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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2019.07.09 (화)
멈출 수 없는 곳이기에 그저 달려왔을 뿐이다눈뜬장님매연으로 충전된 발정 난 박쥐들삶은 그렇게 눈물 없이도 흘러갔었다한 때는목련 떨어지는 소리가 지축을 울렸고발아래 짓밟힌 꽃잎들이 아프다 진물 흘렸다또 한 때는  밤으로 달려온 열차이마엔 화인처럼 허연 서릿발눈물처럼 흘러내려라다시는 썩지 않을 소금기 머금은눈물로 흘러내려라시내를 이루고호수를 만들고그 위에 띄워 본 뭉게구름나도 꿈처럼 푸른 땀 닦으며 당신의칠월을...
백철현
외롭게 한 죄罪 2019.07.09 (화)
오늘로 어머니 가신지 일주일이다. 땅거미 내리는 시각, 식탁에 수저를 세벌 놓고 “진지드세요…”하다가 멍하니 선다. 어머니의 부재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96년동안 깨끗하고 따뜻하게 사셨다. 임종 하루 전날까지 혼자서 화장실을 가셨다. 장롱이며서랍장이며 정갈하게 정리해 놓고 새 양말 두 칼레만 있어도 한 칼레를 나에게 주셨다. 이런 며느리는새벽이면 제일 먼저 어머니의 문안을 받았다. 연세가 높아지면서 아기 상태로 되돌아가는지...
반숙자
사랑한 뒤 자욱 2019.07.09 (화)
바람이여 흩고 가거라 꽃잎이여 흩 뿌려라 활짝 피었던 복사꽃이 빗줄기가 되어도 슬프더냐 피는 꽃 피는 대로 지는 꽃 지는 대로 억울하더라 고 새가 울더냐!바람에 쏠려서 머물지도 않을 꽃잎잡을 수 없음에 가슴 아려 애통해 할거냐봄 까치는 우는데 꽃잎이 피우기까지의 절절한 사연 알려 하지 마라.나풀나풀 이유도 모르고 떨어지는 꽃잎엔바람이 새겨 놓은 약속도 없더라 한번 피운 꽃 다음 같은 꽃잎이 아니 듯 바람이...
書瑛강애나
소설이건 동화이건, 심지어 때로는짧은 시의 경우까지도 작가들은 보통 자기를 숨긴 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화자(narrator)를 작품 전면에 등장시킨다. 이 점은 참으로 문학의묘미가 아닐까 싶다. 삶을 꼭 자신의 육성으로만 이야기하여야 한다면 때로 얼마나 부담스럽고 때로 얼마나부끄러운 일이 많을까? 그러나 전지전능한 神과도 같이 작가는 한 인물을 가공하여(혹은 창조하여) 그의 목소리를 통해 세상을 꼬집고 타이르고 때로는목놓아 울 수도...
민완기
아기 돼지 2019.07.02 (화)
털석 누운 돼지새끼 열두마리가 부리나케 달려온다내가 먼저야 비켜 내가 먼저야...서로 아우성 친다돼지 우리가 시끌벅쩍 새끼들이 '왜 이래!' 하며 서로 앞다툰다어미가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한마리는 자리를 빼앗겨요기도 한 번 끼어보고조기도 한 번 비벼보고돼지 아기가젖꼭지에 조롱조롱가지처럼 매달린다한쪽에 젖물고 자는 아기돼지도 있다꿈나라 여행인지 밀쳐도 훔쩍도 안한다 평화로운 12마리 아기돼지 울타리.
오정 이봉란
꽃과 음악 2019.07.02 (화)
싱그러웠던 봄이 지나면 온통 꽃을 구경하기 어려우리라고 생각되지만 사실은 요즘이꽃을 구경하고 鑑賞감상하기가 가장 좋은 계절이 아닐까 생각한다. 막연히 요즘이라고 이야기하면 계절에 대한 感覺감각이 둔한 분들은 잘 모를 것 같아분명하게 밝히면 바로 6월초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가만히 화단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참으로 풍요하기 말할 수 없는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꿀벌이 잉잉거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하느적이며 날으는...
성기조
모자이크 2019.07.02 (화)
신은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내 주었고세상은빛 속에 한 줄기 어둠을 만들었다어둠 속의 빛은수없이 많은 건배에 취해 있고세상 속의 어둠은찢긴 상처를 숨기고 있다희고 검은무늬를 짜면서신의 베틀이냉정하게 채워지는 동안얼룩진 술잔을 부여잡고휘청대는 인간에겐목소리가곡조가눈물이 만들어졌다
김귀희
순례 지팡이 2019.06.25 (화)
벼르고 벼르던 예루살렘 성지 순례를 떠나던 6월 2일 전 날.아이들은 늙은 엄마가 먼 길을 나서는 게 영 불안들 한 모양이었다. 출발 전 날 며느리는 여행 동안 꼭 쓰라고 지팡이를 사왔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 난 아무 말 못하고 아이들에게 순종해야 했다. 순례를 앞 둔 5월 1일 아침 산책길에서 발을 헛디뎌 시멘트 바닥에 넘어져 얼굴을 긁어 잎술도 터지고 뺨도 긁혀 꼴사나운 얼굴로 순례를 간다니 얼마나 걱정이 되었을까. 내가 봐도 이건 좀...
김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