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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따따 따따닥 따닥 딱딱딱.   무슨 소릴까. 아들 방문에 귀를 댄다. 한쪽에선 방송소리, 아이의 중얼거림 들리고, 또 다시 따따따 따따닥 따닥 딱딱딱. 이때는 온 집안 식구가 쥐 죽은 듯해준다. 숨 막히지만 1년에 10번 이상 시험을 보니 어쩔 수 없다.    “엄마, 나 중학교 졸업 후 독립한 거 알지?”   한창 부모 간섭이 필요한 데, 지가 다 알아서 살겠다며 아무 상관도 어떤 걱정도 하지 말란다.    만 15세,...
박성희
고향의 그림자 2019.10.15 (화)
정든 사람도 떠나고, 그리운 마음도 떠나고지지리 못 살든 안타까움 마저모두 떠나버린 고향낯선 이웃 같은 허전한 기분이 드는 옛집고향을 떠나면서기억에서 잃어버리고 사는 고향가녀린 코스모스처럼 가엾은 어머니덜 익은 땡감처럼 무덤덤하던 아버지형아, 형아!까까머리 동생이 숨 가쁘게 부르던 소리언제나 풍겨오는 퀴퀴한 화장실 냄새좁은 밥상에서 부딪히는 그릇 딸그락 소리컹컹 짖어 대는 덩치 큰 누렁 진돗개부대끼며 살아온 그런...
나영표
   “헬로 에브리원! 마이 네임 이즈 H. 청년기의 황금 같은 5년, 캐나다 각 분야 지도자를 소리 없이 양성하기 위한 이곳에서 함께 뒹굴 제군들의 첫 수업을 맞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17대1, 세 단계의 어려운 관문을 뛰어넘은 호기심 가득한 여러분들을 위한 이 수업은 푯대를 향한 문학적 접근이 아닙니다. 수천 년 전의 수사학적 접근을 현대에 시도하는 실전 훈련입니다. 다음 주 이 시간에 표현 가능한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질문과...
박병호
죽는다는 말 2019.10.07 (월)
 지금은 웃으면서 회상할 수 있는 일이 되었지만, 지난해 나는 예상치 못한 일들로 학교에 불려갔던 일이 있다. 캐나다에서 지낸 지 2년 차에 접어들었던 터라, 잘 지내고 있으리라 생각해 조금은 방심했던 것이 문제였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음을 놓고 있다가 불쑥 학교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크게 당황했던 일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학교에 아이들을 등교시킨 후 먹거리들을 사러 마트에 갔다. 이것저것 둘러보고 필요한 물품들을 카트에...
윤의정
가을 철암역 2019.10.07 (월)
오후 세 시의 그 꼭지점에서햇살이 길게 모로 누우면철길 저 너머에서 세 시를 알리는 기차는푸우-푹-푸우-푹 흰 연기를 토하며 달려오고열세 살 그 소녀는 누군가를 기다리듯, 혹 먼 이방의 한쪽 문을 그리워하듯산비탈 조그만 쪽문을 향해 아슬히 눈 멈추곤 했는데어느 날 도시락을 싸 들고 우리들 창자보다 긴 터널로 떠난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고공복인 듯 탄가루 먹은 하늘은 검은 연기로 쏟아지는데전설처럼 푹푹 쏟아져 내리는데아버지...
이영춘
긴 열차가 깊은 산속을 느릿느릿 달린다.나이가 들어 석양이 지척인데 느긋이 앉아 기차여행을 하는 호사를 누린다.기차가 가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가만히 앉아 있으면 지나가는 것은 산이요 호수요 들판이다. 전망 칸이 4개, 식당차가 2개, 침대칸을 포함하여 모두 25개의 차를 연결하였다. 대륙을 관통하는 VIA Rail 열차다.밴쿠버의 산군 10명이 의기투합하여 지난 3월부터 준비해온 여행이다.9월 첫 주, 아직 단풍이 들지 않은 산야가 싱싱한데 열차는...
늘산 박병준
  우리 집 패밀리 룸은 정남향이고 동쪽 서쪽 남쪽이 모두 커다란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밤이 아니면 늘 환하다. 여기서 뜰을 보면 마치 정원 속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우리는 햇빛이 강렬하고 무더운 여름 며칠을 제외하고는 늘 유리창 가리개를 젖혀 놓고 산다. 하지만 가을이 깊어 가면 우리는 할 수 없이 패밀리 룸 한쪽의 블라인드를 창틀 아래까지 내려놓아야 한다. 바로 새들 때문이다. 옆집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앵두같이 작고 빨간...
송무석
처음처럼,첫 마음으로 시작하고자 하는 순수다첫 사람을 만나고첫 경험을 나눌 때 빛났던 태양흠하나 없이 하얀 날은 순수의 첫 날이었다 영원을 꿈꾸던 순수는 말간 물거품으로 날아갔다 해도그늘을 두지 말거라 그늘이 없는 하늘은 어지럽다봄날은 늘 그러했듯이 바람 부는 곳으로 가고가고 보면 오는 것이 쓰다 할지라도그리하지 아니할지니사람은 원래 외로운 것이다 별은 왜 눈물을 흘릴까첫눈 내리는 강변에서 피리를 불자 순수를...
추정강숙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