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침묵의 언어 2020.03.09 (월)
  “세상에 눈보다 게으르고, 손보다 빠른 것은 없단다. 아이구 내 손이 내 딸이구나.” 젊은 엄마 목소리 귀에 쟁쟁한 한나절   한 소쿠리 깔 양파를 들여놓고 저걸 언제 다 까나 마음이 한 짐이더니 눈물을 한 종지 흘리고 서야 엄마 그리워 눈물인지 아픔인지 가슴 가득 아려온다   창밖만 응시하고 계신 아흔일곱의 내 엄마 아파야 가는 저승길 나풀나풀 댕기머리 시절 그리우신가 오래전 먼저 가신 아버지 그리우신가 말 없는...
강숙려
호두까기 인형 2020.03.09 (월)
                                내 연주실에는 한국에서 이민 올 때 가지고 온 호두까기 인형이 있다. 예술의 전당에서 차이코프스키의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을 보고 나오는데 그 주인공 인형을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키대로 세워 놓고 판매를 하고 있었다. 가만히 보니 작은 것은 장식용이고 어느 정도 키가 큰 것부터는 진짜 호두가 까질 것 같아서 조금 큰 것으로 샀던 기억이 난다.   그...
박혜정
우연도 기적이다 2020.03.09 (월)
몇 년 전의 일이다. 일이 있어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이었다. 차를 몰고 오는 동안 내내 기분이 울적했다. 그 즈음엔 힘겹고 쓰라린 상황이 계속되었다. 시도하는 일들이 이루어질 기미는 없고 늘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견디기 힘들었다. 무언가를 이루고자 애만 쓸 뿐 결실은 이루지 못하는 인생인가 싶어 우울하고 힘이 빠졌다. 라디오를 틀었다. 마리아 칼라스의 노래가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그럴 가능성은 없지만, 답답한 마음에서 벗어나고자...
김선희
동화목(冬花木) 2020.03.09 (월)
                                                옷 한 벌 입지 않은 맨몸으로 빈들에 서서 떨고 있는 저 엄숙한 침묵, 시린 발, 시린 몸, 웅크리고 제 몸 비벼 봄을 틔우고 있는 저 심지의 환한 불길, 내가 가만가만 그에게 다가가 살짝 귀 대어 들어 보니 벌컥 벌컥 물 마시는 소리, 그 뜨거운 생불生佛의 열기 확, 내 몸에 불을 당긴다  
이영춘
                                                                 세상이 한번쯤 화려해지는                눈부셔라 새해 새 아침                  폭설이 사방 십리를 휘몰아쳤다...
김영주
   “희망이란 좋은 거예요.     가장 소중한 거예요.     좋은 것은 결코 멸(滅)하지 않아요.”     “쇼생크 탈출”이란 영화에서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이 감옥에서 사귄 친구 레드에게 한 말이다.      이 영화는 감옥 안의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 중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교도소라는 동일한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갖는 자와 잃어버린 자의 삶이 얼마나 다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심현숙
평풍같은 얼음 골 폭포, 아픈 마음 떨쳐 내리고 들어간 약수터,  더운 몸 냉동되어 겨울 산신 되었구나 주왕산 용의 혈맥 풍경은 천국에 오니 풍요로운 농작물 인심도 참 고와라 유교사상 맥 이어 전통 고택보존 선조의 유산 산천경계 황혼 질 때 노을 빛 주렁주렁 사과알에 옮겨 담고 산딸기 아가씨 붉은 입술로 청송청송 노래 부르네 우지 짖는 새들도 늘어진 왕 버들 가지에 안개를 털어내면 높은 봉우리 고사리 산채들이 지천으로 바람...
강애나
                                 음성 장날 고추 모 세 판을 사다 심었다. 오이고추, 청양고추, 일반 고추다. 모종을 파는 상인의 생존율 100%라는 부연설명까지 들어서 그런지 땅내도 못 맡은 모종들이 싱싱하기가 청춘이다. 모종을 심고 나면 한 보름 동안은 빈약한 떡잎가지 시들배들한다. 겨우 어른 손 길이만 한 어린 것들이 적어도 보름 정도는 죽느냐 사느냐 사투를 벌일 것이다. 그...
반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