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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이는 아침햇살이 어렴풋이 느껴지면서 살며시 누군가 옆에 있는 것 같아 벌떡 일어났습니다.4살배기 사촌동생 새미가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가 서진이 일어나자 한마디 툭 내뱉았습니다.“언니, 미워.”서진이는 그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혼자 남을 새미가 울까 봐 아무도 떠난다는 말을 안 했지만어제부터 뭔가 어수선하게 돌아가는 집안 분위기에 새미도 짐작을 하는 듯했습니다.“에이, 새미야. 언니가 왜 미워.”“언니도 갈 거지? 나만...
신순호
고수 예찬 2019.07.22 (월)
요즘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이든 편리하게 단시간내에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그렇지못한 것들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삶 속에 아직도 많이 존재한다. 특히 먹거리의경우 그 나라 특유의 농산물은 교포들이 밀집한 도시가 아닌 이상 무척이나 구하기가어렵다. 정 필요하면 제일 가까운 도시로 나가 원하는 것을 구할 수는 있지만 필요할 때마다바쁜 일상을 제쳐 두고 매번 사올 수는 없을 뿐더러 더구나 싱싱해야 하는 야채는 가히어렵기 짝이...
정숙인
나의 퀘렌시아 2019.07.22 (월)
     요즘은 밤마다 뒷마당 데크 위에 쳐둔 텐트에서 시간을 보낸다. 텐트 안에 있는 살림이라곤 베개, 이불, 그리고 새우깡 한 봉이 전부다. 물론 텐트 안에 가득한 새소리, 바람소리, 꽃향기는 보이지 않는 인테리어다. 거기에 비까지 내리면 빗소리라는 음악이 더해져 텐트 안은 더 아늑해진다. 오늘밤은 비가 온다고 해서 일찌감치 텐트로 나왔다. 한국에 살 때 남편과 난 산을 참 좋아했었다. 우리가 정식으로 했던 첫 데이트가 아마...
박정은
삘기풀의 노래 2019.07.22 (월)
삘기풀의 노래                                 안봉자  온종일 들판을 쏘다닌 날엔내 몸에서도 들판 냄새가 납니다 청설모 눈동자에 고인하늘 냄새개미 허리에 상큼한풀숲 냄새종달새 날개 끝에 싱그러운솔바람 냄새팔랑팔랑 나비 대롱에꽃가루…꽃가루… 굽은 노송에그리움의 손수건 걸어놓고돌돌 대는 실개천에 두 손 잠그면불현듯 다가서는먼 고향 언덕의 삘기풀...
안봉자
나팔꽃이 순식간에 흰 꽃망울을 터뜨린 어느 아침이었습니다. 전날 밤 제법 큰 줄기의 빗물에도 먼지 땟국이 깨끗이 지워지지 않은 창가에 누워 잠꾸러기 필립이 늦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나팔꽃의 어서 일어나라는 속삭임이 창틈으로 스며든 바람에 실려 왔습니다. 초여름 햇살 아래서 잠이 깬 필립이 눈을 비비며 자연 선생님인 아빠를 찾았습니다. “아빠 선생님! 오늘 유칼립투스 위 코알라 보러 가자고 했지요?”  비온뒤 죽순처럼 키가 쑥쑥...
박병호
멀리 가는 물 2019.07.15 (월)
강이 흐르는 마을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아버지가 강에서 낚시를 하는 동안 나는망초꽃이 핀 강둑에 앉아 강물이 흘러가는 것을 내려다보곤 했다. 그러다 심심하면 도시락을쌌던 종이로 작은 배를 접어 강물에 띄웠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종이배는 신이 난 듯제 몸을 흔들며 강 아래쪽으로 흘러갔다. 강은 스스로 멀리 가는 물이면서 멀리 데려다 주는물이었다.  문학 또한 멀리 가는 물이다. 여러 장르의 작품들이 모여 큰 강을 이루며...
정성화
꽃들은 아름답다 2019.07.15 (월)
꽃들은 아름답다세상의 모든 꽃들은 아름답다큰 놈, 작은 놈, 쬐그만 놈, 아아주 쬐그만 놈노랑 빨강 하양 보라 분홍생긴 모양이나 빛깔 모두 달라도저마다의 향기를 지닌 꽃그들은빛나는 지상의 보석호박꽃이면 어떻고 장미꽃이면 어떠리채송화 봉숭아 나팔꽃 아카시아 냉이 꽃 꽃 마리 별 꽃씀바귀 꽃 ...세상의 모든 꽃들이 이토록 아름다운 걸예전엔 미처 몰랐다.  참으로 몰랐었다오늘도 교실 문을 열면웃는 얼굴, 찡그린 얼굴, 진지한 얼굴,...
임완숙
감사와 행복은 늘 함께하는 연결고리이다. 하늘은 이 땅에 아름다운 계절을 선물로 주셨다. 그리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거기에 걸맞은 옷을 갈아입히신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 때문에 행복에 겨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음악을 듣는다. 이것들은 모두 그 아름다움에 대한 감사이다.올해 봄은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예년보다 빨리 찾아왔다. 봄은 계절 중에 가장 역동적인 아름다운 계절이다. 그래서 시인은 땅속에서...
권순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