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미로 2018.07.09 (월)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르고시작하는 여행어느 방향으로 가면나갈 수 있는지모르고 떠나는 길,미로되돌아갈 수는 없어서이리로 저리로끝없이 방황하면서어느 땐가는 도착하리라는희망으로 가는 알 수 없는 길,미로더듬더듬 걸어마침내 출구의 빛을 발견하는그때가 오면슬프고 아쉽게도결국 우리의 시간도끝이 난다네.
송무석
비 오는 밤바다의 체취가 그리운 날홀로 태평양까지 달려온 시간 내내원시림 곡적을 따라 소나기 따라온다 포구는 빗소리에 멀어져 나뒹굴고노처녀 변덕 같은 파도의 히스테리에바다도 섬도 그렇게 젖어 우는 *롱 비치 어느 곳 어디에서 한 접시 노을 얹어나의 핫 한 뇌관을 건드린 밤바다여해 무는 처연 하지 못해 시야를 막아 선다 폭풍을 이끌고 온 밤비의 모략으로거칠게 저항하는 세파의 시린 통증여름의 하얀 물거품에 섬 하나...
이상목
달 항아리 2018.07.09 (월)
  달 항아리를 보면 달빛의 맑은 도취 속에 빠진다. 달빛 속의 미인이나 꽃은 더 어여쁘고 향기롭다. 햇빛은 사물의 분명한 모습을 드러내지만, 달빛은 마음까지 닿아 오는 여운(餘韻)을 준다.  달 항아리를 보면 불현듯 조선 중엽의 달밤 속에 있는 듯하다. 달은 농경시대에 우주의 중심, 마음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농사일이나 살아가는 일이 달의 주기에 맞춰 이뤄졌다 한국인의 마음속에는 보름달이 떠 있었다. 달은 해보다 유약해 보이지만,...
정목일
유월의 언덕 2018.07.04 (수)
류월숙 / 한국 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유월의 언덕이저만치 강가에서하얗게 새벽을 씻어내고 있다숨막히는 삶의 틈바구니열기 가득한 바람이한바탕 맴돌다 간자리중년이 훌쩍 넘은 아침회한의 흔들림이안개비로 내리고먼지 한 톨보다더 작은촛불 하나 밝하면별이 되는 속울음계절의 모퉁이 돌아가슴앓이로하얗게 산 국화 피워내는
류월숙
동네 골목 2018.07.04 (수)
서정식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올해도 홀로 계시는 어머니 위안차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몇 차례 어머니 곁을 찾았지만, 많은 세월 탓에 야윈듯한 그모습이 살며시 마음에 그려지기도 하고. 한편, 93세임에도 건강한 모습도 엿보게 된다. 늘 머무시는 동네주변은 여전 초라함도 같이하는 서울근교 어느 변두리 동네에 도착하는 순간, 내 눈길에는 그집 모습이 초라할 뿐이다.어느날, 어머니께 이사를 조용히 제의 해보았다....
서정식
떡보 / 우주 한 채 2018.07.04 (수)
김혜진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금요일 이른 아침 딸네미 등교시킨 후, 한인 상점에서 주간신문들 챙기고 간단한 장도 보고 돌아온 남편이 뭔가를 내 앞에 내민다. 밥 대신 떡을 즐겨 먹을 정도로 떡보인 나를 위해 “ 당신 떡 먹은 지 좀 됐지?”하며 모둠 떡과 백설기, 찰떡을 내미는 거였다. 남편의 작은 배려를 고마운 마음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아련한 추억이 가을비를 타고 가슴에 스며든다. 내가 여중생이었을 때 엄마 손을 잡고 외할머니를...
김혜진 / 이영춘
열무김치 예찬 2018.06.25 (월)
이종학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저기. 밥도둑을 잡아라!”난데없이 환청이라도 들리는 듯하다. 아니, 열무김치 한 그릇이 밥상에 새로 대령하는 착각이다. 제철음식으로 열무김치의 별미를 능가할 인기 반찬은 없다. 생김새 그대로 입에 착 감기는 감칠맛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이 나이가 되도록 열무김치의 미각을 버리지 못한다. 캐나다에 이민해 사는 지금까지도 새봄의 태양이 떠오르면 열무김치의 환상적인 독특한...
이종학
재두루미 2018.06.25 (월)
백철현 / 밴쿠버 문인협회2018년 1월 31일재의 수요일재를 덮어쓴다는 건죄를 덮어쓴다는 거다죄를 덮어쓴다는 건사랑을 완성한다는 거다먼저 보냈었다사랑했던 그들차마 재를 덮어썼었다눈물로기도로오래 참음으로재를 덮어썼었다해 저문 첨탑 꼭대기깃발 없는 깃대처럼눈먼 사랑이 처연하다들꽃 무리 둔턱에재두루미 한 마리석양빛에 긴 목덜미눈이 부시다거룩하다엄마를 닮아있다.
백철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