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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2017.01.28 (토)
소설가 조양희씨가 쓴 <<도시락 편지>>라는 책이 한동안 인기 도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저자가 아이들 도시락을 싸면서 함께 적어 넣은 쪽지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이 책이 인기를 끈 까닭은 도시락과 함께 담은 엄마의 마음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나의 학창 시절에는 누구나 부모나 다른 식구가 싸준 도시락을 가지고 다녔다. 내가 어릴 때는 가장 흔한 도시락 반찬이 아이들이 '염소 똥'이라고 장난치고는 했던 콩장과 멸치 볶음...
송무석
가불(假拂) 2017.01.28 (토)
해 묵은 달력을 볼 적마다찌르르 르 … 내 명치끝이 신음을 한다아마도 추억이 된 기억들이 아픈가보다 한때 반짝이던 봄 바다와     여름날의 탱탱하던 정오(正午)부도(不渡)낸 새해 각오들과     빗나간 어떤 약속  지친 태양이 해협 건너 능선에 걸터앉아서날아온 긴 하루를 충혈된 눈으로 건너다본다이제 곧 하늘이 별들의 교향곡을 연주하리라 –-     어둠이 짙을수록 음악은 더욱 장대한 것.오늘 밤...
안봉자
겨울 아침 골든 이어 산 순백의 봉우리가 여명의 햇살 속에 눈부시다. 푸른 대기 속에 고요하고 깊은 기상은 티벳의 카일라스가 되어 신비하게 다가온다. 하늘에 닿을듯한 네 개의 눈 덮인 봉우리들은 언제나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다. 산속 나무들이 깊이 뿌리 내리고 산새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그저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유리창 문을 통해 눈부신 산봉우리를 바라보는 일은 내 마음에 평화를 심는 시간이다. 이 겨울 ‘비움으로써 더...
조정
눈 집 2017.01.21 (토)
폭 파묻혔구나  하얀 이불 목까지 덮어쓰고춥겠다그러나 네 마음의 노오란 온기야금야금 솜사탕을 먹는구나이 밤에, 몰래몰래너 지금꿈꾸고 있지먼 동쪽 땅, 서쪽 하늘 끝빗물로 달랬던 목마른 영들의 밤그래산맥 같은 파도 속더 깊숙이열 길 물속의 적막구원은 아직도 서럽도록 멀고헐떡거리는 숨사막까지 찬다기도여내 기도여메아리여등 돌리는 한 해의 골목 끝에서또 한 해의 뽀얀 가슴을 넘보는 파렴치,가증할,노오랗게 불 밝힌 네 집...
백철현
만두 2017.01.14 (토)
막내는 음악가이면서 유튜버(You Tuber)이다. 게임, 연주, 요리 등에 대해 동영상을 올린다. “히카리(Hikari)” 라는 목관5중주 팀도 만들어서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고 연주도 하고 있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페이스 북과 유튜브를 자주 찾아본다. 그 중 게임보다는 연주와 전 세계의 팬들이 보내주는 선물(Fan Mail)을 공개하는 영상을 재미있게 보고는 한다. 최근에는 한국 요리도 올리기 시작했다. 김치찌개, 떡국, 그리고 얼마 전에는 한국식 만두를 만드는...
아청 박혜정
초겨울 2017.01.14 (토)
겨울이 몸 속으로 슬그머니 들어온다소름 돗치듯 손발이 꽁꽁 조여오는 듯하다얼마나 추워 지려나시작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겁이난다 시간은 훌훌 흘러 가는데로 가고뒤따라 졸졸 어디쯤에 와 있는걸까 구름 사이에 숨어있던 햇님이 고개들어 인사한다화사한 미소와 따스한 온기잠시 머물다 작별을 한다창넘어 나무사이로 멀리 구름에 가린 해가 보이고쓸쓸히 서있는 전주가추워 보인다바람에 휘날리는 나무잎들이하나 둘 떠나고 나면회초리로...
오정 이봉란
헛되지 않은 삶 2017.01.07 (토)
내가 만일 한 마음의 상처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나의 삶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내가 만일 한 생명의 고통을 덜게 할 수 있다면혹시 그 오뇌를 식힐 수가 있다면또는 내가 숨져가는 한 마리 물새를그 보금자리에서 다시 살게 한다면나의 삶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20여 년 전 이곳에서 대학을 졸업한 딸에게 ‘에밀리 디킨슨(미국 현대시인)’의 시를 선물로 준 적이 있다. 이민 와서 2년 만에 대학을 가게 된 그 아이는 영어로 강의를...
수필가 심현숙
촛불의 모티브 2017.01.07 (토)
촛대는 촛불을 밝히면서도고즈늑이 낮은 촛불 그늘 아래서결코 소란스레 자신을 드러냄이 없다.초가 제물에 겨워 울화증의 촛농퍼질러 놓을 때에도시시비비 군말없이, 어깨 곁고감내키어려운 그 뜨거움 감싸안고그 힘겨움 함께 나눌 뿐...촛불이 스스로를 불태워하늘 향해 사위어 감은부질없는 허욕의 길 따름이 아니다.홀로 고독의 쓸쓸함 밤 지새며오랜 참음의 기도로 깨어 있음은다만 하늘의 높고 바른 뜻오직 바라고 기다릴 뿐...호리(毫厘)라도...
늘물 남윤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