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광고문의
연락처: 604-877-1178
단풍 그 넋 2018.12.19 (수)
     붙잡을 수 없는 여름     붙잡으려     각혈토록 부르다     피맺힌 색깔      하늘에 닿았다     떨어져     핏빛 물든 단풍     땅을 치며 쏟아낸 사연     아롱아롱 눈물은 떨어져     오색 단풍으로     물 들었나     풍덩 빠져 깊은 하늘     헤어나지 못하고     허우적 물들며   ...
조규남
며칠 전 오랜 이웃으로부터 반가운 이메일을 받았다. 우리와 같은 해 이민 와 한동네에 살던 프레드락은, 고향에서 가족과 함께 보낸 휴가 이야기를 소상히 전해 주었다. 그 중 인상적인 것은 30년 전 헤어진 친구를 어렵게 찾은 일화였다.  “내가 프라하에 머물 때, 나는 기억을 더듬어 1980년대 헤어진 친구의 집을 찾아갔다. 그러나 친구는 오래전 이사를 해, 나는 그 건물 벽에 메모 한 장을 남기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다행히 우리의 극적인...
조정
야누스 십이월 2018.12.19 (수)
십이월,기쁜 성탄이 울려 퍼지고빨강 초록 물결이 눈부신저마다 흥겨운 자리궁핍한 시선 하나자선냄비에 던져지는 동전처럼구르는구나삶의 등짐이 버거워영혼마저 팔 듯한가여운 사람, 사람아부디 힘내시라고난과 생명의 십자가처럼두 얼굴의 연말이 지나새날 동트면이윽고그대 굽은 등 일으켜비상의 홰치는 소리우렁차지 않으리.
임현숙
추수감사절에 시애틀에 사는 큰 딸에게 다녀왔다. 딸이 추수감사절에는 터키를 구워 놓고 초대를 해서 기특한 마음으로 다녀온다. 갈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국경을 접한 미국과는 화폐도 통일하고, 미국 최대명절이라는 추수감사절도 같은 때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딸에게 “캐나다와 맞추어서 10월에 추수감사절을 하면 좋겠다.”그랬더니 “아뇨, 11월이 더 좋아요.” 라고 한다. 이유인 즉 “10월에는 할로윈, 11월에는 추수감사절, 12월에는...
아청 박혜정
하지만 2018.12.14 (금)
자목련 핀다고 하지만핀다는 것은언제나 가슴 설레는 것만은 아니다그 꽃잎 떨어졌을 때 그 님은 눈시울 적시겠지비가 온다고 하지만온다는 것은언제나 기쁜 것만은 아니다다리 밑 낡은 텐트 안에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갈바람에 먼 길 떠나는 고엽(枯葉)이라 하지만선뜩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늘 가슴 도려내는 것만은 아니다칼날 북풍에 한겨울 버티고 선, 저 나무들을 보라동지섣달 하루해가 어둠에 묻힌다고 하지만묻힌다는 것은항상 슬픈 것만은...
김시극
포트 무디 호랑가시 길 6번지, 헤리티지 숲 속에 자리한 우리 집이다.집을 구하러 다닐 때 마땅한 집이 빨리 나타나지 않으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처음부터마음에 드는 집을 고르면 집값이 터무니없이 예산을 뛰어넘고, 예산에 맞추어 고르면오래된 집이거나 전주인의 특이한 음식 향을 걷어내는 추가 경비를 더 해야 할집이다. 적당한 집을 찾는 일에 지칠 때쯤, 반듯하게 앉은 작은 집이 새로 매물안내판을 안고 나타났다. 1년 반쯤 된 새집이라 손볼...
강은소
전철 안 비슷 맞은편에 자리한아이와 엄마에게 시선이 간다엄마는 흔한 스마트 폰 게임도 않고어미참새가 아기참새와 마주 앉아 지저귀듯풍성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내고 있다옛날 옛날에 호랑이가 살았는데예쁜 꽃동산에서 꽃을 따다가 벌에 쏘였데옛날 옛날에 호랑이가 살았는데썩은 동아줄을 붙잡고 올라 가다가 떨어졌데어쩌나! 호랑이가 뚝 떨어졌다네어쩌나! 호랑이가 뚝 떨어졌다네엄마가 막 옛날이야기를 끝낼 즈음딱 한 개만 더...
정연미
석양을 바라보며 2018.12.07 (금)
한 해 한 해 나이가 더 들면서 내게 주어진 시간은 가속이 붙어 달려만 간다. 올해도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점에 서 있다. 작년에 비해 내게는 엄청난 변화가 왔다. 그 동안도 오뚜기처럼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수 없이 반복하며 살았지만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얼마 전 한 사건으로 인해 몸을 다치고 보니 자신감이 없어지면서 매사에 희망 아닌 단념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   지난여름...
수필가 심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