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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락의 단풍이 나를 섬겨 그늘을 만들고목련 나무는 우편의 전사처럼 내 옆을 지키며무수한 잎이 머리 위에서따가운 여름의 뙤양을 가려줄 때예쁜 암캉아지 두 마리 내 품에 와 안겨나의 심장이 사랑으로 고동을 친다왕이 되어 총애하는 후궁 났다고꽃을 손보던 왕비가 눈썰미를 찌푸리며지나던 참새들이 허다한 시녀같이재잘재잘 험담이다나는 가끔 왕처럼 대접을 받고시중을 드는 무리에 둘러싸여 밥을 먹는다깨끗지 못한 수족을 위해선 물수건을...
김경래
한국전쟁이 끝나고 재건 운동이 한창이던 50년대 말, 한 소년의 고향에서는 다양한 춤사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뒷산 마루에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한 진달래 꽃은 빨간 꽃잎을 연신 떨며 정열적인 탱고의 유혹을 담아내고, 기웃기웃 조용히 올라오던 강아지 풀의 뽀송뽀송한 몸놀림은 지나가던 강아지의 마음까지도 간질이는 듯 했다. 겨우내 깊이 파여 물 고인 웅덩이에는 빙글빙글 올챙이가 끝 없는 부채춤을 추고, 그 수면 위에선 엿장수가 사뿐사뿐...
김덕원
오 캐나다 2015.06.26 (금)
그대는 제다른 피부 색깔 민족들의제다른 언어와 풍습과제다른 문화와 예술이 아우러진아름다운 모자이크 그림 액자 태평양과 대서양, 빛나는 두 대양 사이에서도시들은 다민족 문화로 풍요롭고대평원은 황금빛 밀밭의 요람강들은 꽃과 초목들을 살찌우나니 그대, 젊고 착한 캐나다여,꿈꾸는 자에게는 무한한 꿈을 안겨주고모험가들에게는 끝없는 모험을 제공하는축복받은 기회의 땅이여. 그대의 품 안에서우리는 평안과 안식을...
안봉자
핏빛 꽃잎들 2015.06.19 (금)
참 긴 터널이었다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었던가별빛 다 쓰러져 버린 날별빛 그리워 눈물짓는 날 섬나라철썩이는 세상파도에 곤한 몸 웅크린 채 새우잠 드는 섬들 기다림과 그리움그리고 서러움과 또 애닮픈 것들 때론 이 섬과 그 섬 이어주는 무지개다리그 아래 세월강 거품 물고 흐르고 끝내 흐르지 못하는 너의 얼굴발목 묶인 채 제자리 부유하는 익사체 봄이 온단다너는 아직 그 자리 맴돌고 있는데 터널만큼이나 긴...
백철현
Let it Be, Let it Be 2015.06.19 (금)
           오월 초 한국에서는 폴 매카트니가 콘서트를 하고 갔다고 한다. 존 레논의 스키플(1950년대에 유행했던 재즈와 포크음악이 혼합된 형태의 음악)밴드를 바탕으로 1960년도 영국 북서부의 항구 도시 리버풀에서 결성된 비틀즈는 록 시대에 가장 위대하고 영향력 있는 그룹으로 각광을 받았다. 폴 매카트니는 비틀즈의 한 멤버로 여러 명곡들을 직접 작곡한 Singer Song Writer이며, 그들의 노래 중 이십여 곡이...
앤김
수박을 먹다보면 2015.06.12 (금)
빠~알갛게잘 여문수박을 먹다보면생각이콱 찬 아이를 보는것 같아단물이 흥건히고이는 걸 보면그 녀석은 분명 진국일 거야햇살을 자알받은 탓에내 머리 속에도생각의 씨앗들이꼭 꼭 꼭 여무는 것 같아가슴 속에도사랑이
이봉란
싱글맘이 된 딸 2015.06.12 (금)
미혼모란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우게 된 여성을 말하고, 싱글맘이란 자기가 원해서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여성을 지칭한다고 한다. 한국도 이젠 갈수록 혼자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늘다보니 이런 세분화된 호칭까지 생긴 것 같다. 갑자기 싱글맘 이야기를 꺼낸 건, 고등학생인 딸이 얼마 전에 치렀던 ‘3일 동안 싱글맘 체험하기’, 바로 그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싶어서다.           딸이...
박정은(Kristine Kim)
실존주의 철학용어 가운데 한계상황 이란 것이 있다. 이는 삶의 정황이 너무나 힘든 상태로, 마치 죽음 앞에서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극한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와 같은 상황 앞에서 인간은 대체적으로 도피하려 하거나 현실에 눈을 감아버림으로써 자기 존재가 상실되는 길로 빠져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반대로 그와 같은 상황 가운데서도 진지하게 그 과정을 성찰하노라면 하나뿐이며, 한 번 뿐인...
권순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