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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의 손님 2024.10.11 (금)
옥련나무 잎에 바람이 설렁대는 아침이다. 아파트 뒤뜰이라 해가 비치기에는 이른 시각에 주방창 앞에 새가 한 마리 날아들었다. 새는 힐끔거리며 경계를 하는 듯했다. 아침마다 하는 일로핸드밀에 커피콩을 넣고 가는 중이다. 커피 향이 코끝에 감도는 이 순간이 좋아서 커피 맛도제대로 모르며 아침마다 거룩한 예식을 하듯 커피콩을 간다. 내가 커피 향에 취해 커피를 내리는동안 새는 여전히 두리번거리며 유리창으로 나를 관찰한다.비둘기다. 잿빛...
반숙자
딱 익기좋은 나이 2024.10.11 (금)
곧 한 해가 간다꽃같이 곱든 내 인생에불현듯 찾아온 코로나로정신이 혼미한 체허둥거리며 살아간 시간들어제는 코로나에숨도 못 쉬고오늘은 코로나로가게 문 닫고참 소중했든 내 나이의 한 해가 속절없이 다 간다이젠다 비우고다 버리고다 잊자또 한 해가 온다언젠가 봄이 오고파랗게 새순이 자라나듯봄바람 따라 다가올 중년의 멋진 느낌스쳐 간 인연으로 아파하지 않아도충분히 족할 인생의 이력지나간 삶의 무게로 힘들지 않게익어 가기 딱 좋은...
나영표
사람은 죽는다. 누구나 그런다.나는 지금 관 속에 누워있다. 0.5평의 좁은 공간에 어둠이 밀려와도 모른다. 죽었어도 아직 귀는 살아있다. 5감 중 4감은 돌아갔지만 청감은 영혼이 떠날 때 갈 것 같다. 듣되 말은 할 수 없는데, 청각이 더 버틴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들 할지 모른다. 하지만, 아니다. 망자의 영혼에 산자의 음성은 어둠을 뚫는 가시광선 같은 빛줄기이다. 내 영혼도 청각이 떠나갈 때 함께 내 몸에서 빠져나갈 것이다. 97세 졸,...
박병호
꼬리 칸의 시간 2024.10.07 (월)
“저쪽 끝이 314호실이에요.”안내인이 복도 끝 방을 가리켰다. 처음 와보는 요양병원, 가슴이 우당탕, 방망이질했다.고관절이 무너져 앉지도 서지도 못하게 된 노모가 이곳으로 옮겨온 게 일주일 남짓, 좁고지저분한 복개천을 돌아 멀뚱하게 서있는 병원건물에 들어설 때부터 마음 귀퉁이가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막혀 있던 가족 면회가 때맞추어 풀린 것은 기적 같은 일이지만시난고난 살아낸 한 생의 끄트머리를 이렇듯 심란한...
최민자
하늘을 바라보면 2024.10.07 (월)
어릴 적 거울을 땅 바닥에 놓으면내가 하늘로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그곳엔 아이스크림도맘대로 먹을 수 있을 것 같고알라딘의 구름 방석을 타기도 하고구름 꽃들이 비밀스러운 향기를나에게만 풍긴다 성인이 돼서는 거울 속 새벽하늘엔여러 구름새의 아침맞이가서로 교신을 충전하고오늘의 날씨 정보 알림 같다오후 햇살은 유칼립투스흔들림을 붙들어 놓고거울을 들어가 볼 수 없이 따갑다늘 따가운 시선 속에 어른이 되었고등 뒤가 따가운...
강애나
고엽(枯葉) 2024.10.03 (목)
바람이 불면나는 낙엽어느덧지나온 길에낙엽은 지고또 지고접혀진 갈피마다빛 바랜 세월쌓여진 고엽언젠간 부서져흙으로 가고앙상한 가지에는그리움만 남을그길바람길 간다낙엽길 간다걸친 옷 훌훌 벗고웃으며 간다
늘샘 임윤빈
세렌디피티 2024.10.03 (목)
영어 단어 중에 세렌디피티( Serendipity)라는 단어가 있다. 누구나 좋아하는 어떤 뜻이나 단어가 있다. 10여 년 전 동네 캐나다 교회에 갔을 때 목사님 사모님이 예배 후 현장 봉사 체험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단어가 지렛대(leverage)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누군가를 작은 힘으로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어 좋아하는 것같았다. 80년대 한국에서 반미 데모가 거리에서 심지어 대중교통 이용하는 차 안에서까지 그런...
이형만
2024년은 청룡의 해라고 용꿈을 꾸는 해가 되라고 떠들썩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두 달이지나면 연말이 된다. 올해 말이면 만 80이 되어서인지 세월이 유난히 빠르게 감을 느낀다. 요사이우리 나이 또래 사이에 모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화제가 노인 건강에 대한 이야기이다.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세계 노인 건강의 각종 질병 전문가 또는 전문병원에서 연구한 결과라고 먹고,마시고, 자고, 운동하는 방법에 대한 의학 정보가 너무나 넘쳐나고 있음을...
김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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