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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그리고, 다시- 나의 수필 쓰기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에 관심이 있다면 익숙한 이름이다.사진작가였던 그가 평생을 찾아다니며 잡으려고 했던 것은 삶의 ‘결정적 순간이다.그러나 “삶에는 어떤 결정적 순간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인순간이다는 것을 그는 죽기 얼마 전에 깨달았다고 한다.삶의 모든 순간이 가치 있다해도 그냥 보내 버리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일상...
강은소
망향望鄕 2019.04.15 (월)
눈 그치면 겨울 가고봄 난다믈-디면 봄도 가고여름 덮겠지숨 넘어가는 중천 해가 자울대면여름 가고가을 든다가을 짙들다 버거우면겨울 트겠지
안현욱
인연 2019.04.08 (월)
언제부터인지 원하지도 기다리지도 안았지만 슬그머니 옆에 와서 내 인생에 한발 디밀고 길동무가 되어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도 때가되면 소리 없이 소멸하고 스치듯 왔다가 사라져가는 자연과 우주의 삼라만상과 더불어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 그중에서 우연처럼 만나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는 만남도 있지만 기억하기조차 힘든 그런 인연들도 많은 것 같다. 시작은 좋은 인연처럼 보이지만 끝에는 서로 상처만 주고 마는...
김베로니카
봄날에 2019.04.08 (월)
               산수유               산 허리에 초롱 밝히면               길 잃으려 나는               길 나선다                              길 가다 문득               외로움이 밀려 오면               하얀 머리 풀어 헤쳐 ...
류월숙
창고에서 가장 큰 가방을 꺼냈다. 앞뒤로 볼록한 가방의 모양새가 내 마음을 부풀게 했다.사실 나를 더 설레게 하는 것은 남편을 떼어놓고 간다는 거였다. 내 옷, 내 신, 내 모자, 내화장품 등, 내 소지품만으로 여행 가방을 꾸리는 것으로도 스트레스가 반은 풀리는 것같았다. 그가 오랜 승선생활을 끝내고 내 곁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모든 게 감격스러웠다. 칫솔통에 그의 칫솔이 꽂혀 있는 것, 그의 속옷이 빨랫줄에 널려 있는 것, 외출에서...
정성화
감기 2019.04.08 (월)
밤이 되니 기침이 더 심해진다낮 동안 집어넣기에만 급급했던 것들오장육부가 다 받아들이기엔 역겨운 것이다역겨워 자꾸만 토해내는 것이다독한 가래가 이끼처럼 목구멍에 달라붙어 숨쉬기가 매끄럽지 못하다힘껏 헛기침을 두어 번 해보지만껄끄러운 속내의 불순물은가라앉은 흙탕물속에서 눈가림만 할 뿐이다밤이 깊어지면서 열까지 오른다충혈된 눈으로 번진 욕망의 핏줄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씨름하듯혼절하듯 그렇게 밤의 대전을 치르고...
이화실
봄의 촉감 2019.04.04 (목)
(1) 수양버들누가 가야금을 뜯고 있다.맑은 진양조(調) 가락이 흐른다. 섬섬옥수가 그리움의 농현(弄絃)으로 떨고 있나 보다.숨죽인 고요 속에 번져 나간 가락은 가지마다 움이 터서 파릇파릇 피어나고 있다.누군가 촛불을 켜고 있다.마음 한 가운데 촛불은 바람도 없이 파르르 떨고 있다. 뼈와 살을 태워서 한 줄기 빛이길바라고 있다.깊은 밤중에 한 땀 씩 수(繡)를 놓고 있다. 바늘귀로 임의 얼굴을 보며, 오색실로 사랑을물들이면 별이 기울고 바람이...
정목일
봄길 2019.04.04 (목)
백석 천주교 묘지 길가한송이 제비꽃으로 피어난 어머니사무치게 그리워오월 꽃잎 싱싱한 아이들이 부르는 어머니 호칭에가슴은 난류로 흐르다가 때로는 곤두박질 한랭전선잃어버린 삼십 년참으로 길었던 광야의 시간거칠고 험한 강물에한 마리 연어로 거슬러 헤엄쳐 온회한의 길들을다시 접어 둘둘 말아 올리면언젠가 그 길가에  또 다른 제비꽃 한 송이 피어나고고갯마루에 올라서서 한 줄기 바람 닦아 내리면멀리 보이는 새로운...
신금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