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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지났을까?갑자가 머리가 뱅뱅 돌고 캄캄하더니 기억이 없다. 깨어 보니 주방에 쓰러져 있고 머리뒤통수에 밤톨만 한 혹이 생겼다. 넘어질 때 오븐렌지 손잡이에 머리를 부딪친 모양이다.격조 있는 예술품, 와인을 빈속에 주스 마시듯 들이켰다가 졸도하는 일까지 생겼으니 우매한나 자신이여.와인은 자고로 손잡이가 길고 볼록한 잔에 담아 살짝 흔들어 보고 색깔에 감동하며 한모금씩 넘기는 세련된 술이다. 잔향의 여운을 음미하며 은은하게...
박오은
2019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무언가 아쉬움이 남고, 무엇보다도 나의 모국 대한민국이 새해에는 큰 변화가 생겼으면하는 바램이다. 왜냐하면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의 세대가 열심히 일하여 일구어 놓은 선진 대한민국을 좌파 정부가 들어선 후 정치, 경제, 외교, 안보, 사회, 교육, 등등.. 전 분야를 망가트리고 있어 그 신음소리가 태평양을 건너 이곳까지 들리고 있다. 지난 세월 우리는 가난을 몸소 겪으며 살았기에 온 국민이 잘...
김유훈
겨울나무 2019.12.23 (월)
하이얀소복 입은백양목 한 그루뾰초롬눈소름 돋은겨울내를 건넌다티끌인 듯업보인 듯흩날리는 눈보라애틋한 기억도오롯한 소망도미사포에 감싸안고하이얀 눈꽃 뿌리며이내천을 건넌다.
김해영
빛나지 않는 빛 2019.12.23 (월)
거실 벽에 액자 한 틀이 걸려 있다. 비록 유명한 예술가의 작품은 아니지만 나는 이작품에 어떤 예술 작품 못지않은 의미를 둔다.우리 집에 오시는 손님들이 액자에 있는 글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물을 때가 있다. 그도 그럴것이 글의 뜻이 매우 깊고 오묘해서 쉽게 이해하지를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액자에는 하얀 여백에 ‘眞光 不煇’ 라는 글씨가 두 줄 종으로 쓰여 있고 줄을 바꿔 ‘賀 몸으로우는 사과나무 上梓’라는 글씨가 역시 두 줄로 있다....
반숙자
행운목에 기대다 2019.12.23 (월)
동짓날 밤 내내 활짝 핀 꽃송이작은 꽃술이 열리며 피워내는 환한향기 소복한 다발에 취한 발걸음꿈길인 듯 둥둥 어둠을 헤아리는데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첫사랑 그전설 같은 기억 새록새록 피어난다그대를 만나 처음 사랑에 빠질 때우리를 설레게 하는 일 웃게 하는 일그런 일들 사방에 등불로 반짝였지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처럼내일도 새롭지 않을 것 같은 일상지친 우리를 슬프게 하고 아프게 하는그런 것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늘어깨를...
강은소
불씨 2019.12.16 (월)
어린 시절 우리 집에는 도자기로 만든 큰 화로가 있었다. 추운 겨울밤 그 화로에는 언제나 빨갛게 달아오른 숯불이 타고 있었다. 거기다삼발이를 올려놓고 밤도 구워 먹고 차도 끓여 먹었고 늦은 시간 돌아오시는 아버지의 된장찌개도 보글보글 끓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오랜 역사를 지닌 듯 보였다. 도자기에 그려진 호랑이 문양도 그렇고 금이 간 자리에 철삿줄로 얽어맨 모양도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는 듯 보였다....
김베로니카
겨울 벌판 2019.12.16 (월)
그렇구나!한때 우리 곁을 스쳐 간 시간들이거기 광야에 죄다 모여 있었구나 연둣빛 새잎 돋던 신열의 봄 아침과불볕 속에서 노동을 바치던 여름 한낮과서성대던 갈잎들의 손 시린 가을 저녁이거기 모두 한자리에 엎드려숨죽이고 온몸으로 흰 눈을 맞고 있었구나 이제 곧 허리 굽은 12월마저 등을 보이면날개 큰 바람들의 휘파람 소리평원을 가로지르는 세월의 바퀴 소리   동상 걸린 대지는 소록소록 그리움 하나로 겨울을 나겠구나한...
안봉자
모국어의 이끌림 2019.12.16 (월)
아침부터 짙은 먹구름이 낮게 깔렸다. 피로에 지친 몸은 금방이라도 비를 출산할구름만큼이나 무거웠다. 늘어진 몸을 마냥 침대에 묻고 싶으면서도 한편 누군가 로부터 이해받고 공감대를 헤집으며 교류하고 싶었다. 바쁘다는 핑계와 생활의 염려로 멀어진 문학과인간적 소통의 단절이 가져온 결핍감 때문이었으리라. 몸을 일으켜 헛헛한 마음을 채우기위해 집을 나섰다.타국에서 모국어를 등지고 살아가는 이의 고달픔을 달래기 위한 선택이었을까?...
권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