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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김치 예찬 2018.06.25 (월)
이종학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저기. 밥도둑을 잡아라!”난데없이 환청이라도 들리는 듯하다. 아니, 열무김치 한 그릇이 밥상에 새로 대령하는 착각이다. 제철음식으로 열무김치의 별미를 능가할 인기 반찬은 없다. 생김새 그대로 입에 착 감기는 감칠맛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이 나이가 되도록 열무김치의 미각을 버리지 못한다. 캐나다에 이민해 사는 지금까지도 새봄의 태양이 떠오르면 열무김치의 환상적인 독특한...
이종학
재두루미 2018.06.25 (월)
백철현 / 밴쿠버 문인협회2018년 1월 31일재의 수요일재를 덮어쓴다는 건죄를 덮어쓴다는 거다죄를 덮어쓴다는 건사랑을 완성한다는 거다먼저 보냈었다사랑했던 그들차마 재를 덮어썼었다눈물로기도로오래 참음으로재를 덮어썼었다해 저문 첨탑 꼭대기깃발 없는 깃대처럼눈먼 사랑이 처연하다들꽃 무리 둔턱에재두루미 한 마리석양빛에 긴 목덜미눈이 부시다거룩하다엄마를 닮아있다.
백철현
이종구 / 밴쿠버 문인협회 나는 대학 시절부터 옛 물건에 관심이 많았다. 토기니 표구니 가구들이 오래되어 빛바랜 모습에 특별한 흥미를 느끼곤 했었다. 이 뿐인가, 예전 성균관대 재학시절 등교길 학교 정문에서 강의실로 걸어가는 중 전날 밤 비바람에 떨어진 기왓장에 끌려 집으로 주워 갖고 온 적도 있었다. 서울 후암동으로 이사해 살고 있던 어느 날, 우연히 동작동의 골동품 및 고가구를 파는 가게를 지나가게 되었다. 잠시 들어가 전시된...
이종구
임완숙 / 캐나다 한국문협 우리들이 사는 세상 계산대로라면 모든 이치가 제자리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세월의 무게 덧칠해서 낡아 무너져 내리는 덧없는 형상뿐이다그러나 동심의 세계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은 없다시간도 공간도 머무를 수 없는 그곳엔울며 떼쓰다 문득 헤헤 웃으면 그뿐언제나 처음이다. 처음 마음이다.
임완숙
소포와 엄마 2018.06.18 (월)
내게는 남다른 취미 하나가 있다. 딸 아이와 두 손녀의 옷들과 한국산 과자를 박스 속에 차곡차곡 챙겨 넣어 운송하기 좋게 꾸린 다음 우체국에 가서 부치는 일이다. 두어 달 만에 한 번씩 나에게서 오는 소포를 풀어보는 재미를 그네들에게 주는 게 주된 목적이다. 즐겁게 큰 기대와 호기심을 안은 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제 어미가 상자를 뜯고 안을 들여다보는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내 마음도 두근거려지게 마련이다. 나 자신을 특별한 현실로...
오인애
유월이 2018.06.18 (월)
그네 앞치마는 늘 눈물에 젖어있다 낮에 화사한 웃음을 짓다가도 밤이면 끝내 울음을 놓고 마는 그네 무엇이 그네를 통곡의 벽에 가두는 걸까 예순여덟 해면 상처도 아물고 아픔도 흐릿해지련만 그네의 슬픔은 해가 갈수록 더욱 또렷해진다, 문신처럼 유월 스무닷새 이른 새벽 지축을 울리는 군홧발과 자욱한 포성이 그네의 봄과 여름을 앗아간 이후 그네는 암울한 가을과 겨울에 묻혀있다 그네의 눈물, 뉘 닦아주랴 축축하게 젖은 앞치마, 보송보송...
김해영
(전 호에서 계속)이윽고 두 남자는 서로 다른 색깔의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아침, 어서 먹고 출발합시다. 안 먹으면 갈 수 없어요. 든든히 드세요. 배 고프지 않아도 먹어야 해요.” 이사벨이 상기된 입가에 웃음을 띤채 말했다. 그들은 어느 한가한 편의점에서 세월을 마시듯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 마지막이 될지모를 통나무집에서의 시간을 빨리 흘러보내기 싫었다. 누크에 도착하기까지 배를 울렁거리게 만들 배 안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기나...
박병호
격隔 2018.06.11 (월)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어허~ 달구야~’선소리 꾼의 뒤를 따르는 달구 소리 후렴구다.  망자의 집터를 다지던 구성진 소리는 갈잎 갈피마다 파고들더니 이제 잠이 들었다. 아버지의 맏아들이면서 다섯 아이의 아버지로, 더불어 한 여인의 지아비로 쌓아온 삶의 무게를 마침내 툴툴 털어내고, 편히 누운 그를 두고 산에서 내려온다. 잔걸음을 치던 어린 그의 증손자가 격의 없이 팔을 잡아당겨 낯선 등을 더듬을 때,...
강은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