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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누워 계신 엄마는 정말 아름다웠다. 연하게 화장한 얼굴에 고운 색의 한복으로 마지막 성장을 한 모습은 돌아가신 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생전에 이렇게 많은 장미 꽃 속에 계신 적이 있었을까……. 장미 한 송이도 손에 들려드리지 못한 자식들의 한을 풀어주듯 장미꽃 속에 그렇게 누워서 우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검은 색과 아름다운 유채색의 조화가 여기가 장례식장인지 모를 정도로 묘하게 어우러진다.  새벽의...
김베로니카
열기구 2019.05.13 (월)
열기구는 혼자 더워져서하늘에 오른다속에 담은 불이 너무 견디기 힘들어높은 산 위에 푸른 가지 사이를 떠 있어야 한다당신이 돌아오는 날멀리 지평선 너머로 먼저 보고다시 땅으로 돌아와 있을 것이다그냥,아무 일도 없었다고언제 돌아왔냐고봄이 남풍을 실어오면 오신다 했었다고.
김석봉
山이 걸어와서 2019.05.13 (월)
산이 좋아서 산자락에 비둘기집 같은 둥지를 틀고 땅을 일구며 사는 내게 어느 날 산이뚜벅뚜벅 걸어와서 “당신은 신선이외다.” 일러주고 갔네. 초록빛 실바람을 타고 봄이 살포시영 너머에 내려 앉으면 가슴을 마구 설레이게 하는 쪽빛 동경이 너울거리고 파아란 오월에는터질 듯한 그리움이 메아리되어 사는 곳. 비 개인 아침에 반가운 얼굴로 한 달음에 달려와다정히 악수하는 산. 거긴 긴장에서 풀린 지성인들의 안식이 있고 때묻지 않아...
반숙자
엄마 생각 2019.05.13 (월)
쪽빛 하늘과 어우러진양털 구름이 눈에 보이면아픔이 가슴 밑바닥에서샘처럼 솟아 오른다엄마의 옥색 치맛자락 끝에 매달려치근대던 세상 풍파가한없이 미웠던 시절자식들의 억지 투정에뒤돌아 흘리시던눈물 빛깔을 보는 것 같아...잿빛 하늘이무겁게 내려앉은 오후비에 젖은 나뭇잎이하나 둘 떨어질 때면마음 한 구석이쓰리고 아파 온다철없던 젊음의 과시로 인해가지 많은 나무에바람 잘날 없었던 많은 날들에무겁고 힘들었을 엄마의...
장의순
도시의 오아시스 2019.05.06 (월)
 노란 꽃술을 내민 감자꽃 한 다발을 남편이 말없이 건넨다. 수확기를 앞두고 감자알을 굵게 만들기 위해 꽃을 따내는 남편 옆에서 나는 잠시 감자꽃을 들여다본다. 희고 보드라운 꽃잎 가운데 샛노란 꽃술을 뾰족이 내민 감자꽃은 너무나 앙증맞다. 키 큰 미루나무 가지에 모여 앉은 찌르레기들이 소리 높여 재잘대기 시작한다. 멀리 눈 덮인 골든 이어 산이 보이고 코퀴틀람 강이 흐르는 콜로니 농장 주변 풍경은 언제나 평화롭다. 200여 종의 철새...
조정
그리운 어머니 2019.05.06 (월)
다정한 오월이 오면 어머니 그리워카네이션보다 진한 눈빛으로허공 저 너머 둘러봅니다늘 허약하셨던 어머니풋풋한 시절 비 내리던 날교문 앞 친구 어머니 보며 철철 젖어 달려갈 때아주 작은 부러움이 사춘기에 그늘이었지만친정 나들이 때마다고이 접은 쌈짓돈 쥐여주던 그 마음이제야 알 듯하여 가슴 저린데설핏 꿈에라도 못 오십니다사무치게 그리운 어머니풀잎을 스치는 바람으로 다녀가신다면흔들리는 풀잎 곁에 가만히 누워보렵니다엉클어진...
임현숙
수리수리 알렉사 2019.05.06 (월)
“알렉사, 턴 온 퍼스트 플러그.”  불꺼진 방문을 들어서며 알렉사에게 말을 건넨다. 알렉사는 스탠드의 불을 켜며, “오케이”하고 대답한다. 시간이 지나 잠 잘 준비를 하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고, 눈을 감았다.하지만, 여전히 켜져 있는 불빛이 거슬린다. 불을 끄기 위해 다시 일어날 생각을 하면 여간귀찮은 게 아니다. 누가 대신 불을 꺼 주면 얼마나 좋을까, 말 한마디로 불을 켰다, 껐다 하면참 편리할 것 같다는 상상을 해 본다. 그때,...
정재욱
봄비 앓이 2019.05.06 (월)
온종일 봄비가 내린다추적이는 빗소리에 아랑곳없이우산 속 아이들의 재잘거림은굵어진 빗방울만큼이나 활기차다저 맘 때였겠구나유난히 달리기를 좋아하던 아이속옷이 다 젖는 줄도 모르고빗속에서 첨벙첨벙 뛰어놀던 아이저 맘 때였겠구나첨벙대며 뛰노는 모습에사내아이처럼 군다고 혀를 끌끌 차며따뜻하게 안아 주시던 아버지그 아버지지금은 어디에서 다시 태어나누구를 안아주고 계시는지
정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