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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나가고 있는 이 날. 수많은 오늘을 보냈다. 내일이 꼭 오리란 생각도 없이 흘려보낸 수많은 오늘이 있었기에 내가 이렇게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높으신 분께서 베풀어준 자비로 이어진 내 삶이 오늘에서야 참 복 받은 행복한 인생이었단 생각이 든다. 매일 즐거운 날들이었다고는 하지 못하지만, 또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든 날도 있었겠지만 지나고 보니 그 또한 나에게...
김베로니카
울 엄니 / 강숙려 2016.05.06 (금)
사는 일  그리 만만한일 아니기에 숨 죽여 울던 날도 있었니라  들국화 아름 피어 시냇물에 얼비치던 날  가을비 촉촉이 내려 등성이가 오소소 추워져  햇살 한줌이 그리 그리운 날도 있었니라 일찍 떠나 아무 기억도 사라진 아버지 잊은 지 오랜  등꽃 피던 날 아침처럼 휭 하든 기억도 이제 세월을 이고 한 줌이나 될까 모를 울 엄니 가는 허리...
강숙려
밴쿠버의 4월, 정말 아름답다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계절이다. 시내 곳곳을 다녀봐도 정원과 같은 꽃길이 수없이 널려있다. 이 아름다운 도시에 내가 와서 살게 된 것은 운명인지 필연인지 잘 몰라도 나에게 행운이 아닐 수 없다. 25년 전 지금과 같은 봄날, 우리 가족은 유학생인 나를 따라 밴쿠버 공항에 도착하였다. 당시 나는 처음 본 꽃길과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무척...
김유훈
사월의 바다는해안을 연모해가슴을 앓는다, 내닫는다멀리 벽걸이 속 엄마는아무것도 모르는아기의 손을 잡고아장이며 걷는다해안은 긴 수신소하얀 파도의 모르스 부호는연이어 도착하고깃발을 닮은 사월의 바람은해안을 펄럭이고무수한 말을 쏟아낸다갈매기 하늘을 날아입에 물고온 소식은바다가 보낸 그 말은그만 파도에 묻혀 버렸다사월의 해안은 긴 수신소바다를...
김석봉
지난 한 해는 내게 그동안 뚜렷한 기억 하나 남겨놓지 않고 무심히 질주하던 여뉘 해와 달리, 달마다 소소한 시간의 기억 속에 기쁨과 슬픔, 고마움과 미안함, 즐거움과 아쉬움 그리고, 그리움이 배인 진한 여운을 많은 이야기 안에 담아 넣고 총총히 옮겨 간 해였다.영화 속에나 보았던 아름답고 환상적인 드레스와 멋진 턱시도를 갖춰 입은 아들 녀석의 로맨틱한 고등학교 졸업식을 비롯하여 많고 많은 일이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지만, 그중 내게...
섬별 줄리아헤븐 김
사월 2016.04.16 (토)
/ 사월은거리마다 꽃들의 웃음소리오일장 봄나물처럼온통 파릇한 설렘늙은 나무도 푸른 귀 쫑긋거리네물빛 하늘엔하얀 구름 수련처럼 피고내 마음 황무지엔 꽃불 번지네아, 사월에는귀 닫고눈 감고마음의 고요를 빌고 싶네.
임현숙
섬진강 변은 서서히 내리는 어둠 속에서 비안개를 뿌리며 젖어든다. 산등성이에는 마치 꽃 구름이 내려앉은 듯 신기루인 듯 희뿌옇게 군데군데 매화 꽃들이 피어있다. 아직 이른 듯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매화의 자태는 나를 매혹하기에 충분했다.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강 건너 매실 마을 기슭에 허연 무엇인가가 눈길을 잡는다. 매화의 무리다. 봄비는 속절없이 추적 거리고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가 이 세상 어디에 누워있다는 실감이 난다.아침...
김베로니카
달걀 옹알이 2016.04.09 (토)
나의 껍질을 벗겨다오온몸을 뒤집지는 말아다오가슴에 품은 태양 하나 아직도 식지 않았거늘나의 껍질을 찢어다오심장은 터트리지 말아다오뒤집어 아래위를 익혀다오가슴 한구석에 뜬 달 기울지 않았는데나의 껍질을 부셔다오목마르다! 우유 한잔 부어다오마음대로 뒤적이며 주물러 다오팔, 다리, 가슴, 아무데나나의 껍질을 산산조각 내다오.식초와 소금을 조금 넣던지반쯤은 실신토록 그래도 살아남아야 하는데끓는 물속에서나의 껍질을 벗기지...
김시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