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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푸른 미니스쿨의 첫 수업 (下)       (*2019-10-07에서 계속)                                                              “시간의 가치는 나이에 따라 다릅니다. 몸은 아직 작아도 청년기의 꿈이 실린 5년은 장년기의 30년보다 긴 시간입니다. 지금은 와닿지 않겠지만 여러분이 내 나이쯤 되면 그때야 50년 전의 이 말이 폐기처분...
박병호
카레덮밥 2020.02.24 (월)
    스미하와 함께 마트에 온 은경이는 혹시나 엄마를 만나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엄마는 식품부에서 반찬 만드는 일을 한다고 했으니 아마 매장에서는 부딪히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반찬코너는 멀찍이 돌아서 생활용품 쪽만 보고 있었습니다. BTS의 팬이면서 한국물건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스미하가 한국 마트에 가고 싶다며 몇 번을 졸라 하는 수 없이 같이 온 은경이었습니다....
신순호
겨울 강가의 재회 2020.02.18 (화)
     무수하게 꽂힌 빛살 위로 초록의 정오가 무심히 강가를 산책한다 그리고 수초를 감싸는 작은 애무   물가 언덕 위에 검은 이끼를 입고 서 있는 허공 속 나무 하나  물 위에 어른대는 꼭 닮은  나무  둘  그리고 물속 깊은 곳에 자기를 묻고 사는  나무 셋   바람이 찾지 못하는 숨겨진 겨울 숲속을 흐르는 회한의 강가에서 엇갈린 빛 너머 나무는 재회를 한다   고요한 아픔이 흐르고 나서...
김석봉
                                                                           어린 시절 우리 가정은 불교를 믿었다. 그 당시 기억에 의하면 주위의 많은 가정에서4월 초파일이 되면, 절에 가서 가족의 건강이나 안녕을 빌기 위해 불공을 드렸다. 또한 전통적으로 예부터 내려온 유교의 관습대로 제사는 물론이고 명절 즉...
이종구
일을 나가지 않고 쉬는 날에 오히려 일찍 눈이 떠질 때가 있다. 창문에 어슴푸레 푸른 여명이 비치고 그것을 한 번 본 뒤로는 벌떡 일어나고 만다. 커튼을 제치고 산 밑의 마을을 잠시 내려다본다.   썰물같은 푸른 어둠에 잠겨 있다. 간밤에 내린 눈때문에 세상이 새삼 청순해 보인다. 천지가 창조되던 때처럼 하늘도 땅도 구분이 없다. 멀리 도로에는 달리는 차도 눈에 띄지 않고 과묵하기 그지없다. 백 년된 소나무에 사는 다람쥐들도 간밤에...
정숙인
봄 날의 약속 2020.02.18 (화)
잿빛 하늘이 슬픈 날이면 너와 지붕 눈어깨도 들썩이지 않고 조용히 흐느껴 운다   처마 끝 눈물이돌아 누운 베갯잇에 얼룩 남기듯콘크리트 바닥에 아픔을 꾸겨 넣는다   밟아야 모진 겨울 나고봄 날 싹 틔우는 보리처럼 아픔은 짓이겨진만들기 시간 찰흙처럼모래성 쌓고 뭉개고갯벌 산낙지처럼숨구멍만 남긴 채초승달 찔린 하늘처럼가시만 가슴에 묻고
전재민
겨울 부츠 이야기 2020.02.10 (월)
                                                       한기가 발끝에서부터 몸 위로 차오르면 나는 겨울 부츠를 꺼내 신는다. 지난 1월에는 예상치 못했던 북극의 한파와 폭설로 학교와 공공기관들은 문을 닫았다. 뜻하지 않은 휴교 덕분에 아이들은 미끄럼도 타고 눈사람도 만들며 한껏 휴가를 즐겼다. 부츠를 발에 껴 신으며 나는 12년 전의 몬트리올로...
김춘희
  멀리 고향을 떠나와 나처럼 외로운 건지 길섶에 옹기종기 살을 비비고 있는 조약돌들   비 내리는 날이면 빗물 따라가려 졸졸졸 거리지만 제자리에서 어깨만 들썩일 뿐   동해의 푸른 숨결 서해의 붉은 낙조 울안에 덩굴지던 능소화 마음 자락 별빛 헤며 기다리던 그 시간마저도 그리워라   세월은 쌉쌀한 기억마저 달곰하게 삭이어 낡은 그리움의 포로가 되고 맙니다.  
임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