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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없다
2020.05.11 (월)
나는 아직 너를 맞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 늑장 부리는 찬바람에 언 볼이 찢길지라도 남의 신발로 봄마중 가지는 않으리 삼월이 가고 사월이 가고 꽁꽁 얼어붙은 오월의 들판에서 터진 발바닥으로 서로를 확인할 머나먼 동행 그래 봄은 없다 봄은 이미 죽었다 그날 이후 겨울강 한복판에서 강태공처럼 구멍을 뚫는다 그리고 깊이 잠수한다
백철현
수필은 그물이다
2020.05.11 (월)
살아가는 모습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뉜다. 그냥 사는 사람과 어떻게 든 살아내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살아내려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 삶은 하나의 서커스다. 한꺼번에 접시를 세 개 돌리거나 허공에 몸을 날려 공중그네를 타는 서커스 단원처럼, 그날 하루의 공연이나 무사히 마치고 싶다고 생각한다. 남편이 오랫동안 배를 탔다. 비바람 불고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로 남편을 내보낼 때마다 두려웠다. ‘우리가 무사히...
정성화
밤의 나라
2020.05.11 (월)
아가, 자거라 엄마가 커튼을 닫고 방을 나가면 밤의 나라는 시작되었어 별빛 같은 내 눈은 더 반짝거리며 어둠 속 풀숲에서 토끼도 불러내고 사슴도 불러내 마구 뛰어다니곤 했어 그때면 달도 나를 졸졸 따라다녔어 오지 말라고 해도 달은 까닭 모를 웃음을 지으며 내 등을 환하게 비추곤 했어 어떤 날은 달을 피해 동굴로 들어갔어 그곳에는 붉고 흰 장미꽃이...
강애나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2020.05.05 (화)
중국 우한에서 전염병이 돌고 있다는 소식을 처음 접한 게 1월 말이었다. 간호사라는 직업 때문에 난 그 병의 실체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모든 뉴스를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난 패닉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중국에서 솟아오른 검은 먹구름이 온 세상을 까맣게 뒤덮어가는 이미지가 떠올랐고, 그게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급자기 늘어난 환자로 의료붕괴가 일어난 중국은...
박정은
들꽃 사랑
2020.05.05 (화)
바람이 어디서 오는지알 수 없어도바람이 오면잎새들이 말해 주리라 땅속 씨알들이하늘을 향해 누워서꿈을 꾸듯이누군가를 그리워하며하늘의 향기가 된 들꽃들이풀잎 이슬로 나를 깨운다 어떤 언어로도길들여지지 않는 사랑이여우리가 안고 가야 할기쁨과 희망 절망과 눈물까지도은총인 것을 들꽃들이 작은 얼굴로상큼한 향기를지닐 수 있는 것은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정 이봉란
만성피로증후군 (CFS: Chronic fatigue syndrome)
2020.05.05 (화)
CFS은 어떠한 근원적인 의학적 상태로도 설명이 안되는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는 복잡한 질환이다. 그 피로는 육체적이나 정신적 활동으로 악화될 수 있으나 휴식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CFS는 8가지 공식적인 증후나 증상과 중추신경 증상을 추가한다. 피로, 기억력이나 집중력 상실, 목의 아픔, 목이나 겨드랑이에 림프절 팽대, 붓기나 발적이 없이 한개의 관절에서 다른 관절로 이동하는 통증, 새로운 형태나 심도의 두통, 상쾌하지 않은 수면,...
김명준
빼앗긴 봄
2020.05.05 (화)
발자국 소리도 못 들었는데 인기척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언제 왔다 갔지 창문이라도 한 번 두드려보지 내년에 만나자고 엽서 한 장 달랑 나뭇가지에 걸어 두고 밤중에 몰래 왔다 갔나 보다 코로나19는 거대한 지구촌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농락하더니 봄까지 꿀꺽 삼켜버리고 말았다
김희숙
손맛, 그리고 건강
2020.04.27 (월)
요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로 여간 급한 볼일이 아니면 거의 두문불출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집사람과 마주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끼니마다 음식을 장만하는 것을 곁에서 엿보는 기회가 많아지게 되었다.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노라면 옛날에는 대부분 전문 요리사들이 여자분들이었는데 요즘에는 남자분들이 많다. 남자 유명 세프들이 칼을 들고 요리하는 모습이 아주 멋있어 보인다. ‘백종원의 3대 천왕’이라는 방송...
권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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