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통성명했어요 2020.07.14 (화)
정원 끝부분 양쪽으로 같은 나무가 한 그루씩 자라고 있다. 이사 올 때부터 자라고 있던 나무들이다. 다른 곳은 잡풀이 많아 다 걷어내고 정원수들을 심었지만 이 나무들은 그대로 두었다. 우리 집에 있는 어느 나무보다 오래도록 이 자리를 지켜온 나무들이다. 이름도 모르는 나무지만 베어내는 것이 아까워 그대로 두었는데 생명력이 좋은 지 다른 나무들보다 자라는 속도가 빨랐다. 왕성한 성장력 빼고는 특별한 매력이 없었다. 수형이 멋지거나 예쁜...
김선희
틈새 2020.07.14 (화)
언덕 넘어 날아온 풀 씨모퉁이에 오롯이 자리 잡는다틈새 사이로 피어오르는 들풀잘났네 못났네 다툴 사이 없이키 순서대로 고개를 내민다 빈틈만 보이면 올라서기 바쁜 세상살이 올려다보느라 고개 아픈 내게무릎 굽히며 내려다보게 하는 민들레 모든 걸 내려놓고 하얀 씨방이 되어가볍게 날아오르며 나를 힐끗 뒤돌아본다
유우영
33도 2020.07.06 (월)
태양이 가까우면 호들갑스럽고음식물이 열에 빨리 부화하는 건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사냥감만 겨냥한 채 얼마나 많이우리는 어중간해 했던가나사를 뽑다 말고어설프게 남겨둔다든지진입구가 통제된 극장 앞에서암표상과의 흥정한달지행인으로 드라마 한편 출현하고온 친척이 눈을 비비며 찾게하는검지와 엄지 사이의밀어 넣다 만 방향 감각의 잔해과연 대단하다팽팽한 줄 위로 다리 한 짝 올려놓는 일만큼찍찍이 위로 파리 날개 걸터앉은...
김경래
8・15 해방을 맞아 일본 강점기를 벗어난 지도 75년이 지났다. 하지만 친일 논쟁은 여전하다.나는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나 동면 산수골이란 마을에서 컸다. 산으로 둘러싸여 하늘만 뻥 뚫린산골 마을이다. 일곱 살 되던 해 소학교에 들어갔다. 고개를 넘고 개천 하나를 건너 한 10리쯤걸어서, 면사무소 와 주재소(파출소)를 지나야 내가 다니는 속초 소학교가 나온다. 나는 매일주재소 앞을 지나야 했다. 괜스레 두렵고 무서웠다. 긴 칼을 찬 순사가...
심정석
생명이 있는 뜰 2020.07.06 (월)
농막이다. 뒤로는 오성산이 나지막이 엎드려 있고 앞으로는 음성 읍내가 한눈에 들어오는서향집, 다 낡은 구옥이 내 창작의 밀실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자잘한 채소를 키워 먹고과일나무 서너 그루씩 흉내만 내는 미니 과수원이다. 지금 밖에는 태풍이 몰고 온 비가 종일 내리고 있다. 산자락이거나 계곡을 피하라는 텔레비전보도가 있었지만 몇 그루 안 되는 과일나무와 다 늙어 쇠잔한 농막이 걱정이 돼서 올라왔다.밭고랑에 수로를 따주고 처마...
반숙자
사랑 그것 참 2020.07.06 (월)
세월이 한참 지난 언제쯤돌아보면 알아지겠지많이 사랑하며 살았다는 것을 사랑한다는말을 하진 못했지혼자 그냥 마음에 담고 살고 싶었기에행여 속마음을 알면연약한 사람이라 놀릴까그게 많이 두려웠지인생이 저물어가는 어느 때지나 보면 알아지겠지사랑도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사랑한다며내 인생 당신과 함께 라서행복하다는 그 마음 전하고 싶었지만행여 실없는 사람이라실망하며 슬퍼할까 봐그게 겁이 났어인생을 다한 언제쯤내...
나영표
     연극의 3대 요소를 희곡, 배우, 그리고 관객이라 한다. 특히 관객을 말하려면 무대가 필수적으로 따르게 되어있다. 이는 오늘날의 배우, 가수, 그리고 목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즉 배우의 시나리오, 가수의 노랫말, 목사의 설교 노트가 희곡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대에  관객이 있어야 배우는 연극을, 가수는 신이 나서 노래 할 수 있으며, 목사는 교인들이 많이 있으면 더 힘 있고 영적인...
김유훈
물은 흐르더라 2020.06.29 (월)
칼바람 검은 구름때 아니 몰아쳐도물은 흐르더라 산새들 놀라 울고나뭇잎새 숨죽여도물은 흐르더라 폭풍우 매몰차고돌들마저 소리치며 굴러도물은 흘러만 가고 빈 들에 지친 농부긴 한숨 담가 씻어도새 둥지 불 꺼지고흑암도 길을 잃고 헤매어도그래도물은말 없이 흐르더라.
임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