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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 추위 2019.02.27 (수)
겨우내 막혔던 그리움의봇물은 터져뻗어 올린 실가지마다 전신이 온통열꽃 발진으로 불덩어린데느닷없는 음지의 반란인가매화꽃 앙가슴 뒤흔들어 놓는이 혹독한 꽃샘추위는 기진한 춘궁의 영혼들몸살 져 눕고현기증 끝의 각혈처럼울컥 목까지 치받쳐 오르는나의 바닥 모를 이 몹쓸 그리움을봄아, 많이 아픈 봄아, 어이 할거나어이 할거나Spring Cold-Snap                            Bong-Ja...
안봉자
책장 앞에서 2019.02.27 (수)
도킨스와 하라리, 베르베르와 이정모가 사이 좋게 어깨를 밀착하고 있다. 사이 좋게? 인지는 사실모르겠다. 시비를 걸거나 영역다툼을 하지 않고 시종 점잖게 어우러져 있으니 나쁜 사이는 아닌 것같달 뿐.  책들은 과묵하다. 포개 있어도 붙어 서 있어도 일생 서로 말을 걸지 않는다. 책들은 다 수줍음을탄다. 자리를 바꿔 달라 보채지도 않고 어디로 데려가 달라 꼬리치지도 않는다. 즉각적인 피드백을양산하는 다중 미디어들이 창궐하는...
최민자
그날해가 지는 산 위에 바위를 딛고 선 그림자, 나는 먼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죽음으로 잇닿아 소리 내어 우는 풀벌레, 새소리--움직이지 않는 소나무처럼넋을 잃어 회한과 절망이 교차하는 눈망울엔 이슬처럼 맑은 눈물이 흘러내렸다갈 곳이 없는 나, 멋진 휘파람이라도 불었으면 후련할 가슴에서, 가슴에선이미 소리를 잃었다어머니가 있는 고향아 폐허가 된 고향아니면 고독의 편력(遍歷)에 점(點) 찍힌 비극오, 나는 저 만치 이끼 푸른 옷을...
성기조
직립 보행 소고 2019.02.25 (월)
종이 한 장 집으려다 허리를 다쳤다 고통스럽고 구부정해진 평등의 원칙기둥의 뿌리가 뽑힌 날마른 뼈 사이 고인 냉각수가 터졌다펑크가 나기 전까지우리는 반항의 종잣돈 허리춤에 끼고 연중무휴 활화산이었지뒤돌아 앉은 과거에 빗장을 풀고덥석 무리한 질문을 던졌다 중간이 무너지고 넘어갈 강은 있는지뒤엉켜 샛강이 범람하듯작은 음극에 양지바른 내부는 외출을 준비할지다리로 받치고 있는 힘의 무게로내 몸의...
김경래
잿빛 하늘          먹구름으로 고인 체흐르지 못했던 시간들마침내 헝클어진 머리채 풀어헤치며 철지난 소나기로 오열한다아무도 없는 겨울바다이간질하는 칼바람에 휘말려 칼춤을 추는 날 선 비수들허연 거품 물고 파도로 침몰한다 만신창이 온몸으로그러나 바다는 아우성하는 아픔들을 말없이 품어 담는 어미의 가슴이다열 길 물속,자궁 속 같은 그 적막의 한 가운데서 가시를 면류관으로 잉태하는눈멀고...
백철현
어느 날 오후 2019.02.25 (월)
캐나다에 온 지 거의 반세기가 지났다. 한국에서 산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년 수를 보냈으니가히 해외교포라 할 수 있다. 이 곳 생활은 서로 분주해서 주중에는 저녁이 되어야 식구가같이 지낸다. 주말이나, 공휴일이 되면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어서 얼마나 기뻐하였었는지.늘 휴일이나 주말이 되기를 고대했었다. 이런 생활은 아들이 장가가고 은퇴하기까지계속되었다.은퇴하고 나니 우리 둘만 남고, 하루하루가 휴일이니 7일 24시간 함께 지낸다....
김의원
강물의 흐름 2019.02.25 (월)
흐르는 강물을 울음 참는유리구슬이라고 부르면 안될까폭우가 스친 자리속내 울음 깊이 묻어 놓고 흐르면유리구슬은 뜨겁게찌르듯 반짝인다저 빛은 깊게 슬퍼해도자기란 존재를 알리지 않는다눈을 찌를 만큼아픔이 있어도 햇살을 물리치는가강가에 유리구슬 빛만 찬란하게 비춘다세월이 지난 자리칠월 폭우로 쏠려서 잃었던 형제들남겨 두었던 이야기로울음 참는 유리구슬로 쪼르르 흐른다
강애나
캐나다 이민을 선택해서 도착한 이후, 열 여덟 해 동안을 한 교회의 성가대 테너 파트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오케스트라와같이 하모니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체에 있어서는 멤버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서로없어서는 안된다는 신뢰감이 거기에 있고, 칭찬이거나 혹평이거나 ‘내’가 아니요 ‘우리’가 함께받는다는 것은 피천득 선생이 그의 수필 ‘플루트 플레이어’에서얘기한 것처럼 오히려 마음 든든한 일이 되는 것이다....
민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