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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으로부터 싸늘한 바람이 달려오나 싶더니 새벽부터 내린 눈이 자동차 지붕마다 고봉 밥 처럼 소복소복 쌓였다. 출근길에 바쁜 마음 총총걸음인데 가지각색의 우산들은 새하얀 눈을 살포시 이고 간다. 보슬보슬 눈이 오다말다 하지만 오늘은 진종일 눈이 올 것이라 예보했다. 등산 가기로 약속한 오명숙은 눈이 와서 더욱 좋다고 친구와 같이 온다고 했다. 우리는 불광동 전철역에서 만나 북한산 비봉으로 갈 약속을 했다.   1983년 도봉산과 함께...
이순
기억 2015.02.27 (금)
모두가 잊었다나의 비루(鄙陋)한 기억들 모두가 잊었다나의 비상(飛上)의 기억들 알고 있다나만 붙들고 있다나만 붙들려 있다 버리고 싶은 대로간직하고 싶은 대로버거운 대로사소한 대로 크고 작은 파도마다모래사장에 궤적을 남기듯가고 오는 계절마다조개껍질의 무늬를 새기듯 그 기억들이나를내 사람들을내 세계를만들었다 그러나 또한 안다그조차 바래고왜곡되고 파괴되고마침내는 사라지리라는 걸 이제는...
이재연
은자와 젊은이 2015.02.20 (금)
한 젊은이가 나이 많은 은자隱者를 찾아왔다.사람은 왜 늙으면 병들고 죽어야 합니까?“인생에는 항상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있네. 늙은 사람만 죽는 것이 아니고 젊어서 죽는 사람도 많다네. 삶이 있기 때문에 죽음이 있는 것이니 그것을 꼭 노인에게만 국한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이라네.”누구나 다 오래 살기를 원합니다. 장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인명은 재천이라 해서 사람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 죽고 사는 일이지. 그러나...
심현섭
꿈의 재생 2015.02.20 (금)
하늘이 너무 높아요.별을 딸 수가 없네요.달나라에서 방아 찧는 토끼도 보이지 않아요.어렸을 땐 세상 모르고 자라죠.달리기하다 넘어져 무릎이 깨져 울어도울지마라, 울지마라, 강해져야 한단다.어른들은 항상 이것저것 안된다, 하지 마라, 위험하다는 말을 해요.아이들은 별것 아닌 것에도 웃음이 터져 나와요. 웃으니 행복해져요.빨리 어른이 되기만 바랬죠.아이의 눈으로 보는 시각이 너무 작은 것 같았거든요.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었어요.그러나...
혜성 이봉희
요즈음 화제인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했다. 보면서 많이 울었다.   이 영화는 6-7살 된 어린 아이가 흥남부두에서 미군군함에 오르던 중 등에 업고 있던 동생의 손을 놓쳐 잃어버리고 만다. 그  여동생을 찾으려고 배를 내려 간 아버지와 생이별한 장남의 험난한 일생을 그린 영화이다.   1950년 남북통일을 코앞에 두고 중공군의 급습으로 미군이 흥남부두를 철수 할 때의 모습을 리얼하게 재연했다. 군함간판에서 젊은 한국인...
심현숙
대나무 주신 뜻은 2015.02.14 (토)
ㅡ 늘샘 큰 스승님의 건승을 기원 드리며꽃들이 다 진 그 자리잎들이 다 사위어 진  그 자리 독야 청청 바람 벽으로우뚝 선 청대 (靑竹) 삼동을 향해 짐짓 보란 듯그 어엿한 용태 어느 비바람에도 결코 꺾기지 않을서슬 푸르런 얼로 나부끼느니...... 맨 처음 늘샘 댁 가 뵙던날화원의 그 많은 꽃들과 교목들 중유독 늘샘을 닮았다 여겨지던 나무 그 대나무 힘겹게 뽑아와저희 집에 심게하신그 깊은 뜻 무엔지곰곰 되세겨 봅니다....
늘물 남윤성
거칠고 우울했든 길고 긴 애기는 이제 끝이 났다오.함께 아파하고 울어주든 내 사랑하는 이들이여!  별들도 눈물짓든 남루한 묵은 얘기도 이제 끝이 났나니눈먼 행복에서 달려 나온 젖은 옷을 훌훌 말리고 싶네.그리하여 덧없었든 것에서 풀려난 축배를 들겠네.슬픈 눈물의 노래 속 나의 일탈逸脫을 자축하려네.하늘의 새들도 지상의 꽃들도 덩달아 축배를 들어주네 그려.  아프면 아프다 말해야 하는 것이 진리라는 것을 알아갈 때철들어진 나를...
강숙려
밥 짓는 여자 2015.02.06 (금)
휴우! 한 숨이 저절로 나온다.    일 시작하고 부터 끝날 때 까지 등골에 땀을 몇 번이나 흘려 버렷던가.   한 공간 안에서 시간이 멈춘 듯 눈과 코와 입이, 아니 두 손까지 각자 움직여서 만들어낸 음식들은 수고에 비하여 너무 약소해 보이는 것 같다.   음식들을 서버에게 인계하고 나는 잠시 과거로 돌아 간다.   내가 아이들을 키울때는 나의 귀여운 자식들이 쏙쏙 받아 먹는게 신기하고 예뻐서 열심히 요리를 햇다.   제비...
김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