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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늘 끝과 바다 끝이 닿아          한 줄로 이어진 곳 이라 해도          섣불리 수평선이라 부를 수 없구나.          멀어 가물한 작은 물결은          깨어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도          찢겨 나가는 물방울로 흩어지고          바람에 불려 부대끼며          덮치는 큰 파도에 밀리고 있었네. ...
조규남
크루즈 단상 2018.02.13 (화)
작년 겨울에는 밴쿠버에 비가 너무 많이 내렸다. 그 까닭인지, 새해가 시작되면서 연초에 햇빛 많은 멕시코 여행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모처럼 저렴한 크루즈가 나와 전화로 예약하였다. 공항서 내려 부두까지 가는데 그곳 크루즈에서 제공한 관광버스를 탔다. 이미 예약 시 추가로 낸 그 버스 가격이 거의 택시 비용과 맞먹었다. 먼저 다녀온 분의 말에 의하면 Blue Shuttle 이라는 것이 있어, 이것을 이용하면 좀 저렴하다고 했지만, 우리는 예약한 버스를...
이종구
희망과 절망 사이 2018.02.13 (화)
아무리 거친 바람도 바람결  틈새가 있다아무리 드높은 파도라 해도 물결 새 쉴 참이 있다아무리 척박한  삶이라 할지라도  설마 웃음 방긋 지을 일 없으랴 거친 바람 부는 사이 고요드높은 파도 몰아치는 틈새  평온척박한 삶의 궤적에서 반짝이는 기쁨의 조약돌을 줍는 사람은희망과 절망 사이그 좁은 간극에서도 행복을 유물처럼 발굴하리니 겨울 종탑에 갇혀그 존재마저도 잊혀져 가는 그대의녹슨 종을힘차게...
김해영
고사목 2018.02.13 (화)
마음 닿는 곳에 하늘이 있고 그 하늘 닿는 곳에 하늘과 땅 연결이라도 하듯이 소복 입은 무녀처럼 하늘 보고선 너 이 세상에 올 때도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왔듯이 죽어서도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순백으로 서서  뒤돌아보면 멀어지는 모습에 스쳐 가는 수많은 영혼의 춤 바람에 꽃씨 흩날리듯 인연을 날린다 아이처럼 웃음 지으며 산허리에 서서
전재민
그린란드<2> 2018.02.05 (월)
그날 밤 집에 돌아온 청마는 우연의 일치 치고는 기막힌 일치라고 생각했다. 이사벨이 3개 국어를 말하는데 모두가 그가 꿈에 그리던 언어였기 때문이었다. 덴마크어, 영어, 그리고 그린란드어. 그의 아내는 남편에게 좋은 친구가 생겼다는 자체는 환영했으나 걱정거리 하나는 남겨두었다. 그녀가 자기 자리를 위협할 사람이 아니라는 남편의 암시는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한 감정표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남편의 태도는  완전한...
박병호
"아이쿠, 이를 어쩌나. 다 날려 버렸네."나도 모르게 한숨 섞인 소리가 나왔다. 핸드폰을 바꾸면서 프로그램을 새로 설치했는데, 카카오톡*에 저장되어 있던 대화방과 자료 파일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껏 사람들과 편리하게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연기처럼 한 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미리 백업으로 저장해 두지 못한 내 잘못이었다. 내가 일부러 한 게 아닌데 대화방에서 홀연히 빠져나간 상황이 되어버렸다. 하루에도 수십 통의 카톡 메시지가...
정재욱
맨 아랫간 서랍 2018.01.29 (월)
요즘, 골방 서랍장을 정리하는 날이 부쩍 늘었다놓지 못해 떠나지 못한 나의 어제들이 매미 허물처럼 모여 사는 곳돌쩌귀도 녹스는 늙은 세월에 대부분은 떠나고 몇은 아직 남아서 민속촌처럼 함께 저무는 그곳엔 늦가을 저녁의 체온 닮은 서늘한 바람이 분다 어린 별바라기의 못 이룬 꿈들도, 이민의 자갈밭에 무시로 무릎 깨던 한낮도, 에움길에 갈증 앓던 사추思秋의 그리움도… 이제는 모두 치수 안 맞는 치마 허린데! 많은 것을 버리고도...
안봉자
지난 연말 2018.01.29 (월)
새해가 시작된지도 얼추 한달이 다 되어간다. 아들 내외와 같이 연말 연시를 보내려고 무거운 가방과 가방 만큼이나 부풀대로 부푼 꿈을 제 각기 지닌채 밴쿠버를 떠나 딸 아이가 살고 있는 오타와로 향하였다. 거기서는 구하기 힘들거나 좀더 비싼 한국 식품들, 즉 순대나 오징어, 멸치와 풋고추 등을 챙겨서 꾸역 꾸역 밀어 넣었지만 터질듯한 여행 가방이 조금도 짐스럽지 않았다."갖고 계신 옷 중에 가장 따뜻한 옷만 챙겨 오세요." 라는 딸의 충고를...
박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