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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진교씨가 골프를 가는 날이다.  이런 날은 어린이가 소풍 가는 날 같아서 그 재미가여간 즐거운 게 아니다.  그도 일찍 일어나 팔 학년은 팔십 번 씹으라는 안사람의 잔소리를들으며 서둘러 출발했지만 그 표정은 어둡다....
안오상
거울 2020.11.30 (월)
내 마음 깊은 허공 같아서 그윽한 풍경 모두 담는다   창창한 하늘 아래 가멸한 물상들 새 꽃 나비   촐랑대는 시냇물 되기도 하고 폭풍우에 찢겨 펄럭이는 깃발이기도 하다가   눈 쌓인 들판에 총총한 나그네 새의 발자국마다 괸 그리움도 보지만   온갖 사물들이 제 목소리와 모습들로 오고 또 가지만   한 점 티끌도 남을 수 없어 언제나 청정하고 고요하도다   오직 우주에 충만한 그대   그대의 모습...
임완숙
박각시나방 2020.11.23 (월)
윌리엄은 다시 뛰었다. 발바닥이 아파 멈칫했지만, 젖 먹던 힘을 다했다. 동굴을 쳐다보니 박쥐는 이미 굴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동굴 천정에 꽉 달라붙기 전에 잡아야 했다. 방학이 끝나가는 오늘은 잡아야 내일 학교에 가져갈 수 있었다. 그는 동굴 앞에 와서야 달리기를 멈추었다. 안으로 들어가 물이 있는 곳까지 걸었다. 발바닥 상처를 씻고 싶었으나, 박쥐부터 찾았다.   잠시 후 동굴 안으로 다른 박쥐들이 길게 줄지어 들어왔다. 몇 번 천정을...
박병호
숀 코너리와 제임스 본드   이현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특유의 제임스 본드 테마(James bond Theme)음악이 깔리며 총구 모양 프레임 속에서 검은 슈트를 입은 남자가 서서히 걸어오다가 갑자기 관객을 향해 권총을 발사한다. 이어서 10여 분간 장쾌한 액션이 펼쳐진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숨 막히는 화면 전개가 끝나고 나면 섹시한 무용수들의 몽환적인 춤과 함께 스태프 소개가 이어진다. 007시리즈의 독특한 도입 부분이다. 중학생 때 ‘007...
이현재
늦가을 햇살의 전언한부연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유순하게 남은 볕들의 응시로 로키의 침묵은 깊어지고 목마른 갈색으로 무너지다 무너지다 알몸으로 맞서는 나무들   그렁해지는 나의 삶과 쓸쓸히 서러워지는 것들의 와들거림이 네 눈에 들어와 차마 돌아설 수 없는 너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에게 네 눈 글썽이고 또 너의 그 애틋한 눈길을 알아버린 나...
한부연
맥스와 세바스티안                                                    권은경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2020년 봄, 캐나다에서도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전국 봉쇄 조치가 내려졌다. 필수적인 사회 경제 활동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활동이 금지되었다. 봄방학이...
권은경
11월 산책 2020.11.16 (월)
11월 산책 이상목 처연한 기러기 맨 울음 마른들을흔들고 들숨 날숨 숨가쁜 하루해를보내는 11월 어느 날 쓸쓸함이 도진다로키 영봉들마다 서설을 뒤집어써빛나는 준령위에 잎 떨군 나목들만제자리 찾지 못하는 이방인을 부르고슬며시 내려 뛰는 문장도 문장 나름여름내 준비했던 노숙의 동행길에절기는 빈자리 찾아 눕는 법을 알린다왜 나를 태우는지 왜 나를...
이상목
거미 2020.11.16 (월)
네게 필요한 것은 먹이뿐인가 보다. 집도 몸에서 빚어내고. 아무 데나 줄을 이을 수 있는 곳이라면 체면도 가리지 않고 자리 잡고서는 온몸의 감각을 벼리며 죽은 듯이 기다리지. 이곳저곳 두리번거리면서 더 나은 땅, 더 좋은 기회를 좇는 우리와 달리 너는 삶의 운명을 온전히 몇 가닥 줄에 걸고는 무작정 인내하지. 오늘이고 내일이고 굶주릴까 걱정조차 없는 듯이. 먹을 걱정을 떨구고도 내일을 미래를 준비한다면서 창고를 가득 채우고 또 창고를...
송무석