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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일곱 날들
2018.06.11 (월)
조규남 / 캐나다 한국문협 뜨거운 태양 아래 멕시코 바닷가는 검은 모래도 탈색을 한다 검은 바위는 부서져 나와 햇살과 파도에 담금질 되고 검은색 모래 되어 탈색을 한다 희어서 흰 모래가 아닌 끝 모를 저쪽으로 늘어선 야자나무, 검은 바위, 흰 모래 시간을 비켜 세운 느릿 함 속에서 시간에 쥐어 짜인 "군집의 도시인"을 발가벗겨 부끄러움도 탈색 시킨다 햇살은 모래 위 아지랑이로 피어나고 물결은 모래를 적셔...
조규남
늙어서 사는 맛
2018.06.04 (월)
진정한 친구란 멀리 떨어져 살아도 늘 가까이 사는 사람처럼 가믐에 콩 나듯 전화해도 변치 않는 옛날 그대로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서 원하기만 하면 영상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으며 얼마든지 빠르게 소통한다. 그러나 진정한 친구는 요란스레 문자나 영상통화가 아니라도 그저 전화 한통이면 그거로도 족하다. 친구도 나이를 떡 먹듯이 먹어 치워 80이 휠 씬 넘어갔다. 70 때만해도 늙은 할머니가 뭘 그리 젊은 척하느냐고 늙음을 빈정댔더니...
김춘희
지금 여기
2018.06.04 (월)
저의 이름은 인간입니다내 이름은 행복이라 하지 저는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나도 자네에게 찾아지길 원하고 있지 하지만 당신은 아무 데도 없는 걸요그렇지만, 나는 늘 자네 가까이에 있다네 어디요? 어디요? 당신은 없어요, -아무 데도!여기! 여기! 바로 여기에; --행복은 멀리서 찾는 게 아니라자기 가까이서 발견하는 것이라네자네가 행복을 찾기 원한다면우선, 자네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안봉자
품위 있고 평안한 삶의 마무리
2018.06.04 (월)
지난주 대학 동기 모임에 참석했다. 56학번이니 62년이란 세월이 흘러 간 셈이다. 모두 들 새하얀 머리에 세월의 골이 깊숙이 파인 주름살로 산수傘壽를 바라다보는 모습들인데... 우리가 대학에 들어갔던 지난 세월만큼 시간이 흐른다면 내 나이는 124세. 그때 나는 이 모임에 분명 참석하지 못하리라. 게다가 나와 같이 82세인 사람이 겨우 91,308명이 살아 있다니. 나의 죽음이 막연한 것이 아니라 바로 내 곁에 서성이고 있는 것으로 느꼈다. 소름이...
최낙경
목단 자수
2018.06.04 (월)
외할머니와 아랫목에 둘러앉아목단 자수가 놓인 이불을 펼쳐놓고 실타래 감으면벌 나비가 날아 올 듯 했다외할머니는 어린 내게네 생애는 환한 달빛과 같아서고단한 여정에도 시련 없이 향기를 피운다면엉켰던 실타래처럼 잘 풀릴 거라 했다 우리네 삶도 따가운 바늘에 찔리며 목단 자수를 놓듯 붉은 피의 꽃 수를 놓을 수 있어야나비가 되어 자유로운 날개를 단다외할머니와 둥글게 실타래를 감으며 듣던 꽃 이야기는 잊히지...
강애나
분홍꽃
2018.05.30 (수)
알버타 북쪽의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다. 딱 잘라 일 년의 반이 겨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우리 가족이 이곳으로 이사를 온 건 겨울 중에서도 가장 춥다는 1월이었다. 주위를 사방으로 둘러봐도 보이는 건 하얀 눈뿐이었다. 꽁꽁 언 이 땅에도 과연 봄이 오는 걸까? 그런 불안감이 들 때마다 난 이삿짐을 쌀 때 거듭 확인하며 챙겨 온 분홍꽃 꽃씨를 펴봤다. 우리 가족이 캐나다에 첫발을 내디딘 건 2000년이었다. 땅을 바꾸면...
박정은
아내의 밥상
2018.05.30 (수)
가만히 받고 보면 내 심장이 한상이다창조의 질서가첫날부터 일곱째 날까지 상큼하게 양념쳐 있다 밤과 낮채소와 자연사람의 생기까지반찬 하나에우주를 버무렸구나. ~•~•~•~•~•~•~입만 즐겁고자 한다면 밥상을 받아들고 할 짓이 못된다. 하나의 나물에 버무려진 바람과 태양, 물과 시간, 그리고 여인의 사랑까지 다 통과하지 못한다면 수저에 손을 올리지 말아야 한다. 제아무리 맛있는...
김경래
바우고개와 나의 은사님
2018.05.30 (수)
“바위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 옛 임이 그리워 눈물 납니다고개 위에 숨어서 기다리던 임 그리워 그리워 눈물 납니다바위고개 피인 꽃 진달래꽃은 우리 임이 즐겨 즐겨 꺾어 주던 꽃임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 임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바위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 옛 임이 그리워 하도 그리워십여 년간 머슴살이 하도 서러워 진달래꽃 안고서 눈물 집니다” 삼 년 전 가을 어느 날 모교인 숙명여고 동창회로부터 그 해 여름에 별세하신...
김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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