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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2017.06.24 (토)
속속들이 알았건 아니건당신의 매력에 빠져연못에 뛰어든 것은나당신이 작정하였건 아니건낚싯대에 걸린 것은드리운 낚싯밥을 물은나바늘에 걸렸어도팽팽히 줄을 당기며끌려가지 않아야 하는나연못에 뛰어들었어도빠져 죽지 않도록끊임없이 헤엄쳐야 하는나
송무석
민들레 홀씨 2017.06.17 (토)
빛살 하나가슴에 꽂혀노란 심장으로 태어나고어느 길 모퉁이나그네 옷 섶 파고 드는봄 햇살의 기도갈 곳 잃어 서성이는허무의 창가찬 이슬로 꽃샘 열어뒤척이는 열병해 지는 언덕속으로 삼켜 온 세월까맣게 토해 놓고하늘 향해 넘실거리는하얀 사랑바람온 몸으로 나른다눈부신 생명이 되어
류월숙
 너구리를 라쿤(Raccoon)이라고 부르는데 한국에서 말하는 너구리는 ‘라쿤을 닮은 개(Raccoon Dog)' 이고 꼬리에 줄무늬가 있는 캐나다에서 볼 수 있는 너구리는 '미국 너구리(America Raccoon)'라고 부른다. 이 두 종류의 너구리는 이름 말고는 관련이 없다. 너구리는 개과이고 미국 너구리는 너구리 곰과이다. 너구리는 생김새 때문인지 능글맞은 이미지로 사람들의 별명으로도 쓰인다. 또 만화영화 캐릭터로도 많이 등장해서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게...
아청 박혜정
<번역시> 너를 위하여/김남조 나의 밤기도는길고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을 뜨는 건믿을 수 없을 만치의축원(祝願). 갓 피어난 빛으로만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내 사람아. 쓸쓸히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이적지 못 가져 본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나 살거니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이미 준 것은잊어버리고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나의 사람아. 눈이 내리는먼 하늘에달무리 보듯 너를...
로터스 정
 Cathy가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것은 그녀의 뼛가루가 찰리 레이크에 뿌려진 3주 후쯤이었을까. 수년 전부터 투병 생활을 해온 노녀(老女)이기에 아주 장수하리라고는 생각 못하였지만 그녀의 사망 소식은 내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슬픔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가슴을 짓눌렀다.  그녀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6년 전 이곳 Wonowon에서 사업을 하면서부터였다. 우리 레스토랑에서 처음 Cathy를 보았을 때 이 시골에 저런 인텔리 여자가...
심현숙
블랙 레인보우 2017.06.03 (토)
불멸의 무지개를 찾아열사의 사막에 간다 별빛마저붉은 사막의 여명 번민의 향불을 피운사막이명상에 잠긴다고행 나선 수도승처럼태고의 숨결을 찾는 고고학자처럼 한 방울 참회의 눈물을 얻으러열사의 사막에 간다. 달빛 포르스름한사막의 밤 미집(迷執)의 재를 싣고낙타는 꺼떡꺼떡 사막을 건넌다동면을 떠나는 짐승처럼천형을 짊어진 곱사둥이처럼 이윽고검은 무지개가 불멸의 사막을 지배한다
김해영
 배추를 절여 씻은 후 줄기는 기둥을 세워 놓는다. 마른 북어를 잘게 썰고 밤, 대추, 배채, 고춧가루, 마늘, 생강 새우젓으로 버무린 김칫소를 배추 줄기 기둥 사이로 잘 양념한다. 조그만 대접에 배추 잎으로 보자기를 만들어 준비해둔 김치를 넣고 보자기 싸듯 이쁘게 접는다. 그 보자기 김치들을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고 맑은 젓국을 심심하게 끓여 부으면 보쌈김치가 된다. 김장하고 난 뒤 배추 우거지와 무 남은 것, 늙은 호박을 모두 섞어 호박...
김난호
화가가 걷는다 2017.05.27 (토)
화가가 걷는다. 녹슨 철길 뜯고 아스팔트 부어 만든 자전거 길을 성큼성큼 걷는다. 그리고 훠얼훨 걸으며 난다. 길 옆 가시 달린 연갈색 덤불들이 치맛바람에 밀리듯이. 파란하늘에 새하얀 목화송이구름이 솟아오르듯이. 야생베리나무 다가오면 배리따러 나선듯이. 까마귀 까악깍 대면 길 옆 어느 큰 집 앞 키 큰 나무에 둥지를 튼 텃새에 쫓기듯이. 그녀는 긴 세월을 두 세상에서 살아왔다. 인식할 수 없어 슬프지만 아름답게 비춰지는 젊은 날과...
박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