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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를 입학하던 그 시절에는 외삼촌댁에 사시는 외할머니께서 우리 집에 오실 때마다 양 발에 무명 실타래를 걸어 놓고 실을 감고 계시는 모습을 보는 건 흔한 일이었다.때때로 나는 할머니의 양 발에 걸렸던 실타래를 나의 두 손에 걸어 놓고 할머니를 돕기도 했고, 그것이 무료해질 때쯤이면 실타래를 할머니의 두 손에 걸어 놓고 내가 실을 감아 나가기도 했다. 할머니와 내가 서로 호흡을 맞춰 양손과 어깨를 들썩이며 움직여 실을 감아...
섬별 줄리아 헤븐 김
서걱서걱산 능선 마다길 떠나는 바람 소리봄 여름 가을 지낸잎들 다 내려 놓고혹한 앞에 버티어 선나목의 독백까만 창번개 치고 천둥 울어잘게 잘게 부수고아집의 꼬챙이 부러지고헐렁해 진 삶의 숨비안으로 안으로 여민 채기다림의 저 끝하얀 가시의 밤을 건너빛나는 가슴으로 아침이 오려나
류월숙
오해(誤解) 2017.02.11 (토)
프랑스의 작가 알베르 까뮈(Albert Camus)의 오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어느 늙은 모녀가, 유럽 중부 외딴곳에서 여인숙을 경영하고 있었습니다. 오래전에 아들 하나는 가출을 했고, 삶은 나날이 가난해지기만 하고 한없는 고독과 시련 앞에 설상가상으로 나중에는 끼니를 걸러야 할 만큼 어려워졌습니다. 마침내 모녀가 생활고로 인해 부유한 사람들이 방에 묵으면, 살해한 다음에 금품을 챙기고 시체를 강에 던져 버리는 엽기행각을 저질렀습니다. 한...
권순욱
Oh! Motherland 2017.02.11 (토)
아, 조국(祖國)                     박두진 한번쯤은 오늘 아침 조국을 불러보자.한번쯤은 오늘 아침 스스로를 살피자. 바람과 햇볕살과 江줄기와 산맥 사이살아서 길리우다 죽어 안겨 품에 묻힐, 조국은 내가 자란 육신의 고향조국은 나를 기른 슬픈 어머니. 白頭 먼 天池 위에 별이 내리고南海 고운 漢擊 아래 파도 설레는 지금은 열에 띄어 진통하는...
Lotus Chung
겨울바다 2017.02.04 (토)
한 장의 아름다운 수채화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여명의 순간,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려고 온통 주위는 감동의 순간을 만들어낸다.멀리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산봉우리엔 흰 눈이 쌓여있고 하늘은 붉은 색들의 향연이다. 그 사이로 높이 날아오른 갈매기들이 부드러운 몸짓으로 춤사위를 펼치고 해는 서서히 그 자태를 나타낸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내다본 일출의 순간은 한 번도 같은 그림을 그려낸 날은 없다. 고향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아니지만...
김베로니카
봄은 오고야 만다 2017.02.04 (토)
봄은 눈으로 온다흰 솜이불 아래 연두색 풀빛으로언 땅 뚫고 나온 크로커스의 여린 입술로 봄은 귀로 온다얼음꽝 아래 졸랑거리는 도랑물로봄 빨아들이는 나무의 힘찬 박동으로 우리의 봄은 아직 멀었을까눈에 귀에 봄빛 선연한데살갗 파고드는 한기 가시지 않아 아린 겨울 난 나무가 더 튼실하다지긴긴 어둠에 지쳐있는뿌리에 희망의 흙손 한 삽 덮어주고 겨울이 깊으면 봄이 더 찬란할 거야꽃샘한파에 떨고있는무명의 풀들에게...
김해영
도시락 2017.01.28 (토)
소설가 조양희씨가 쓴 <<도시락 편지>>라는 책이 한동안 인기 도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저자가 아이들 도시락을 싸면서 함께 적어 넣은 쪽지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이 책이 인기를 끈 까닭은 도시락과 함께 담은 엄마의 마음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나의 학창 시절에는 누구나 부모나 다른 식구가 싸준 도시락을 가지고 다녔다. 내가 어릴 때는 가장 흔한 도시락 반찬이 아이들이 '염소 똥'이라고 장난치고는 했던 콩장과 멸치 볶음...
송무석
가불(假拂) 2017.01.28 (토)
해 묵은 달력을 볼 적마다찌르르 르 … 내 명치끝이 신음을 한다아마도 추억이 된 기억들이 아픈가보다 한때 반짝이던 봄 바다와     여름날의 탱탱하던 정오(正午)부도(不渡)낸 새해 각오들과     빗나간 어떤 약속  지친 태양이 해협 건너 능선에 걸터앉아서날아온 긴 하루를 충혈된 눈으로 건너다본다이제 곧 하늘이 별들의 교향곡을 연주하리라 –-     어둠이 짙을수록 음악은 더욱 장대한 것.오늘 밤...
안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