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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꽃 2017.12.08 (금)
긴 겨울이 시작 되었습니다 시인은 서쪽 하늘을 범하는 검은 구름을 보고 만 있습니다 비가 그치고 잔 빛이 앞뜰을 무대처럼 밝히는 날 선홍빛 꽃을 심겠습니다 꿈 속에서 보던 그 꽃을 마당에 심겠습니다 겨울은 비를 내리고 어두움을 내리고 꽃도 숨길 것입니다 아무도 보지 못한 그 꽃을 시인의 마음 속에 심은 그 꽃을 겨울은 봄을 기다리는 방랑자가 되어 가슴에 안고 계절의 길목을 서성이다가 가끔 시인의 앞뜰을 다시 찾을 것입니다 그리고...
김석봉
새벽 기도 1 2017.12.07 (목)
서시 뽀오얀 버들개지 속눈썹 살포시 여는 은밀한 시간 차가운 이슬로 정갈히 몸 씻고 새롭게 태어나는 순결한 이 시간을 당신께 바칩니다.   기지개 켜는 나뭇잎 새들의 달콤한 새벽 꿈 다독이며 바위틈에서 끊임없이 솟아나는 맑은 샘물 노래 소리 이 우주의 내밀한 속삭임을 고이 길어 당신께 바칩니다.   셀 수 없는 하늘의 별과 바람, 강물의 달 그림자 무루 모두어 둥근 한 마음 빨갛게 향불 사르고 나의 전 존재를 들어 온전히 당신께 모두...
임완숙
12월을 기다리며 2017.12.01 (금)
11월로 접어드니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계속 내린다. 회색의 하늘과 떨어지는 빗소리, 바람소리에 마음을 내 맡기며 우울한 날들이 계속된다. 10월은 화려한 나무들의 성장으로 아름다웠고 잎들은 아픔을 핏빛으로 토해내고 모든 걸 내려놓았다. 빨간색 노란색 아름다운 단풍과 파란 하늘이 언제나 내 곁에 남아 있는 듯 바라만 봐도 행복했다. 빗줄기 속에 떨어지는 나뭇잎을 바라본다. 붉디붉은 단풍잎들이 내리는 비와 바람 속에서 춤추듯이 땅으로...
김베로니카
가을이 그리는 수채화를 보노라면고즈넉한 풍경 한 점이 애틋합니다   가을이 무르익은 어스름 녘가로등 그윽이 눈을 뜨고소슬한 바람 한 자락 갈잎 지는 곳나처럼 외로운 벤치 하나   쓸쓸함이 황홀한 그 자리에 앉으면풍경 저편에 사는 추억이 천리마처럼 달려옵니다   풀빛 유년과 가난이 조롱하던 학창시절 바람에 흔들리고 싶던 청춘 능금빛 사랑과 가을 잎새까지 처연한 슬픔마저도풀잎처럼 꽃처럼 향기롭습니다 돌아갈 수 없는...
임현숙
붕어빵 먹는 법 2017.11.30 (목)
붕어빵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화제가 있다. 어디부터 먹느냐 하는 것이다. 그야 당연히 머리부터지,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꼬리부터 먹는다는 사람도 있다. 누구는 숫제 뱃가죽부터 먹는다. 붕어빵 하나 먹는 법도 사람마다 다르다.   예전에 나는 꼬리부터 먹었다. 단 팥이 많은 머리 쪽부터 베어 물면 뜨거워서 입술을 델 것만 같았다. 맛있는 쪽을 먼저 먹고 나면 팥이 들지 않은 꼬리 쪽은 먹기 싫어질 것도 같았다....
최민자
로키산맥 대초원이 만나는 기슭의 고원은 버팔로가 살기 좋은 곳이었다. 원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사냥하기 좋은 조건임을 의미한다. 원주민들은 오랜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가장 효율적인 사냥법을 고안해 냈다. 바로 버팔로 떼를 낭떠러지로 몰아서 추락시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 번에 수백 마리의 버팔로가 추락한 자리를 버팔로 점프라고 부른다. 북미 대평원 일대에 여러 곳의 버팔로 점프가 발견되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사냥터가 헤드...
권순욱
헤매는 바람 2017.11.24 (금)
가끔헤매었다, 너는해 뜰 무렵이나혹은 저녁노을이 까무러칠 때 간혹싸돌아다녔다개똥풀꽃 흐드러지게 피어있는봄철 들판에 때때로머뭇거렸다미친 듯 장대비 쏟아지고번개가 하늘을 찢어발기는 그런 대낮 한때너는, 어리버리 갈 곳 잊었다 지랄같은 갈바람 헐떡이며 달려와볼이 붉은 계집아이 사타구니같은 잎들을잡아채 삼십육계 할 때도, 너는마냥 헤매었다 그러고 보면헤매고 싸돌아다니는, 너는그림자 없는 바람성자(聖者)렷다....
김시극
마음 인사 2017.11.24 (금)
바람 쐴 겸 공원을 찾았다. 오랜 만에 산책하는 기분이 삽상하다. 공원은 도시의 폐와 같다.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휴식을 베풀고, 젊은이들에겐 낭만을 안겨 주기도 한다. 귓가를 스치며 불어오는 바람결과 만나고, 녹음 사이로 속삭이는 새들과도 만난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오솔길에서 백발노인과 마주친다. 한 쪽으로 물러서서 노인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노인이 미소를 머금고 합장한다. 뜻밖의 합장에 저절로 고개 숙이며 인사 드린다. 백 년...
정목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