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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교훈 2019.10.21 (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어린 시절 나에게 큰 교훈을 주신 할머니를 생각하게 된다.  “너는 커서 이와 같은 훌륭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며 들려주신 이야기다. [사람은 겉으로 보기엔 부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속이 비어 있는 사람이 있고, 그 반대로 겉은 좀 남루하지만, 속이 부자인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은 자기의 귀중한 보물을 여러 겹으로 된 자루에 간직하는 아주 지혜로운 사람이란다.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좀 두꺼운...
권순욱
저절로 2019.10.21 (월)
저절로 진실하여온전하게 살아라저절로 간절하여온전하게 꿈꿔라저절로 몰두하여온전하게 살려라저절로 헌신하여온전하게 이뤄라저절로 진실하여온전하게 살아라.
愚步 김토마스
  친정 엄마는 아흔 셋, 열 여덟 에 시집을 와 아흔 여덟 아버지와 목하 76년째 해로 중이시다. 지금도 삼시 끼닛거리를 장만하고 얼룩얼룩한 꽃무늬보다 베이지나 보라색 옷을 좋아하시는 어머니는 집 앞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오지 않는 자식들을 기다리곤 하신다. 삼십 년 가까이 변두리 아파트에 짱 박혀 살다 보니 집과 함께 낡아 가는 사람들끼리 대강은 서로 낯이 익은 처지다.  "할마이도 많이...
최민자
유난히도 청아하던 가을날아버지랑 여행 중 백 년이 넘었다는 함평해수찜에 들렀다천연 해수로 채워진 탕소나무 장작불에 달궈진 유황 약돌쑥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는데젖은 수건 한 장 아버지 등에 얹어 드렸다제철이라며 주인장이 권해 주던 횟감은바닥 넓은 오목 그릇에 담겨 조심스레흰 보자기로 덮여 있었다한쪽 끝을 살짝 여는 순간 펄떡대며얼굴 내밀고 튀어나와 춤을 추는 보리새우이런 새우는 처음 본다며 신기해 하던 아버지입안에...
정연미
이달 말이면 이 땅에 태어난 지 60번째 생일을 맞게 된다. 마음 같아서는 그날이 노래 제목과 같이 ‘시월의 어느 멋진 날’이 되었으면 하지만, 사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돌아보면 내세울 만큼 딱히 이룬 것이 없고, 그나마 시간만큼은 아까운 줄 모르고 펑펑 써대왔다는 자괴감에 그만 마음이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움츠러들고 만다. 사실 요즘은 ‘갑장이’들을 만나면 반갑고 서로 위로가 되는 듯하여 동갑 모임이나 동갑끼리 운동을 자주 하게...
민완기
사람이 사랑보다 어렵다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다고 하지만사람은 시기하고 자랑하기에만 바쁘다자음 하나 한 끗 차이 인데먼저 나온 형님은 양보 할 줄 모르고동그란 구멍속에 네모난 돌을 끼워 맞추는 모습에아우는 또 다시 술잔을 채운다연필로 살짝 그린 흔적인데 지우개로 지워지지 않아살며시 가을비 젖은 낙엽으로 덮어 가리워 본다젖은 낙엽은 햇볕에 바싹 말라 바람에 날아가 버리는데마음의 낙엽은해가 뜨지 않는 청춘의 밤에...
전종하
   따따따 따따닥 따닥 딱딱딱.   무슨 소릴까. 아들 방문에 귀를 댄다. 한쪽에선 방송소리, 아이의 중얼거림 들리고, 또 다시 따따따 따따닥 따닥 딱딱딱. 이때는 온 집안 식구가 쥐 죽은 듯해준다. 숨 막히지만 1년에 10번 이상 시험을 보니 어쩔 수 없다.    “엄마, 나 중학교 졸업 후 독립한 거 알지?”   한창 부모 간섭이 필요한 데, 지가 다 알아서 살겠다며 아무 상관도 어떤 걱정도 하지 말란다.    만 15세,...
박성희
고향의 그림자 2019.10.15 (화)
정든 사람도 떠나고, 그리운 마음도 떠나고지지리 못 살든 안타까움 마저모두 떠나버린 고향낯선 이웃 같은 허전한 기분이 드는 옛집고향을 떠나면서기억에서 잃어버리고 사는 고향가녀린 코스모스처럼 가엾은 어머니덜 익은 땡감처럼 무덤덤하던 아버지형아, 형아!까까머리 동생이 숨 가쁘게 부르던 소리언제나 풍겨오는 퀴퀴한 화장실 냄새좁은 밥상에서 부딪히는 그릇 딸그락 소리컹컹 짖어 대는 덩치 큰 누렁 진돗개부대끼며 살아온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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