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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작태(作態)
2017.03.18 (토)
샛바람 강 건너온다눈비 젖던 나뭇가지에수상하게 올라탄다꽃몽울 쌔근쌔근뽀시시 웃음 한창마파람 논밭 질러온다낯익은 산과 들판은짙푸르게 차려입고밤늦도록 무도회장으로갈바람 산 넘어 불어온다낙엽 지는 밤길에볼이 붉은 동자승(童子僧) 서넛밤새워 걷고 걷고 또 걸어새벽녘 아케론* 강기슭에 이르려나높바람 절벽아래 달려온다계곡에 부러 나는 적설(積雪)깊어가는 하얀 침묵, 술 취한 바람이침묵을 잘근잘근 씹는다바람은 오고바람은...
김시극
新春斷想
2017.03.11 (토)
밴쿠버에 이민을 와 16년을 넘게 사는 동안 금년 겨울처럼 많은 눈을 보긴 처음인 것 같다. 그것도 공교롭게 주말을 끼고 폭설이 내린 날이 많아, 매 주일마다 작은 교회에서는 심지어 예배인원을 걱정해야 한다는 말까지 들릴 정도로 이상 폭설이 지속되었다. 시절은 어느새 3월로 접어들어 우수, 경칩을 지나 바야흐로 새순과 어린 싹이 고울 시절에 그야말로 ‘춘래 불사춘’인 셈이다 이번 겨울이 일기(日氣)만 그러했던가?...
민완기
눈보라
2017.03.11 (토)
눈의 터널을 건너 온 하얀 밤의 할리팍스옛 도시의 스토브에접어둔 그리움들을 모아 늦도록 태운다 뜨거워도참을만 해서 참나무고만 고만한 삶 키재는 도토리 나무근심 많은 신문지들가지 많은 삶의 껍데기들활활 높고 거센 숨결 밤새 몰아쉬고나무가지 안고 몸서리치는야수 같은날 한기가뿌리째 타는뜨거움 안겨줄 천둥불이 온다면그 곁에밤새도록 무너지고 싶어라 무수히 눈 맞추며깊도록 잠못 이루는투명한 하늘과푸른 눈보라
전상희
아침 산책
2017.03.04 (토)
올해가 몇 년인지 가끔은 그렇다. 016년인지 017년인지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짧은 시간 그런데도 지루하게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시간만 간다. 내가 매일 같은 일을 반복 해서 하는 것이 있다. 새벽 5시 기상 새벽 기도를 마치고는 4ㅡ5Km를 걷는 것이다. 경관이 좋은 바닷길이다. 이 길은 만든 지 100년이 넘는 길이라 한다. 이곳 선조들의 노고에 우리들은 즐기며 사색 하기에 참으로 좋은 길이다. 이러한 곳 가까이에 내가 살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첫 번째...
김진민
꽃의 짓
2017.03.04 (토)
상큼하다 했더니 웬걸 앙큼하다소리 없이 피더니 임의 마음 하나 훔쳐갔다정신줄 놓은 사이에 내 공들인 사랑은 헤벌쭉해졌다새침한 것, 발랄하기만 하다봄을 웃음의 공동묘지로 만들어 놓았다온갖 죽어야 할 것들이 즐비한 땅 위에 발 디딜 틈 없이 피어정신줄 놓고 있어도 온 땅이 히죽거리게 하고 있다괘씸한.
김경래
꽃피는 봄이 오면
2017.02.25 (토)
지난겨울은 이곳 밴쿠버의 날씨가 매우 추웠다. 그리고 눈까지 많이 내렸다. 곧 3월이 오면 남쪽에서부터 꽃 소식이 들려오겠지. 이번 겨울은 이곳뿐 만 아니라 한국도 매서운 한파와 눈이 많이 내렸나 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고국은 정치적 한파가 온 나라를 뒤덮었다. 한 방송국의 조작된 보도로부터 시작된 언론선동, 그리고 촛불이 민심이란 이유로 국민이 직접 뽑아준 대통령을 탄핵하고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려 하였다. 글쎄, 아무리...
김유훈
아버지
2017.02.25 (토)
나 어릴 적 동산에한 그루 늠름한 거목이 있었습니다나도 그 나무처럼 되고 싶었습니다하지만 그 나무는 너무 높고 우람했습니다시간이 흘러 내가 당신만큼 커져거목의 마음을 읽게 되었습니다곁에서 다정하게 지저귀는 새들도 없이우직하게 높이 서서 바람을 눈비를 말없이 견뎌야 했던잎들만이 아니라굵직한 가지마저 잃어가는쇠약한 당신을 봅니다겨울을 부르는 비바람이 당신을 흔듭니다당신을 넘어서려 했던 노력들이결국은 당신을...
송무석
실타래 속에 감춰진 ‘배려’의 또 다른 얼굴
2017.02.18 (토)
내가 초등학교를 입학하던 그 시절에는 외삼촌댁에 사시는 외할머니께서 우리 집에 오실 때마다 양 발에 무명 실타래를 걸어 놓고 실을 감고 계시는 모습을 보는 건 흔한 일이었다.때때로 나는 할머니의 양 발에 걸렸던 실타래를 나의 두 손에 걸어 놓고 할머니를 돕기도 했고, 그것이 무료해질 때쯤이면 실타래를 할머니의 두 손에 걸어 놓고 내가 실을 감아 나가기도 했다. 할머니와 내가 서로 호흡을 맞춰 양손과 어깨를 들썩이며 움직여 실을 감아...
섬별 줄리아 헤븐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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