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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2) 2020.08.31 (월)
인연 따라 왔다가제풀에 가시굴레 뒤집어쓰고이리저리 나락을 헤매이다여지없이 사라지는애달픈 몸부림흩날리는 먼지 같은스러지는 안개 같은흩어지는 햇살 같은스쳐가는 바람 같은산란한 춤사위벗님들아집착의 끈 풀어 헤치고공삼매 좇으며 춤을 추어라생극의 숨박질 다하도록하염없이 추어라
김토마스
가시거리 2020.08.31 (월)
산 정상에 서서 내려다본다. 몇 개의 구릉 넘어 지붕인 듯한 검은 점들이 조화롭게 박혀 있다.투명한 공기 속으로 모습을 드러낸 마을은 한걸음에 다다를 듯, 가까이 보인다. 지친 몸에서 다시용기가 꿈틀거린다. 내려가기 위해 신발 끈을 바짝 조이고 지팡이의 키를 높인다.굽이굽이 휘어져 오르내리는 산등성이를 따라가면서, 사막의 신기루같이 보이는가 하면 다시사라져 버리는 마을의 거리를 가늠해 본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국경이 맞닿는...
민정희
이민기념일 2020.08.31 (월)
태어나서 가난한 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지만죽을 때도 가난한 건 당신의 잘못이다화목하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난 건 죄가 아니지만지금 화목하지 않은 건 당신의 잘못이다 -빌 게이츠- 해마다 8월이 되면 이민기념일을 자축한다. 1997년 8월 19일 아내와 중3인 딸, 초등학교1학년인 딸, 이렇게 4식구가 밴쿠버 공항에 도착했다. 2시간여의 지루한 이민 수속을 마치고공항 로비에 나오니 민박집 주인이 플래카드를 들고 우리를 마중 나와 있었다. 당시...
이현재
흐르는 강물 이여 2020.08.31 (월)
                흐르는 저 강물 어디쯤                내 몸 스쳐 간 방울 있겠지                                주저앉아 썩느니, 알면서도                 고달픈 길 나선 거겠지                                푸른 멍 쿨룩이며        ...
한부연
할머니의 선물 2020.08.24 (월)
할머니의 볼록한 발등에 손을 댔다. 아직 부기가 가시지 않았다. 보통은 1, 2주면 가신다는데…“이제 통증은 가셨어요? 곧 고모가 오실 거예요.” 귀먹은 할머니의 귀에 속삭였다. 아직 주름 하나 없이탱탱한 할머니의 얼굴이 고운 주름 꽃을 펼치며 미소 짓는 것 같았다. 할머니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데창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울려 왔다.달칵 문이 열리자 나는 얼른 몸을 일으켰다. ‘고모!’마음속으로만 고모를 불러 보았다. 한 번도 큰 소리 내어...
박병호
나의 공주님들 2020.08.24 (월)
우리들의 마음 속에는 공주하면, 백설공주를 연상하게 된다. 착하고 아름다움의 최고모델로서 천사같고 요정같은 여인으로......고 3때 학내 체벌사건에 항의하는 데모현장 입구를 막은 바리케이트 위에서 온종일 담임을막아선 죄 때문에, 한 대기업 회장님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환경이 가장 열악한 시골 형광등공장 생산라인으로 쫒겨 갔다.뜨거운 개스불로 형광등 유리를 자르고 붙이느라 매캐한 연기에다 실내 온도가 무려45도에 달해 숨이 턱턱...
이은세
바닷가 캔버스 2020.08.24 (월)
     점점으로 찍힌 섬 들에     이어지고 끊어지는 수평선     먼 곳 소식은 그렇게     끊어지고 이어지듯 조금씩     여기 바닷가에 닿았다네     온갖 세상의 잡다한     살아가는 수단의 비법 과      오래 오래 생의 행복을 이어 간다는     백 년도 익지 않은 풋풋한     풋내 그럴싸한 도리 들...     시간 속 이리저리 부딪쳐...
조규남
화초에 물을 주었어 너도 분명 예쁜 장미가 되겠지화초에 정성껏 물을 주었어 내 사랑을 받아 화려하게 피어나라고젠장, 네가 찔레라는 것을 알았을때 나는 밤새 실망하고 말았지보잘것 없이 축처진 너에게 어서 일어나 빨개지라고 외쳤어다른 장미 잎을 떼어 네 머리에 붙여 애써 위로했지만넌 여전히 그곳에 어울리지 않아형형색색의 장미밭에 옥의 티가 되어버린 너를나는 내일 해가 뜨면 꺾어버릴꺼야이런, 너에게도 날카로운 가시가...
전종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