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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스칼렛(Xcaret) 2018.08.21 (화)
호텔에 짐을 풀고 옥외 풀장과 연결되는 바닷가로 한걸음에 나갔다.결 고운 하얀 모래가 아기 볼처럼 보드랍다. 모래밭에 길게 누운 비치 의자, 짚으로 엮어올린 파라솔, 설렁설렁한 바람에 키 큰 코코넛 나무가 흔들린다. 바람 한 점까지 투명하다.비행기로 7시간도 채 안 되는 거리, 남미의 아름다운 바닷가에 어느새 내가 서 있다.캔쿤 남부 해안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가면 자연 생태적인 테마 공원 세 군데가 있다.엑스플로러(Xplor), 셀하(Xelha) 그리고...
박오은
부들 옆에서 2018.08.21 (화)
부들 옆에 앉아서너를 생각한다연못은 가물어 물은 마르고부들 가지 위로까마귀 몇 마리 날아가는데초록색 지붕 아래네가 이름 붙여준 꽃과 나무들너의 꿈 이루어지는 날다시 피어날 거야마차를 기다리던 길가에부들 꽃은 빨강 머리 앤너처럼 피어나는 부들 한 송이푸른 하늘 흐르는 구름 따라가면기쁨의 하얀 길저 길 끝으로빨강 머리 앤 다시 달려올 거야
신금재
문정희 시인의 <찬밥>을 읽다 어머니와 아내의 생활을 다시 생각했다. 엄마가 찬밥을 혼자 드시던 일을 떠올리면서 엄마를 향한 그리움에 찬밥을 먹는다는 시다. 밥을 꼭 알맞은 만큼만 지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식구들이 먹을 밥이 부족하게 지을 수도 없으니 보통 조금은 밥이 남게 된다. 그 남은 밥은 보온밥통도 없던 시절에는 찬밥이 되게 마련이다. 그 찬밥은 누가 먹었을까? 말할 것도 없이 엄마, 가정주부의 차지였다. 나는 그런 '찬밥을 누가...
송무석
여름 신열 2018.08.14 (화)
먼 하늘 구름이산 너머열풍의 새김질을 바라보고 한 모금의 호흡도달아오르는 욕망의틈바구니를 빠져나가지 못해 차라리 북극의파란 바닷물이어느 지성의 사치스런 휘파람이려니 해바라기 벌판의구부러진 기차길이모든 나의 잔상을 삼켜버린여름 오후 축축한 등에 흐르는고뇌의 즙은밖으로 나갈길 모르는 방황의 신열이려니 상수리 나뭇잎 속으로 밤이오면차갑게 이는 각성의 바람속을 에이는 옹달샘 한 바가지 떠서다가오지...
김석봉
살아 있네! 2018.08.14 (화)
“살아 있네!”   한국의 죽마고우에게 오랜만에 전화통화를 했더니 불쑥 나온 말이다. 그러면서초등학교(소학교국민학교) 동창들 누구누구는 벌써 떠났고 자기도 미구에 갈 것 같단다.할망구는 집안 출입을 겨우 할 형편이고 자기는 병원을 이웃집 드나들 듯 하니 늙은 몸이얼마나 부지하겠느냐고 체념하는 목소리다. ‘100세 인생 노래’는 어쩌려고 죽는시늉을하느냐고 슬쩍 비틀었더니 악담하면 죄로 간다며 허허 웃는다.   40여 년...
고(故) 이종학
하루살이 2018.08.14 (화)
굉음을 토해내는나이아가라 폭포를 거슬러위험천만 외줄 타는외 발 자전거 같은인생살이 아슬아슬 살얼음판옴짝달싹 못 하는 외통수 길한 발짝 잘못 내디디면금이 가듯 깨어지는 인생살이 힘 빼고비우고 또 비워내먹고 살 만큼의 한 움큼 양식으로도배부른 인생살이  부단히 하루를 살아내는하루살이우리네인생살이
김혜진
소리와소음 2018.08.08 (수)
금방이라도 숨이 멎을 듯 목 놓아 울어대는 새소리가 잠을 깨운다. 아직 새벽인 듯 어둠도 가시지 않은 이른 시간이다. 무슨 사연이있어서 저리 울어 대는지 안쓰러우면서 짜증이 난다. 깊은 단잠에 빠져 있을 시간인데 잠을 깨운 녀석들이 밉기도 하다.우리는 잠에서 깨면 소리와 일상을 시작한다. 고요 속에서 창문을 열면 밀려드는 싱그러운 바람과 함께 차 소리 사람들 얘기소리 새소리 등 잡다한 여러 소리가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준다....
김베로니카
이순耳順에 들다 2018.08.08 (수)
어엿이 내 나이 이순트로트보다 발라드가 좋고연인들을 보면 가슴이 벌렁거리는데거울 속 모습은 할머니 호칭이 어색하지 않다이순에 들어서니무심히 버리고 온 것들이 어른거린다하루가 멀다 붙어 다니던 친구장흥 골 어느 카페부부동반 교회 모임형제처럼 오가던 지인들뚱뚱보 우리 언니하물며아끼던 이쁜 그릇들이며내 눈물 받아주던 옛집의 능소화까지추억은 한창 젊고 어여쁘다이순을 넘어서니지난날 부끄러운 기억을 꼬집고미안하다...
임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