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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트럭커일은 밴쿠버에서 목재를 싣고 미국, 즉 캘리포니아 주로 배달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I-5고속도로를 따라 이틀을 달린 후 삼일 째 건축 도매상에 물건을 내리게 된다. 그후 다시 카나다로 물건을 싣고 와야 하는 데 바로 근처에 실을 물건이 없을 때는 더 먼 곳에 가서 실어와야 한다. 가끔은  네바다 주 아니면 아리조나 주에 까지 가서 실어오기도 한다. 그리고 카나다로 오는 물품들은 그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철제...
유훈
12월의 길목에서 2017.12.13 (수)
철 지나가고 해 지나갈 때마다 주문처럼 외우던 수많은 약속의 다짐들이 새벽 이슬로 내리는 12월. 안개 속 가물거리는 내 안의 너를 보며 놓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미련으로 버리고 싶은 자책 잊고 싶은 후회 욕심으로 늘어진 추한 마음 퇴색되어 희미해진 기억들까지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고 눈을 감는다. 팔팔했던 기회의 순간들이 도마뱀 꼬리처럼 잘려나갔어도 이젠 그다지 서글프지 않다. 받아들이고 극복하며 살아온 반백 넘은 세월 위에...
장의순
앙증맞은 연 분홍빛 벚꽃망울이 거리 곳곳에서 봄 노래를 불러주던 올 초봄 난 밴쿠버 시온 선교합창단원이 되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곳엔 칠십을 바라보는 따님과 함께 오시는 기억력과 체력이 정말 믿기지 않는 구십세 단원도 계셨고, 뒷태가 삼십 대라 해도 믿어질 만큼 어여쁘신 팔십 구세의 단원도 계신다. 나뭇가지 위에 돋아나던 연둣빛 새순이 어느덧 제법 녹음이 짙어 갈 무렵, 내게 합창단은 소풍의 꽃이라 말하는 보물찾기 놀이를...
섬별 줄리아헤븐 김
겨울꽃 2017.12.08 (금)
긴 겨울이 시작 되었습니다 시인은 서쪽 하늘을 범하는 검은 구름을 보고 만 있습니다 비가 그치고 잔 빛이 앞뜰을 무대처럼 밝히는 날 선홍빛 꽃을 심겠습니다 꿈 속에서 보던 그 꽃을 마당에 심겠습니다 겨울은 비를 내리고 어두움을 내리고 꽃도 숨길 것입니다 아무도 보지 못한 그 꽃을 시인의 마음 속에 심은 그 꽃을 겨울은 봄을 기다리는 방랑자가 되어 가슴에 안고 계절의 길목을 서성이다가 가끔 시인의 앞뜰을 다시 찾을 것입니다 그리고...
김석봉
새벽 기도 1 2017.12.07 (목)
서시 뽀오얀 버들개지 속눈썹 살포시 여는 은밀한 시간 차가운 이슬로 정갈히 몸 씻고 새롭게 태어나는 순결한 이 시간을 당신께 바칩니다.   기지개 켜는 나뭇잎 새들의 달콤한 새벽 꿈 다독이며 바위틈에서 끊임없이 솟아나는 맑은 샘물 노래 소리 이 우주의 내밀한 속삭임을 고이 길어 당신께 바칩니다.   셀 수 없는 하늘의 별과 바람, 강물의 달 그림자 무루 모두어 둥근 한 마음 빨갛게 향불 사르고 나의 전 존재를 들어 온전히 당신께 모두...
임완숙
12월을 기다리며 2017.12.01 (금)
11월로 접어드니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계속 내린다. 회색의 하늘과 떨어지는 빗소리, 바람소리에 마음을 내 맡기며 우울한 날들이 계속된다. 10월은 화려한 나무들의 성장으로 아름다웠고 잎들은 아픔을 핏빛으로 토해내고 모든 걸 내려놓았다. 빨간색 노란색 아름다운 단풍과 파란 하늘이 언제나 내 곁에 남아 있는 듯 바라만 봐도 행복했다. 빗줄기 속에 떨어지는 나뭇잎을 바라본다. 붉디붉은 단풍잎들이 내리는 비와 바람 속에서 춤추듯이 땅으로...
김베로니카
가을이 그리는 수채화를 보노라면고즈넉한 풍경 한 점이 애틋합니다   가을이 무르익은 어스름 녘가로등 그윽이 눈을 뜨고소슬한 바람 한 자락 갈잎 지는 곳나처럼 외로운 벤치 하나   쓸쓸함이 황홀한 그 자리에 앉으면풍경 저편에 사는 추억이 천리마처럼 달려옵니다   풀빛 유년과 가난이 조롱하던 학창시절 바람에 흔들리고 싶던 청춘 능금빛 사랑과 가을 잎새까지 처연한 슬픔마저도풀잎처럼 꽃처럼 향기롭습니다 돌아갈 수 없는...
임현숙
붕어빵 먹는 법 2017.11.30 (목)
붕어빵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화제가 있다. 어디부터 먹느냐 하는 것이다. 그야 당연히 머리부터지,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꼬리부터 먹는다는 사람도 있다. 누구는 숫제 뱃가죽부터 먹는다. 붕어빵 하나 먹는 법도 사람마다 다르다.   예전에 나는 꼬리부터 먹었다. 단 팥이 많은 머리 쪽부터 베어 물면 뜨거워서 입술을 델 것만 같았다. 맛있는 쪽을 먼저 먹고 나면 팥이 들지 않은 꼬리 쪽은 먹기 싫어질 것도 같았다....
최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