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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사랑 2018.11.07 (수)
새벽 여명이퍼지는 햇살을 타고창문을 기웃거리면아가의 꼬물거림으로 아침을 연다.옹알이로 존재를 알리며방긋거리는 미소를 보면온 몸에 쥐가 내리고반짝이는 청아한 눈빛이탁해진 시선에 머물면연하고 고운 인연이고맙고 미안해눈물이 난다.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던지난날의 기억을속삭이듯 전하는 따뜻한 포옹내리 사랑이목화 꽃 송이로 피어올라새근대며 잠드는 맑은 얼굴에선솜사탕 냄새가 나고하루에하루를 더한 날들이익어가는...
장의순
수십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꿩이나, 산토끼는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었다. 농한기인 겨울 어른들은 눈이 덮인 들판에 독을 넣은 콩을 뿌려 먹이를 구하기 어려운 동물들을 잡았다. 나도 덕분에 꿩고기와 토끼 고기를 적어도 한 번은 먹어볼 수 있었다. 우리가 가난하고 먹을 게 적었기 때문에 이렇게 야생동물들을 잡아먹었다. 이렇게 야생동물을 사냥하고 농약을 많이 써서 먹이 사슬을 끊은 까닭에 우리나라는 이제 시골에서도 야생동물을...
송무석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정호승로터스 정 번역첫눈 오는 날 만나자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순백의 골목을 지나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더러 사먹기도 하면서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로터스 정
우리는 1974년 첫 딸이 두 살 쯤 되어 캐나다 이민 바람을 타고 몬트리올로 훌적 떠나 왔다. 캐나다가 어떤 나라인지는 대충 알았지만 할로윈이라던가 하는 이 곳 풍속을 전연 알지 못했다. 어떤 교회에서 저렴한 가격에 유아 방에 아이를 맡겨도 된다기에 딸 아기를 잠시 맡긴 적이 있었다. 아이가 너무 집에만 있으니까 ‘엄마 심심해“ 하며 아기 식으로 불평을 간간히 해 오던 차라, 유아 방에 가서 다른 아이들과 놀다 오라고 보냈던 것이다. 아이가...
김춘희
나무의 길 2018.11.02 (금)
햇살이 따갑다빈속 감추느라 돌돌 감아입은허영의 옷을 벗는다정념,탐욕,아집이헐렁한 대지에차곡차곡 쌓인다바람이 깊다빈속 채우느라 겹겹이 쟁여둔이기의 결을 털어낸다한줌의 소망,한삼태기 사랑과 한알의 생명이빛 사윈 숲을 흐북이 채운다이 가을이 되어비로소나무가 된다나무의 길에  선다
김해영
한지방문 2018.11.02 (금)
우리 나라 아침은 한지 방문으로부터 온다.희끄무레한 여명이 물들어 있는 한지 방문을 보면서 아침이 온 것을 알게 된다. 한지 방문은정결하고 고요롭다. 세상에서 가장 먼저 밝아오는 아침의 서기와 명상이 어려 있다.유리창처럼 빛을 투과하지 않고 머물게 하는 것은 한지 방문밖에 없을 듯하다. 아침 빛을맞아들이고 그 표정을 보여줌으로써 평화와 맑음을 준다. 한지 방문은 빛을 품어 광명을 안게 한다. 지난날의 어둠과 근심을 지워버리고 새...
정목일
이 가을에 2018.11.02 (금)
눈이 부시게 고운가을엔 난 마음이 불편하다물어볼 말도 없지만내일이면 너무 늦을 것 같아한 번의 만남이라도 좋은 이런 핑계가얼른 생각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코스모스 꽃잎이 날리는가을엔 늘 마음이 바쁘다띄울 사연도 없는데예쁜 꽃잎이 다 날리기 전에꽃잎에라도 마음을 적어 보내고 싶은간절한 소원이 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낙엽이 거리에 쌓이는가을엔 왠지 마음이 급하다받을 사람도 없는데아름다운 단풍이 다 지기 전에내 마음을...
나영표
그해 3월 첫 장날은 찬 공기가 남아 있어도 추위를 느끼지 못할 만큼 화창했다. 따뜻한 희망을 품은 남풍이 부는 바다는 은빛 물결로 잔잔했다. 짙푸른 물이 물결치며 만든 새파랗고 신비로운 색상들이 고흐의 ‘몽마주르의 고귀한 석양 하늘’을 떠올렸다. 꿈을 안고 떠나는 사람들을 설레게 만드는 부두에는 남해 섬들과 통영을 오가는 30톤 여객선 하나가 출항을 기다리고 있었다. 빛바랜파랑과 때 묻은 흰색이지만 태평양 횡단에나 어울릴 이름을...
박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