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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립 보행 소고 2019.02.25 (월)
종이 한 장 집으려다 허리를 다쳤다 고통스럽고 구부정해진 평등의 원칙기둥의 뿌리가 뽑힌 날마른 뼈 사이 고인 냉각수가 터졌다펑크가 나기 전까지우리는 반항의 종잣돈 허리춤에 끼고 연중무휴 활화산이었지뒤돌아 앉은 과거에 빗장을 풀고덥석 무리한 질문을 던졌다 중간이 무너지고 넘어갈 강은 있는지뒤엉켜 샛강이 범람하듯작은 음극에 양지바른 내부는 외출을 준비할지다리로 받치고 있는 힘의 무게로내 몸의...
김경래
잿빛 하늘          먹구름으로 고인 체흐르지 못했던 시간들마침내 헝클어진 머리채 풀어헤치며 철지난 소나기로 오열한다아무도 없는 겨울바다이간질하는 칼바람에 휘말려 칼춤을 추는 날 선 비수들허연 거품 물고 파도로 침몰한다 만신창이 온몸으로그러나 바다는 아우성하는 아픔들을 말없이 품어 담는 어미의 가슴이다열 길 물속,자궁 속 같은 그 적막의 한 가운데서 가시를 면류관으로 잉태하는눈멀고...
백철현
어느 날 오후 2019.02.25 (월)
캐나다에 온 지 거의 반세기가 지났다. 한국에서 산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년 수를 보냈으니가히 해외교포라 할 수 있다. 이 곳 생활은 서로 분주해서 주중에는 저녁이 되어야 식구가같이 지낸다. 주말이나, 공휴일이 되면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어서 얼마나 기뻐하였었는지.늘 휴일이나 주말이 되기를 고대했었다. 이런 생활은 아들이 장가가고 은퇴하기까지계속되었다.은퇴하고 나니 우리 둘만 남고, 하루하루가 휴일이니 7일 24시간 함께 지낸다....
김의원
강물의 흐름 2019.02.25 (월)
흐르는 강물을 울음 참는유리구슬이라고 부르면 안될까폭우가 스친 자리속내 울음 깊이 묻어 놓고 흐르면유리구슬은 뜨겁게찌르듯 반짝인다저 빛은 깊게 슬퍼해도자기란 존재를 알리지 않는다눈을 찌를 만큼아픔이 있어도 햇살을 물리치는가강가에 유리구슬 빛만 찬란하게 비춘다세월이 지난 자리칠월 폭우로 쏠려서 잃었던 형제들남겨 두었던 이야기로울음 참는 유리구슬로 쪼르르 흐른다
강애나
캐나다 이민을 선택해서 도착한 이후, 열 여덟 해 동안을 한 교회의 성가대 테너 파트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오케스트라와같이 하모니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체에 있어서는 멤버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서로없어서는 안된다는 신뢰감이 거기에 있고, 칭찬이거나 혹평이거나 ‘내’가 아니요 ‘우리’가 함께받는다는 것은 피천득 선생이 그의 수필 ‘플루트 플레이어’에서얘기한 것처럼 오히려 마음 든든한 일이 되는 것이다....
민완기
사랑은 블랙 2019.02.12 (화)
내가 사주는 그의 옷은언제나 검정 단색이다그의 기쁨과 외로움 용기와 절망이 내 눈에 부딪혀 아롱진 무늬가 되므로그가 끓여주는 커피는언제나 블랙이다함께 있어도 목말라하는내 끝없는 그리움그가 덜어내어 함께 녹일 줄을 알기에사랑은 그의 옷을 고르거나그가 끓인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단순한 일이나지나온 설레임의 날들과함께 그리는 미래가오늘 속에 풀어져깊고 그윽한 빛과 무늬 되는것이제 알 것 같다한 오십년 사귀고...
오정 이 봉란
내 마음 줄까요? 2019.02.12 (화)
나는 아마도 짜증이 몹시도 났나 보다. 육아에 지쳐서, 타지 생활이 버거워서 나도 모르게 날이 선상태의 나날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별거 아닌, 아주 작은 일에 바르르 화가 나서 목청을높였다.“조용히 해!”아들 둘이 함께 욕조에 들어가 까르르 대며 노는 모습이 정겨워야 하는데, 무척이나 신경에 거슬리고,답답하고, 불쾌하기까지 했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가슴속에서 자꾸 고요한 평화 따위를 바라는, 설명할수 없는, 불 같은 마음이...
윤의정
내게 시 란 2019.02.12 (화)
시가 내게 오는 순간은 말이 불가능할 때다잠자리 둥근 돋보기가 답답해서 안쓰러워질 때가 시다그 두껍고 우스꽝스러운 크기 때문에 내 눈가가 젖어 드는 것도하고 싶은 말이 공중에 떠돌다 가슴에 박히는 것도 내겐 시다목련 나무가 잎사귀를 떨어뜨리지 못한 바보스러움이 시다모두가 잠든 밤 적막을 감싸 안고 한 몸이 되는 것이 시다차가운 비에 추적추적 나뭇잎 적시는 소리가 시며고요 속에서 환하게 웃어주는 사진 속 얼굴들이 시다‘겨우...
김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