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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 녘의 독서 2018.09.10 (월)
스마트 폰이 부르르 떤다. 딸애의 호출이다. 외출할 일이 있으니 아기를 잠깐 맡아 달라한다. '기본임무 수행을 제한 받고 명령에 의해 지정된 지역으로 즉각 출동 행하는'비상사태, 이쯤 되면 내겐 '진돗개 하나'다. 읽던 책을 던져두고 부리나케 일어선다.​ 생후 6개월, 쌀 한말 무게도 안 되는 아기는 진작부터 힘이 천하장사다. 삼십 년 가까이 한동네 붙박이로 살던 나를 제 집 옆으로 끌어다 붙일 만큼 태어나기 전부터...
최민자
이른 가을 2018.09.10 (월)
햇살 향해 눈 비비며문을 열자마자마주친 공기청명한 인사로문턱에 조심이 다가와선선함을 선물하네새벽녘에 포사시 내려와다소곳이 앉은 빗방울열기 식힌 차 위에내 집마냥 편한 잔디에수줍게 뭉글거리며때 이른 가을을 기다리네늦은 저녁 창문 살로비집고 들어오는 허전함갈 곳 없어 방황하지 않게이정표 잡아주며본연의 신고식을바람을 통해 전달하네가을은 성큼 한 발자국 다가와온 세상 빨갛게 달궈진홍조의 자취를금빛성숙으로...
김윤희
늙음의 미학 2018.09.06 (목)
요사이 눈과 귀가 나 몰래 어두워만 간다. 늙어감의 증상이다. 그래도 내 나이 또래 평균 청력은 남아 있단다. 전문의의 말씀이니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실상은 많이 불편하다. 회의할 때, 공개 강연을 들을 때, 여럿이 모여 두루 담소할 때 더욱 그렇다. 간혹 특별한 비유나 재미나는 농담 이야기 토막이 내 귀에 미처 와 담기지 못하고 지나칠라치면 아주 낭패스럽다. 모두 재미있어 웃는데 나만 혼자 조용하다. 웃음 포인트(Punch Line)를 놓치고...
심정석
돌탑 2018.09.06 (목)
아직도 어리숙한 내가오늘도 당신의 마음에돌멩이 하나를 쌓아 올립니다 무심코 올려놓은 작은 돌들이행여나 무너질까숨소리 크게 내쉬지 못했던 당신 나의 서투름에 쌓인 돌탑이거대한 돌무덤이 되어당신을 가둬버리고 나서야연꽃잎 뒤에서 울어대던개구리 소리가 들립니다 해 질 녘 울리는 종소리가그 돌탑을 무너뜨리려 합니다 내 서투름에 숨죽여있던그대 그대의 숨결이몹시 그립습니다
전종하
요사이 Internet을 통하여 걷기 운동에 관하여 검색해 보면 엄청나게 많은 수의 기사들을볼 수 있어 정말 정보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일반적인 결론은 나이에상관없이 걷기 운동이 육체적 건강뿐 아니고 정신건강에도 커다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70 중반에 들어서니 여러 동년배 친구들이 노인 건강에 대한 정보가 있으면 미디어를 통해공유하는데 최근 특별히 내 눈을 끈 것은 “하루 걸음 수와 운동 효과”라는 기사였다....
김의원
너와 나 2018.09.06 (목)
복잡한 세상의기대치를 가늠하며물기 흐르는 창가에 앉아내가 너를 보고 있듯너도 나를 보고 있다어제도 오늘도 닮아있는 너와 나는무지개 다리를 건너서라도만나야 되는떨어질 수 없는 인연울다가 웃다가사랑하고 미워하고시간을 계산하다계절을 잊어버리고세월을 기억하다청춘을 사기 당해잊혀져 가는 아픈 전설로 남을그것이너와 나의 인연이다
장의순
단골 이발사 2018.08.27 (월)
이민 와서 골치 거리 중의 하나가 머리를 깎는 일이었다. 주변에 이발소가 거의 없었고 몇개 있던 미용실은 익숙지가 않았다. 한국에서는 한번도 미용실을 간 적이 없다. 이민 와서처음 머리를 깎은 곳은 동네 타운 홈의 거실이었다. 거실 한쪽에 커튼을 치고 달랑 의자하나와 거울 하나를 놓고 한국에서 미용 경력이 있는 아줌마가 알음알음 찾아 오는사람들을 상대로 머리를 깎아 주곤 하던 곳이었다. 몇 년이 지나 이곳 저곳 한인이 운영하는 미용실이...
이현재
구불거리며 이어지는 옛날얘기 길은          할머니와 손주와 영혼이 엮기는 길          옛 것이 새싹으로 피어나는 길          세월의 간격이 손 맞잡는 길          두 발을 움직여 길을 걷는 것은          기다림을 가르는 일상 이지만          심장이 뛰어 피가 흐르는 것처럼          가슴의 요동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
조규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