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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앞집에는 노인 여자분이 한 분 사신다. 그분은 그 집의 주인이 아니다. 하지만 몇 년째 그 집에 산다. 그녀에게는 딸이 하나 있다. 그 딸 역시 그녀와 함께 산다. 두 모녀는 앞집의 세입자가 아니다. 정부 지원을 받아 남의 집을 같이 사용하며 산다. 가정 공유(Home Sharing)라는 제도를 통해 정부의 경제적 지원을 받아 남의 집에 사는 것이다. 그녀의 딸은 남의 도움이 없이는 거동할 수 없는 분이다. 그녀의 딸은 좀처럼 밖에 나오지 않는다.그래서,...
송무석
봄은 2019.03.15 (금)
이 동네 저 동네 꽃 잔치굽은 풀잎 허리 펴고개울물은 좋아라 웅얼웅얼먹구름은 하얀 명주 날개 살랑봄 , 봄, 봄신나는 봄이란다딸, 아들, 강아지까지도 싱숭생숭가정에 봄바람 불어저녁 식탁 등이 늦게 켜지고설거지하던 고무장갑창밖 꽃가지 따라 출렁흔들리는 봄이란다진달래 꽃잎처럼 차려입고머언 너에게 달려가고 싶은
임현숙
하늘이 잿빛으로 내려와 있다. 버스정류장에 벌써 몇 대의 버스가 서고 지나갔지만 마을 앞엔 한 사람도 내리지 않는다. 도로 위에 돌개바람이 불어 먼지와 티끌들을 공중으로 말아 올린다. 겨울의 황량한 바람이 스쳐가고 있다.'어쩌면 첫눈이 내리려나?’숙이는 창문에 눈을 대고 바깥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감나무와 대추나무가심하게 흔들리며 바람 소리를 낸다. 참새 떼들이 몸을 떨며 공중으로 사라진다.숙이는 교회당에 가기 위해...
정목일
배가 두 번 연거푸 급충돌하는 순간 여인의 상·하체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뒤틀리며 사춘기 무렵 틀어진 골반이 바로잡혔다. 여인은 욕지도 주민 숙원이었던 공중목욕탕 사업을 해결한 통영 시장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자기 의지 없이 죽음의 바다에 내던져진 사람들에게 마음이 쏠려 오래가지 않았다. 서서히 생명들이 죽어가는 바다에는 사람들의 아우성이 사라지고 폐허와 같은 정적만이 떠돌았다. 무관심이라는 죽음의 정적도 이보다...
박병호
삼 겹줄 인생 2019.02.27 (수)
50여 년이 스쳐 간 아득한 옛이야기다. 1960년대 초엽 내가 섬기던 군인교회는 군악대와 헌병대와 함께 영외에 자리하고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던 나로서는 군악대의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게 되었고, 또래 중에는 서울대 작곡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김 병장을 비롯하여 나름대로 학교에서 중창단으로 활동하던 친구들이 여러 명 있었다. 하루는 외출에서 돌아온 이 병장이 소식 하나를 들고 왔다. 의정부 시민단체에서 주최하는 노래자랑에 대한...
권순욱
꽃샘 추위 2019.02.27 (수)
겨우내 막혔던 그리움의봇물은 터져뻗어 올린 실가지마다 전신이 온통열꽃 발진으로 불덩어린데느닷없는 음지의 반란인가매화꽃 앙가슴 뒤흔들어 놓는이 혹독한 꽃샘추위는 기진한 춘궁의 영혼들몸살 져 눕고현기증 끝의 각혈처럼울컥 목까지 치받쳐 오르는나의 바닥 모를 이 몹쓸 그리움을봄아, 많이 아픈 봄아, 어이 할거나어이 할거나Spring Cold-Snap                            Bong-Ja...
안봉자
책장 앞에서 2019.02.27 (수)
도킨스와 하라리, 베르베르와 이정모가 사이 좋게 어깨를 밀착하고 있다. 사이 좋게? 인지는 사실모르겠다. 시비를 걸거나 영역다툼을 하지 않고 시종 점잖게 어우러져 있으니 나쁜 사이는 아닌 것같달 뿐.  책들은 과묵하다. 포개 있어도 붙어 서 있어도 일생 서로 말을 걸지 않는다. 책들은 다 수줍음을탄다. 자리를 바꿔 달라 보채지도 않고 어디로 데려가 달라 꼬리치지도 않는다. 즉각적인 피드백을양산하는 다중 미디어들이 창궐하는...
최민자
그날해가 지는 산 위에 바위를 딛고 선 그림자, 나는 먼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죽음으로 잇닿아 소리 내어 우는 풀벌레, 새소리--움직이지 않는 소나무처럼넋을 잃어 회한과 절망이 교차하는 눈망울엔 이슬처럼 맑은 눈물이 흘러내렸다갈 곳이 없는 나, 멋진 휘파람이라도 불었으면 후련할 가슴에서, 가슴에선이미 소리를 잃었다어머니가 있는 고향아 폐허가 된 고향아니면 고독의 편력(遍歷)에 점(點) 찍힌 비극오, 나는 저 만치 이끼 푸른 옷을...
성기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