㅕ .....서로 기대고 받치고 세워가며기둥삼고 지붕삼아 그 터에  짓는 집나는 오늘도 영혼의 집을 짓는다 생각이 있다한들 전달할 방법이 없다면,뜻이 있다한들 담아낼 그릇이 없다면,혀가 있다한들,눈과 귀가 있다한들,글이 없었다면,모국어가 없었다면, 꼬부랑 글씨로 꼬부랑꼬부랑 달리는...
권천학
“집밥 이야기” 2015.11.06 (금)
 지금  한국의 T.V.방송에서는 “집밥”과 관련된 프로가 한창이다. 각 방송사 마다 요리사들이 등장하여 음식을 만들어 보여주는 것 즉 “먹방”이라 불리고  있다. 심지어 백년손님에서 예전 유명 씨름선수의 장모님까지 이 먹방의 한 자리를 차지하여 활약 중이다.생각해 보면 사람이 살아가는 데 제일 중요한 것이 “먹는 일”이다. 잘 먹어야 건강하고 사회생활을 열심히 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 말에 “밥이 보약이다”란 말이 전해...
김유훈
가을의 해부학 2015.11.06 (금)
가을의 입자를 채집 중이다바람의 알집을 깨고 노른자를 주워담아성형외과 용 집도의의 칼로 채집된 조각을 분해하여각 사람에게 배달되는 쓸쓸함이란 범죄형 유전자를 도려낸다푸석한 낙엽의 옆구리에선비녀가 꼽혀 무거워진 것은 아닌지 확인한다 미녀의 비녀를찰랑거리는 머리 사이로가지에 매달려 흔들릴 때문풍지 너머 훔쳤었다갈망이라는 글자 그때 알았는데다 지고 나니 추억으로만 남았다떨어진 것이 왜 달린 것보다 가벼워야 하는가물...
김경래
막상 두고 가려니 못내 아쉽기만 하다.처음부터 내 것은 아니기에 욕심을 부릴 처지는 못되지만, 욕심을 낸 들 내 손에 쥐어 질것도 아니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조차도 실은 우스운 일이다.작은 아들아이가 밴쿠버에서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을 했을 때 부터 언젠가 내게 지금과 같은 일이, 일어 날 수도 있다는 걸 예상 했어야만 했다. 그랬다면 떠나는 것에 대한 회한이 그리 크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이사 날을 넉 달여 남겨 놓고, 첫번째...
줄리아 헤븐 김
 안봉자  거울 속에낯익은 가슴 하나오래된 세월 무디어진 머리에 이고마주 바라보고 서 있다 지난여름반짝이던 초록빛 드레스들은 이제 속절없이 누우레지고     떨어져 지천으로 뒹구는, 거기 거울아, 거울아예쁜 꽃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요기다리고 기다리면 행여다시 돌아올까요? 아아, 따슨 햇볕이 이리도 고파요! 날개 큰 바람이 시도 때도 없이 회오리 돌고허리 시린 계절이어질어질 황혼의 재를 넘는,거기....
안봉자
결국, 혼자 돌아가는 길 산허리엔 붉은 단풍, 노란 가을 봄 산에 만개했던 바로 그 진달래다, 개나리다 봄은 그때 이미 빨갛게 노랗게 가을을 수 놓았었고 가을 또한 이제 올 봄을 맞기 위해 울긋불긋 잎사귀부터 치장하기 시작했다 봄과 가을은 항상 거기에 같이 있었다 단지 같은 몸뚱어리에 겉옷만 달리 걸쳤을 뿐 단지 삶의 늪에 빠진 우리가 미쳐 눈치채지 못했을 뿐 한 발짝을 비켜서지 못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사느냐 귀한 것, 소중한...
백철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