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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2020.01.22 (수)
새해 명절에는 아무리 불러도 좋았던 이름 아버지, 아무런 의미 없이도 마음으로 부르고 싶었던 그 이름 아버지, 별일이 없으면 됐다. 그러면 괜찮다. 그렇게 말씀하시며 온통 생각 이라고는  너희들 별일 없이 잘 지내는지 궁금하신 아버지. 진작 본인은 기억이 깜박깜박 잊어버리는 것이 많아 잘 지내지 못하신다. 먼저 떠나 보낸 아내가 생각난다면서 눈물만 훔치시며 깊은 생각에 잠기신다. 하나...
나영표
새로운 도전 2020.01.22 (수)
요즘 나는 마약에 빠졌다. 매사가 시들 해지고 괜히 사춘기처럼 우울해지는가 하면 기운이 빠져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참이었다. 그런데 마약을 하고 나면 갑자기 삶에 대한 의욕이 샘솟는다. 기분 좋은 피곤함에 절로 명랑해진다. 회춘을 하듯 팔, 다리에 힘이 뻗친다. 중독성이 강해서 매일매일 하고 싶은데 너무 과도하면 몸을 상할까 봐 일주일에 두세 번이 고작이다.   내 글을 여기까지만 읽으면 사람들은 혀를 끌끌 찰 것이다. 어쩌다가? 왜?...
이원배
고압선 2020.01.22 (수)
평행선을 그으며 끝없이 달리는 것이 너희뿐이냐만   차라리 평행을 이루는 것이 나을 수도 있지, 조금도 굽히지도 양보하지도 않고 제 뜻만 내세워서야 만나면 불꽃을 피우다 모두 스러지고 말 것을   고압의 전기가 흐르지 않는데도 서로를 재로 만들려는 듯이 분노를 드러내기도 하는데 차라리 너희처럼 평행을 달리는 게 낫지  
송무석
      새로운 글을 구상하며 진통과 산통을 거듭하는 순간은 참 버겁기만하다. 적잖은 세월 글을 읽고, 또 써 왔다고는 해도 언제나 그 시간 앞에서는 길 잃은 양이 되고, 잔고 없는 통장을 들고 출금기 앞에 서 있는 듯한 초라함이 느껴지고,  지도와 네비게이션 없이 초행길을 차 몰고 나선 심정이 되곤 한다. 내 손에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하는 도깨비 펜이라도 하나 들려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속이 쓰려 올 때까지...
민완기
하얀 눈썹 2020.01.16 (목)
“하나야, 오늘 저녁에 잠을 자면 안 되는 거 아나?”“왜 잠을 자면 안 되는데요? 할아버지.”우리 가족과 사촌 아이작 가족은 일 년에 두 번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서 만나요. 우리 집은 밴쿠버고, 사촌 아이작은 온타리오 킹스턴에 살아요. 할머니 할아버지 댁은 에드몬톤 주변에 에이커리지 집에 사시고요. 할아버지 댁은 빨간 지붕이 참 예뻐요. 할머니 할아버지 댁이 너무 멀어 자주 오지 못해 좀 아쉽긴 해요. 할아버지를 뵈러 온다는 것은 항상...
이정순
밀도 높은 소나무 2020.01.16 (목)
1껍질은 중심에서 밀려 터져 나왔다아무리 중생대 백악기 공룡 피부라지만스킨로션이 필요했다오늘도 예의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소나무는 거친 껍질 위에 천연수 로션을 발라피부를 깨끗이 닦는다나는 이것을 허공에 채워잘 보존하기로 했다그러면 어떤 지평선 위에라도싱싱 꿋꿋하게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내 두 눈으로한 폭의 산수화처럼바라보고 있다​2때론 습기가 부족한 밀도는오히려 불안하다그래서 내일을 위한 대비책도 세운다늘 굳은...
하태린
새해 아침 2020.01.16 (목)
케네디언들이 이제는 코리안 새해(금년은 Jan 25, 2020)를 대충 안다. 중국 설이 고조선것이라고 우기는 내게 주위 사람들은 중국설이라는 말도 조심을 하고...   새해 인사를 하다가도 중국명절, 아니 코리안 명절은 며칠 남았냐고 하면 오히려 남의문화를 휩쓸려 산다는 생각에 머쓱해지기도 한다. 오지랖이 넓은 이들이 우리 새해 날짜뿐만아니라, 풍속까지 물어 오면 자존심이 객기처럼 발동을 하고 만다.   너희는 밥만 먹고 말로만...
이은세
세월 2020.01.06 (월)
그 언덕에서 잠시들꽃으로 머물다가울어도 울어도 허물어져 내리는 사랑으로 맴돌다가허허벌판 내달아도내달아도 모자라 솟구치는회리바람이었다가옷깃 여민 그대 가슴에인연으로 스며들어봄도 맞고 여름도 지나며소나기 먹구름 그리고 무지개저녁노을 곱게 잠긴가을 들녘 지나이제 눈이 오려나온 세상 하얗게하얗게 덮어 줄 포근함으로.
류월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