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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2016.10.29 (토)
사람은 기억으로 산다기억을 통해그리워하고 사랑하고기억을 통해비로소 너는 내게 의미가 된다오늘 내가 너를 사랑함은오늘 내가 너를 믿음은내가 너를 기억하기 때문이니기억은 너와 나를 잇는 다리이다때로는 망각이슬픔을 가라앉히는분노를 삭이는치료제가 되기도 하지만나도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너에 대한 기억을 잃는다면너는 더 이상 내 안의 존재가 아니다수 많은 기억을 잃는다면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다
송무석
도토리 키 재기 2016.10.22 (토)
     처음 밴쿠버에서 살다가 앨버타 북쪽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을 때 가장 걱정스러웠던 건 이곳의 추위였습니다. 마른 체형에 항상 손발이 차서 마이너스 40도까지 내려가는 겨울나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아직 10월 중순밖에 안됐는데 오늘도 하늘에선 부지런한 선녀님들이 하얀 눈꽃송이를 펑펑 뿌려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젠 뒷마당에 차곡차곡 쌓이는 눈을 보면서도 여유 있는 미소를 지을 수 있답니다. 내겐 아무리...
박정은
아지랑이 나른한 봄 언덕시오리 길 바삭이는 넋두리아카시아 파릇한 새순에 걸어두고단발머리 종달새 둘 하늘 풀어 달린다5월엔아카시아 꽃 주렁주렁실 바늘에 꿰어꽃팔찌 꽃목걸이 꽃왕관 두른 여왕되고노란 잎이 방울방울 눈물되어 흩날리면예감해온 이별 앞에가을을 글썽였다내안 깊숙히 흐르는기다림의 강가에그리움 자아내는 하얀 가시처럼별 뜨고 지는 서러운 세월의 그루터기 되어봄 불러 그 언덕에 파릇파릇 새순 지피고5월되면 실 바늘에...
류월숙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도종환)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조용히 사랑한다는 것입니다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자연의 하나처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서둘러 고독에서 벗어나려하지 않고 기다림으로 채워간다는 것입니다 비어 있어야 비로소 가득해지는 사랑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몸 한쪽이 허물어지는 것과 같아골짝을 빠지는 산울음...
번역 로터스 정
얼마 전 뉴스에서 보는 고향 소식이었다. 벌써 추석 명절을 앞두고 민족대이동이 시작되었다. 복잡한 차량 행렬과 지루하게 기다리는 가족들의 모습이 하나같이 지쳐 있다. 그것을 지켜보며 마음대로 갈 수 없는 내 처지 또한 안타까울 뿐이다. 공중에서 촬영한 긴 차량 행렬 너머로 펼쳐진 그림 같은 가을 풍경에 더욱 마음이 쏠리기 시작했다.   “한 폭의 서예 족자를 보는 것 같습니다.” 25시의 작가 게오르규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권순욱
꽃등을 켜고 2016.10.08 (토)
나이탓이아닌게다마음의등불이까막까막한게설레임이잦아들고분별의날도너무벼려이젠사랑못하리라그리여겼었다버려둔묵정밭에성근볕물고수줍게매달린꽈리한줄기,불현듯소녀를불러와마음에환한꽃등피어난다나이탓이아닌게다꿈이여윈탓이지
김해영
나만의 천사 2016.10.08 (토)
나는 손녀하고 놀기를 좋아한다. 미장원 놀이도 하고 가게 놀이도 한다. 나는 손님이 되고 손녀는 주인이다. 미장원을 차려 놓고 머리도 자르고 파마도 한다. 마음에 잘 들게 예쁘게 꾸며 주어야 한다. 빗으로 빗어 내리며 층이 지지 않게 잘 잘라야 한다. 이리 자르고 저리 자르며 뒷거울을 보여 준다. 이렇게 장난감 가위로 가위질을 한다. 마음에 드냐고 묻는다. 나는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다시 해달라고 지적한다. 손녀는 열심히 빗어 내리며...
김진민
갈대의 서신  가을입니다지성, 성숙, 그리움, 고독,그 투명한 단어들이기도처럼 가슴에 둥지 트는 계절입니다 9월 한낮의 살찐 태양에어린 밤송이들 토실토실 살이 오르고별빛 흥건한 풀숲은귀뚜리 모여 앉아 현絃 타는 소리감미롭게 밤과 함께 깊어갑니다 나는 허허 비워 가난한 가슴작은 바람에도 커다랗게 흔들리며들판 가득 청자 빛 하늘을 이고서흰 스카프 목에 두르고 가을 길에 섰습니다 깊을수록 손끝 시린그리움, 그 소슬한...
안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